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펙사벡 꿈 깨진 신라젠, 돈(錢) 문제에 봉착하다(2)

2000억원 내부조달 가능하지만, 활용가능할지 의문

펙사벡 꿈 깨진 신라젠, 돈(錢) 문제에 봉착하다(2)

신라젠의 자금문제를 논하기 전에 먼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이 잘되면 저절로 풀릴 수도 있는 게 자금 문제이고, 사업이 꼬이면 자금의 문제가 꼬인 사업을 풀어가는데 중요한 장애가 되고 맙니다. 그러니 신라젠의 사업이 얼마나 꼬인 것인지 감은 어느 정도 잡고 가야 합니다. 펙사벡의 임상 실패는 예견됐던 건가 봅니다. 이미 지난 3월에 관련 기사가 떠서 시끌벅적했더군요. 회사는 근거 없는 보도라며 해당 매체를 고소까지 했는데, 결과적으로 오보가 아니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펙사벡 임상3상에 참여한 한 대학병원 교수가 “2상 임상도 좋은 경험이 아니었던 만큼 3상도 별로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다른 교수들도 펙사벡의 효과가 뚜렷하게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고 말합니다. 펙사벡은 신라젠 기업가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펙사벡은 글로벌 임상 2상에서 이미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2a상에서는 고용량을 투여했을 때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냈지만, 기존 간암 치료제인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투여한 2b상에서는 펙사벡이 생존율을 높인다는 것을 인정받지 못했죠. 그게 2013년의 일입니다. 2013년 당시 임상2상을 진행한 곳은 신라젠이 아니라 미국의 생명공학업체인 제네릭스 (Jennerex.Inc)라는 회사였습니다. 신라젠은 제네릭스의 지분 29%를 보유하면서, 펙사벡을 공동 개발하는 용역을 제공하는 연구개발업체(CRO)였지요. 하지만 엄밀히 말해 펙사벡은 두 회사의 공동 재산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네릭스는 경영을, 신라젠은 펙사벡의 연구개발을 분담하는 파트너 관계였으니까요. 임상2상의 실패는 제네릭스의 실패일 뿐 아니라 신라젠의 실패이기도 했다는 겁니다. 임상 2상에 실패한 후에 신라젠이 제네릭스를 인수(2013년 11월)합니다. 그 회사가 지금 신라젠의 사실상 유일한 자회사인 신라젠 바이오테라퓨틱스입니다. 현재 신라젠이 100% 지분을 보유한 완전 자회사입니다. 신라젠은 2015년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승인을 받습니다. 신라젠이 머지 않은 미래에 ‘꿈의 항암제’를 만들어 낼 기업으로 기대를 받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입니다. 그러나 펙사벡의 임상 3상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예상이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보도가 나와 있으니 재읽사에서 더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무용성 평가에서 탈락한 것은 매우 절망적인 결과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무용성 평가는 약효를 입증하기만 하면 통과되지만 유효성 평가는 기존의 약과 비교 우위에 있어야 통과됩니다. 무용성 평가에서 탈락한 것은 최소한의 약효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신라젠은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이 사실상 실패한 이후에도 “펙사벡은 물약이 아니다”며 임상 3상의 실패는 임상 중에 다른 약물을 투여한 환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무려 35%의 환자들이 다른 간암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었고, 특히 펙사벡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 환자들에게서 그런 사례가 더욱 많았기 때문에 펙사벡의 약효를 입증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펙사벡의 약효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신라젠과 문은상 대표의 입장이죠. 신라젠 측은 이런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펙사벡이 약효가 없다는 것이 명백하게 밝혀지기 전까지는 포기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포기하는 순간 신라젠 주식은 모두 휴지 조각이 될 것이고, 신라젠은 파산하고 말 테니까요. 신라젠으로서는 펙사벡이 여전히 가치 있는 신약후보 물질이고, 그 가치를 입증할 다른 방법이 있다고 주장해야만 떠나는 투자자 중 일부라도 잡을 수 있습니다. 펙사벡의 가치가 있는 지 없는 지와는 별개로 현재 처지가 그렇다는 겁니다. 간암에서는 실패했지만(임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므로) 신장암 등 다른 암에 대해 진행하는 임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든지, 표적항암제보다 면역항암제와 병용치료를 했을 경우 더 좋은 약효가 나타날 수 있다든지 하는 ‘다른 희망’이 필요한 것이죠. 펙사벡은 신라젠 그 자체이고, 신라젠 주가의 근거이니까요. 다른 희망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신라젠의 기업가치는 그 근거를 잃어버리는 겁니다. 