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대한방직이 전주공장 부지를 약 1980억원(정확히는 1978억4964만원)에 매각했다고 18일 공시했습니다. 그동안 유동성 사정이 쪼들리던 대한방직이 현금뭉치에 묻힐 지경이겠습니다. 대한방직의 올해 6월말 자산총액이 3600억원입니다. 1980억원이면 총자산의 50%가 넘는 비중입니다. 대한방직에는 정말 큰 돈입니다.
잘만 쓰면 쪼그라들던 사세의 회복을 노려볼 발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거래, 좀 찬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말도 많고 의혹도 많더군요. 공장부지가 워낙 전주의 노른자위로 천문학적 개발이익이 기대되는 데다가 대한방직 내부에서도 그동안 불미스러운 일들이 꽤 있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주식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공장부지 매각 소식에 주가는 용수철처럼 뛰어 올랐고 거래는 폭발했습니다. 부지 매각 공시가 있기 8일 전부터요. 정보가 샜다는 얘기죠.
정보가 새는 건 당연한 겁니다. 이만한 거래가 철통 보안이 된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요. 대한방직의 대주주와 임직원들이 알았을 것이고, 매수자측의 임직원들이 알았을 것이고, 둘의 거래에 관여하는 금융기관, 법무법인, 회계법인, 공무원.... 수많은 사람들이 알았겠죠.
오늘(19일) 주가가 급락했는데, 그 의미는 모르겠습니다. 재읽사는 차트를 읽는 사람이 아니라서요. 증시의 격언이라는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판다'(맞나요??)의 패턴인지, 더 높이 오르기 전에 개인들의 매도를 유도한다는 소위 '개미 털기'(??)인지 재읽사는 판단할 능력이 없습니다. (어디서 주워 들은 건 있는데 정확한 용어를 몰라서 죄송합니다)
어쨌거나 주식시장은 일단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을 기대한 주가상승일까요?
뭉칫돈 생긴 대한방직, 당분간 망할 일은 없겠다.
대한방직이 공시한 토지 매각의 목적과 기대하는 영향은 '현금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입니다. 빚 갚겠다는 것이죠. 네, 필요해 보입니다.
대한방직의 사정은 썩 좋지 않습니다. 아래 차트를 보시면 매출액은 꾸준히 줄고 있고 영업이익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주업에서 돈을 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무구조마저 나쁩니다. 빚이 많다는 얘기죠. 차입부채가 올해 6월말 현재 1250억원입니다. 최근 3년간 금융비용이 50억~60억원 발생했습니다. 얼추 연 4~5%의 이자를 부담한다는 건데요. 주업에서 손실이 나는 판에 금융비용마저 더해지니 적자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요. 세전계속사업이익이 4년 연속 적자에, 올해 상반기에도 역시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 부채비율이 올해 6월말 현재 123%입니다. 별로 높지 않은데 왜 재무구조가 나쁘다고 하느냐 하실 수 있습니다. 123%의 부채비율은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습니다. 1620억원의 자기자본 중에서 1270억원은 토지를 재평가해서 늘린 것입니다.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않고 장부상으로만 늘어난 자기자본입니다. 토지를 재평가하기 전인 2013년말 자기지본은 720억원 가량이었습니다. 올해 6월말 자기자본에서 토지 재평가로 인한 증가분을 빼면 350억원 정도입니다. 토지재평가가 없었다면 자기자본은 반토막이 되었을 겁니다.
재무구조는 부채비율보다 자본조달비율을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부채비율에는 이자가 발생하는 차입부채 뿐 아니라 매입채무, 미지급금, 미지급비용 등 영업부채도 포함됩니다. 영업부채를 빼고 보면 차입금과 이자비용의 부담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기업 간에 비교하기도 좋습니다.
자본조달비율은 '순차입금/(순차입금+자기자본)'으로 구하는데 대한방직은 올해 6월말 현재 43%정도 됩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토지를 제외한 대한방직의 거의 모든 자산은 차입금으로 조성되었다는 겁니다.
자산이 하는 일이 뭘까요? 돈 벌어오는 겁니다. 자산이 열심히 일을 해야 영업이익이나 영업현금흐름이 흑자가 됩니다. 그런데 차입금으로 자산을 조성했으니 벌어온 돈으로 이자부터 내야지요. 자산이 돈을 잘 벌 때는 이자를 내고도 남는 것(당기순이익)이 있지만, 자산이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면 이자의 압박은 엄청나게 커지게 마련이지요. 사람이 사는 이치나 기업이 사는 이치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돈을 벌어서 이자도 낼 수 없다면, 살림(자산)을 줄여서라도 빚을 갚는 게 급선무겠죠. 그렇지 않으면 언제 부도의 위험에 직면할 지 모르니까요. 대한방직의 1250억원 차입금 중 대부분은 단기차입금과 유동성 장기부채, 그러니까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합니다.

대한방직은 전주공장 부지를 매각한 돈으로 단기차입금 전부를 갚을 수 있습니다. 그럼 이자비용으로 새는 돈을 연간 몇 십억원 줄일 수 있습니다. 당기순이익을 흑자로 돌려 놓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적자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할까요?
대한방직은 단기차입금을 즐겨 쓰는 회사로 보입니다. 차입금의 만기를 장기로 분산을 시켜 놓으면 매년 돌아오는 상환부담이 줄텐데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1년 이내 만기로 차입을 합니다. (신용등급이 낮아서 장기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습니다.)
기업들은 단기차입금을 주로 은행(또는 저축은행)에서 빌립니다. 만기가 짧으니까 금리도 싸고, 자주 거래하는 은행이니까 계속 대출 연장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잘 안 갚습니다. (세살 버릇 여든 갑니다. 잘 안 고쳐집니다)

위 표에서 상환대상 차입금의 후보로 보이는 게 단기차입금 중 일반자금원화대출 291억원과 당좌차월 6.8억원, 장기차입금 중 매출채권유동화담보대출 25억원 입니다. 유전스(USANCE)와 무역금융은 원재료를 수입하고 제품을 수출할 때 이용하는 차입금인데, 다른 차입금에 비해 만기연장이 잘 되는 편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국내 은행들이 외화유동성 부족에 빠지는 바람에 유전스와 무역금융을 중단해 내로라하는 석유회사 철강회사들이 혼쭐이 난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평상시에는 은행들이 연장을 잘 해주는 편이라 기업들이 안전한 차입금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위 차입금 외에 신용보증기금이 신용등급 낮은 기업들을 위해 발행하는 CBO(채권담보부증권)에 편입한 무보증사채 75.5억원이 더 있습니다. 이 중 48억원은 올해 11월에 만기가 오기 때문에 갚아야 합니다.
다 합쳐봐야 380억원 정도인데, 그거라도 다 갚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1600억원이나 남습니다. 하지만, 차입금을 얼마나 갚을 지는 정말 두고 봐야 합니다. 사람 마음 모르듯, 회사 마음도 모릅니다.
땅과 현금을 바꾼 것이지 엄청난 이익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이미 토지를 재평가했다고 말씀드렸으니, 중언부언이 되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한번 더 씁니다. 대한방직이 전주공장 부지를 팔아서 생긴 추가 이익은 얼마 안됩니다. 이미 2014년부터 재평가를 매년 하고 있는 땅이니까, 그 동안의 지가 상승은 자기자본에 상당부분 반영되어 있습니다.

전주공장 부지 매각으로 재무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대한방직이 공시를 해주었습니다(처음에는 이걸 못보고 직접 만들 뻔 했습니다). 부지 매각으로 추가로 발생한 이익은 354억7000만원입니다. 양도대금 1978억여원에서 토지와건물 등의 장부가액 1624억여원을 뺀 금액입니다. 뭐....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이익이 생겼다고 하기는 좀 그렇지 않나요?
유동부채가 192억원 줄어든 것은 부지 매매계약을 하면서 받은 선수금(198억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토지를 넘겼으니 선수금은 더 이상 부채가 아니죠. 자산에서는 매각예정자산(전주공장 부지)이 현금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게 가장 큰 변화입니다. 땅이 현금으로 모양을 바꾼 겁니다. 부채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기는 하지만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향후 주가는 현금의 용도에 달려 있다.
현금은 무수익자산입니다. 그 자체로는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합니다. 차입금을 갚아서 현금유출을 막든지, 어딘가에 투자를 해야 주가에 보탬이 됩니다. 대한방직은 일부 차입금을 갚고도 여전히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게 됩니다. 이걸 어디다 쓸까요.
공시 어디에도 현금의 용처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바이오 벤처기업을 인수할 것인지, 본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생산설비를 확충할 것인지 똑부러지게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혹시 이건 단서가 될까요. 전주공장은 올해 7월1일부로 면사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회사는 당시 공시에서 생산기지를 이전한 후에 일반사 생산을 중단하고 특수사 생산에 집중하겠다고 했습니다. 전주공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173억원 정도였습니다. 총매출의 9% 미만입니다.
생산기지를 이전하려면 땅이 필요합니다. 전주공장이 부지는 넓지만 생산시설은 얼마 안된다고 합니다. 매출에 기여하는 정도가 그래서 낮은가 봅니다. 게다가 일반사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하니 새로운 생산기지는 그리 넓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땅은 필요합니다.
대한방직은 대구공장 부지와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부동산이 있습니다. 여기 어딘가에 새 생산시설이 들어갈 여유토지가 있을까요? 아니면 어딘가 또 다른 유휴 토지가 있는 걸까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땅을 마련해야 할테죠.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현금의 용처를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생산기지라고 해도 1980억원 중 일부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전주공장은 생산능력에 비해 너무 큰 땅입니다. 생산시설로 보유를 했던 것인지, 부동산 가치를 보고 보유를 했던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현금의 용처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겨둘 수 밖에 없겠습니다. 정말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이 돈을 헛되이 쓰면 대한방직의 미래가 불투명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대한방직에 투자하고 있는 분이라면 '감시'의 수준으로 지켜봐야 할 지도 모릅니다. 대한방직에서 벌어진 그 동안의 일과 이번 토지매각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을 감안하면 말이죠.
전주공장 부지, 왜 뜨거운 감자인가