신라젠은 넥사바와 병용 임상 외에 5건의 다른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두 1상 또는 1·2상(1상과 2상을 동시 진행) 단계에 있습니다. 임상 3상까지 완료하는데 적어도 5년에서 7년 어쩌면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겠죠. 그때까지 버틸 돈이 있거나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얼마 되지 않는 매출이 더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개별 재무제표상 신라젠의 연 매출은 150억원(2018년 기준) 됩니다. 그러나 이 금액은 의미가 없습니다. 약 100억원은 100% 자회사인 신라젠 바이오테라퓨틱스(구 제네릭스)에 대한 매출이거든요. 100% 자회사이니 자신이 자신에게 매출을 일으킨 셈이죠. 그래서 신라젠의 실적은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보아야 하는데, 연간 매출이 70억~80억원 사이에 있습니다. 이 매출을 어떻게 올리는가 하면, 주요 파트너사에서 받은 공동연구개발 수익(42억원), 라이선스 수익(9000만원), 마일스톤 수익(29억원) 기타수익(6억원) 등입니다. 파트너사는 한국의 녹십자, 홍콩계인 리즈파마, 프랑스의 트렌스진, 미국 뉴욕에 위치한 리제너론 등이 있습니다. 전부 펙사벡과 관련한 공동연구나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는 곳입니다. 매출의 대부분이 여기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펙사벡에 대한 추가 공동연구나 마일스톤 수익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매출 역시 더욱 줄어들 위험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앞으로 매출이 더 줄어든다면 신라젠의 현금흐름 부족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연구개발이 주로 하는 일이라 다행히(?) 이렇다할 자본적 지출이 필요하지 않고 배당은 어차피 하지 않았으니 투자나 배당에 대한 부담은 없습니다만, 임직원 인건비를 포함해 연간 500억원(연구인력 축소 등 비용축소에 나서지 않는 한)에 다하는 영업현금흐름 적자는 보유 현금을 지출하거나 외부 조달이 불가피합니다. 최대 2000억원 정도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지만 온전히 제 돈이 아닐 수 있습니다. 외부의 자금을 더 이상 끌어들이지 않고, 현재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신라젠은 거의 보유 현금만으로 회사를 경영해 나가야 합니다. 곧 반기보고서가 발표되면 더 최근 금액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지난 3월말 기준으로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870억원, 특정금전신탁 등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864억원 등 대략 1700억원 정도의 현금이 있습니다. 여기에 여타 자산을 처분한다면 대략 2000억원가량의 현금동원능력이 있네요. 영업현금흐름을 고려할 때 금융시장에서 고립되더라도 4년을 버틸 수 있는 돈입니다. 그럼 오죽 좋겠습니까? 4년을 버티며 펙시벡의 가능성을 다시 입증하고 투자자들의 기대를 높일 수 있다면 신라젠은 화려한 부활을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게 가능할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신라젠은 2016년 기업공개를 하면서 생긴 목돈 1980억원의 절반 이상을 소진한 상황입니다. 1700억원에 달하는 현금가능자산 중 1100억원은 올해 3월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것이죠. 전환사채의 전환권이 행사된다면 그 돈은 갚지 않아도 되지만, 현재로서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은 형국입니다. 행사가격이 7만111원인데 최근의 주가 급락을 반영해 아무리 행사가격을 조정한다고 해도 약 4만9000원 아래로는 낮출 수 없습니다. 신라젠 주가가 1만4000원대(8월8일 종가)인데, 이게 4만9000원 이상으로 급반등한다면, 그건 펙사벡에 대한 기대가 완전히 살아났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니 자금 문제를 얘기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죠. 반대로 현재의 상황에서 드라마틱한 반전이 생기지 않는다면, 투자자가 내년 3월부터 시작되는 전환청구기간에 전환권을 행사해 자금을 회수할 길은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3월에 전환사채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원금을 대부분 잃을 처지에 있습니다.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수는 없겠죠. 당연히 원금을 돌려 달라고 나서고 있습니다. 물론 법적으로는 투자자들이 원금을 돌려 달라고 할 권리도, 신라젠이 원금을 돌려줘야 할 의무도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법에 따라서만 결론지어지지는 않습니다. 1100억원은 아직 온전한 신라젠 돈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제작하는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DRCR(주)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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