전주공장 부지 매각은 이 지역의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대한방직이 매각을 공식화한 지 꽤 되었기 때문에 재개발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도 높고, 각종 의혹도 제기되었습니다. (재읽사가 제기하는 의혹이 아니니 의혹을 받으시는 분들은 뭐라고 하지 마십시오)
대한방직이 전주공장 부지를 매각하는 상대는 (주)자광 이라는 부동산개발업체인데, 전주공장 부지에 무려 143층짜리 초고층타워를 포함한 복합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랍니다. 서울 잠실의 롯데타워가 123층이거든요. 좀 황당하잖아요. 개발을 하려면 상업용지로 용도변경도 필요하고 초고층 타워를 올리려면 도시기본계획도 변경해야 한답니다. 그런데 전주시민들 사이에서도 반대 여론이 높고 지자체들도 내키지 않아 한답니다. 공장부지가 위치한 효자동 인구 수로 볼 때 2025년까지 도시기본계획 변경이 불가능하다네요.

그래서 '분위기 띄워놓고 결국 아파트 지으려는 거 아니냐'에서부터 '땅을 너무 싸게 판 게 수상하다' '자본금도 적은 소규모 개발업체이면서 143층짜리 타워를 짓겠다는 (주)자광의 정체가 뭐냐' 등등 여러 가지 추측과 의혹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자광이 지역의 유력 언론인 전북일보의 지분을 45%나 인수해, 언론의 힘을 동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습니다.

대한방직이 전주공장 부지 매각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5년에도 있었죠. 당시에는 (주)한양과 부영주택(주) 등 알만한 이름의 건설사들과 협상을 했는데 결국 결렬되었습니다. 당시 전주시의회의 분위기는 매우 부정적이었던 모양입니다.

개발을 위한 부지의 용도변경이 어려울 것 같아 (주)한양과 부영주택(주)이 인수를 포기한 것이라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전부일까요.
대한방직은 지난 2015년 부지 매각을 위한 입찰 당시 어떤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방직은 (주)한양과 계약이 결렬되자 이런 공시를 합니다.

전주공장 부지의 개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주)한양이나 부영주택(주)이 모를 리 없었다고 봅니다. 이런 사정을 건설사가 모르면 누가 알겠습니까. 용도변경과 도시기본계획 변경을 기다리며,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긴 시간을 '버텨야' 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 시간동안 토지 매입을 위해 차입한 자금의 이자를 내면서요.
(주)한양은 양해각서를 교환한 뒤 무려 세 차레나 계약을 연기합니다. 9월25일 양해각서를 맺고 계약을 포기한 2016년 2월12일까지 무려 5개월 가까이 걸렸습니다. 실사를 계속 연장했다는데, 그걸로 시간을 다 소비했을 리는 없고요. 고민할 것 다 하고, 협상할 것 다 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재읽사는 '용도변경이 어려울 것 같아서 포기'한다는 말은 전체의 일부일 뿐이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을 매입해 보려고 했지만, 대한방직이 제시한 주요 조건에 끝내 합의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요. 너무 부담이 컸거나, 실익이 없거나...
그 조건이 무엇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짐작이 된다고 해도 섣불리 내뱉기는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깔끔하게 부지를 매각하고 대가를 지불하면 끝나는 그런 거래가 아니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매우 복잡하고 민감한 조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막대한 개발이익이 기대되는 부지, 시민사회 및 지자체와 보내야 할 지난한 갈등의 시간, 개발에 투입될 막대한 자금...
(어쩌면 개발이익을 나누는 것과 관련된 것인지도...)
(주)자광의 뒤에는 롯데가 있다?
(주)자광은 2017년 3월29일 신설된 시행사입니다. 2017년말 현재 5억여원의 결손이 발생한 상태이고요. 사실상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가 아닐까 추측을 해 봅니다.
(주)자광의 모회사인 (주)자광건설은 지난해말 현재 자본금 5억원에 자기자본 94억원, 자산총계 900억원 정도 되는 역시 시행사입니다. 주주는 1명 뿐이라는군요. 작다고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143층짜리 초고층타워를 지을 정도의 역량이 검증된 곳은 아니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주)자광에는 1980억원의 현금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추측컨데 여러 곳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차입을 했을 겁니다.
시행사들이 부동산 개발을 위해서 토지를 매입할 때 제돈으로 지불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아주 큰 시행라고 하더라도 외부의 투자자로부터 펀딩을 하지요. 특히 건축 승인이 나오기 전에는 은행 등에서 정식 대출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토지매입이수 건축승인까지 브릿지론을 쓰게 되는데, 여기에 저축은행이나 증권사들이 자금공급책의 역할을 합니다. 요즘은 XX투자조합, 단위 신협이나 단위 농협 같은 곳도요. 물론 꼭 그러라는 법은 없지요.
(주)자광은 무얼 믿고 이 큰 판에 뛰어 들었을끼요. 그리고 대한방직은 (주)자광을 어떻게 믿고 매매계약을 한 걸까요.
그 배경에는 바로 롯데건설이 있습니다. 롯데건설은 올해 상반기 중 (주)자광이 전주공장 부지 매입대금으로 치러야 할 잔금(당시에는 1782억원이었을 것입니다)에 대해 지급확약서를 대한방직에 써줍니다. 이 공장부지 개발의 시공사가 바로 롯데건설이거든요. 143층짜리 타워를 지으면 그건 자광타워가 아니라 전주 롯데타워가 되지 않겠습니까?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경우 부동산개발 자금은 시공사의 신용과 담보로 조성됩니다. 사업의 주체는 시행사이지만, 전주들은 시공사를 믿고 빌려 줍니다. 1980억원의 토지 매입대금도 누군가가 롯데건설을 믿고 빌려주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롯데건설은 지급보증, 담보, 채무인수 등 약속한 것이 있겠지요.
(이런 거래를 볼 때마다 늘 헷갈리더라고요. 이 땅의 주인, 이 거래의 주체를 시행사로 봐야 하는지, 시공사로 봐야 하는지 말이예요. 시행사가 시공사를 쓰는 건지, 시공사가 시행사를 쓰는 건지. 법적으로는 당연히 시행사가 주인이고, 주체입니다. 헷갈리는 제가 바보인 겁니다.)
123층의 롯데타워를 건설한 게 롯데건설 맞지요? 당연히 그럴 것 같은데 확인을 한 건 아니라서요.(ㅎㅎ). 뭔가 말이 좀 되는 것 같은데....
(주)자광의 대표이사는 전은수라는 사람입니다. 이 분은 (주)자광건설의 대표이사이기도 합니다. (주)자광건설의 주주는 1인입니다. 이 분이 1인 주주인지는 모릅니다.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분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는 더 있습니다. (주)자광홀딩스, (주)제이엘유나이티드, (주)제이엘유나이티드1, (주)화림 등입니다. 모두 대표이사의 이름이 전은수 입니다.
이 회사들은 서로 특수관계자이고요. 서로 담보를 제공하거나 자금을 대여하고 대여받는 그런 사이입니다. (주)화림은 건물 및 토목엔지니어링 회사인 듯 한데, 회사 내용은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회사들은 모두 부동산개발하는 시행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주)자광은 (주)자광홀딩스와 (주)자광건설이 공동 발기해 만든 회사입니다. 법인은 서로 달라도 한몸처럼 움직이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자광건설과 (주)제이엘유나이티드는 용인시 기흥구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주소를 갖고 있습니다. (주)자광건설의 옛이름이 (주)제이엘유나이티드2입니다. (주)화림도 기흥에 있습니다. (주)제이엘유나이티드1은 여의도에, (주)자광은 전주에 있고요.
(주)자광건설은 용인시 기흥역 롯데캐슬 주상복합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상 분양수입이 1958억원 짜리입니다. 900억원에 롯데건설로 도급을 주었습니다. 용인성복동 주상복합기반시설(토목)도 218억원에 롯데건설에 도급을 주었습니다.
(주)자광홀딩스는 세종특별자치시에 27홀의 대중제 골프장과 부대시설을 갖춘 가칭 "세종레이캐슬 골프클럽"을 공사 중입니다. 롯데건설이 690억원에 시공을 맡았습니다.
(주)제이엘유나이티드는 '용인시 수지구 성복지구 특별계획구역 복합단지 조성'이라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무려 예상 분양수입 1.8조원짜리입니다. 역시 롯데건설이 시공사이고요.
(주)제이엘유나이티드1은 용인시 기흥역 롯데캐슬 스카이 주상복합사업을 끝내고 서초동 주상복합 개발사업을 위해 토지 취득을 완료한 상황입니다. 롯데건설을 다시 거론하지 않아도 되겠죠.
롯데건설은 이 회사들과 당연히 채권/채무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지급보증도 있고 담보도 있습니다. 시행사와 시공사 간에 늘 있는 그런 거래들이죠.
전은수라는 분이 이끄는 저 회사들이 롯데건설에 시공을 주로 맡기는 것과 전주공장 부지 개발과 무슨 관계냐고요?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요. 혹시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는 것이죠.
토지매입대금을 (주)자광에 빌려 준 곳들도, (주)자광에 개발사업을 맡긴 대한방직도 (주)자광을 믿었다기 보다는 롯데건설을 믿었다고 보는 게 설득력이 있지 않나요? 그리고 2015~2016년에 (주)한양이나 부영주택(주)은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 무엇(조건이든, 시간이든, 돈이든)을 롯데건설이니까 감당할 수 있다고 보는 건 좀...무리겠지요... 123층의 롯데타워와 143층의 초고층타워 계획은 우연일 거예요. 그치요?
대한방직의 불미스러운 사건
전주공장 매각과 관련한 의혹 가운데 하나가 매매가격이 너무 싸다는 겁니다. 대한방직이 이 부지를 재평가한 금액이 1624억원인데 이 중 토지가격이 1552억원입니다. 이걸 1m2당으로 하면 대량 77만원 정도가 됩니다. 아마도 공시지가로 재평가를 했겠지요?
그런데 현지의 부동산업자들은 3000억원은 받아야 되는 땅이라고 본다고 합니다. 위에 인용한 기사에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주변 시세가 평당 1000만원이라는 부동산전문가의 멘트도 있습니다. 평당 1000만원면 줄잡아 6500억원? 이건 차이가 너무 심하네요.
흠... 개발계획이 실현될지 몰라서 1000억원 정도 깎아 줬다고 하면 말이 되나 안되나... 이런 땅의 매매가격이 결정되는 메카니즘에 대해 모르는 재읽사로서는 싸게 준 것인지 판단할 수가 없네요. 그냥 그런 의혹이 있다는 정도. 하지만, 싸게 판 게 맞다면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겠지요. 그것도 시세와 많은 차이가 난다면 확실히 그런 이유가 있을 겁니다. (깎아줘야 하는 남모를 사정이나 다른 대가를 받기로 했거나...)
또 재읽사가 모르겠는 것이 있습니다. 2015년에 대한방직이 (주)한양과 양해각서를 맺을 때 전주공장 부지의 매매가격은 2005억원이었습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지난해 10월 (주)자광은 대한방직과 1980억원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더 낮춰서 팔았습니다. 땅값이 내려서 그런 건 아닐텐데..
그리고 원래 계약했던 매매가격이 1980억원이잖아요. 그런데 10월29일이던 잔금 날짜를 열흘 정도 앞당기면서 1억5000만원 정도를 깎아줬습니다. 보통 이렇게 하나요? 마치 열흘의 이자를 제해주듯 말이죠. 단순하게 연율로 환산하면 약 2.7%의 이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뭐 나름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투자자라면 아주 불괘하고 근본적인 의심을 가질 만한 일이 대한방직에서 있었습니다. 대주주이면서 대표이사인 설범회장의 전횡입니다. 이 분이 전현직 임직원들 차명으로 4.88%의 지분을 보유하다가 걸렸고요. 이를 통해 불법적으로 감사선임권을 행사해 왔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2005년에 대구 월배공장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우선협상자로부터 15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유죄선고를 받았는데, 그 돈을 회사에 돌려주지 않았던 것까지 또 걸렸습니다. 또 월배공장을 매각할 때는 33억원의 리베이트를 조건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법원의 판결문에 나와 있다는 겁니다.

이게 다 사실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게 기사까지 나왔습니다. 설범 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했는데, 법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갚지도 않고 갚은 것처럼 위장을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실형을 면하고 집행유예를 받았다는군요. MTN이 세게 썼네요.

대주주이자 회장이신 분이 이런 이력이 있으면... 당연히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누구를 위한 매각인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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