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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장 불황으로 최근 2년간 자산규모가 급격히 줄었지만 두나무㈜는 오히려 확장에 주력해 왔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합니다. 자산의 감소는 주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의 고객예치금 이탈에 따른 것이지만, 두나무㈜는 적극적인 투자로 비유동자산을 늘려 왔거든요.
두나무㈜는 종속기업이나 관계기업을 통해 자산을 키웠습니다. 업비트가 뻔히 고전을 면치 못했을 2018~2019년 종속/관계기업 주식의 규모가 급격히 커진 것을 아래 차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특별히 늘어난 자산이 없습니다.

그런데, 종속기업을 포함하면 두나무㈜ 자산의 크기는 오히려 줄어듭니다. 보통은 종속기업의 자산이 더하면 커져야 하잖아요? 연결 재무제표상 자산 규모가 모회사와 자회사 자산의 단순 합산보다 적은 건 정상입니다. 모회사의 자산이 자회사의 부채이거나 그 반대인 경우는 상계되어 사라질 테니까요. 하지만 자산 총계가 감소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죠.
그 이유를 찾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자회사들의 자산이 처음에 투자했을 당시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겠죠. 모자회사를 연결하게 되면 재무제표에서 종속기업주식이라는 자산이 사라지고, 자회사들의 자산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데, 두나무㈜의 경우 연결 재무제표에 추가된 종속기업 자산이 종속기업 주식의 장부가액에 미치지 못합니다.
상식적으로 개별 재무제표의 종속기업 주식의 값은 종속기업의 순자산 중 모회사의 지분율 만큼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치에 맞지요. 이런 이치에 해당하는 회계처리 기준이 지분법이라는 것이고요. 연결 재무제표는 모회사와 종속기업을 하나의 회사로 보고 작성하죠. 모자회사 간에 다른 조정사항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연결 재무제표의 자산은 모회사와 자회사의 자산의 단순 합산에서 모회사 재무제표의 종속기업 주식을 빼면 됩니다.
두나무㈜의 개별 재무제표는 지분법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종속기업이나 관계기업 주식을 원가법으로 기록합니다. 실적에 따라 자회사의 순자산이 변해도 이를 반영하지 않지요. 그러니까 2019년말 현재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지분 1054억원은 처음 투자할 당시의 취득가액(손상차손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인 것이죠.

이제 짐작이 되시죠? 그렇습니다. 두나무㈜는 적극적인 지분 투자로 7개의 종속기업을 거느리고 있고 ㈜루트원소프트를 제외한 6개는 거의 100% 지분을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투자의 열매를 얻고 있지는 못합니다. 계속해서 적자를 보면서 자산과 순자산이 감소하고 있죠.
2019년말 현재 7개 종속기업의 자산 합계는 838억원, 순자산은 759억원에 불과합니다. 부채가 거의 없어서 적자로 인한 순자산의 감소가 거의 전부 자산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1054억원이 취득원가라고 보면 약 30% 가량의 투자원본을 잃은 셈이죠.

두나무㈜의 종속기업들은 지난해 총 91억원의 총포괄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그 만큼의 순자산을 까먹었죠. 2018년에도 49억원의 총포괄손실을 입었고요. 적자 폭이 큰 회사는 퓨처위즈, 람다256, 디엑스엠 3곳입니다.
퓨처위즈는 증권관련 데이터를 취급하는 기업으로 연혁은 두나무㈜보다 오래 되었죠. 설립 초기 두나무㈜가 퓨처위즈에 세 들어 살기도 했습니다. '증권플러스 for kakao'를 만들면서 서로 협력을 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100% 자회사로 바뀌었네요. 람다256은 블록체인 관련 연구소이고 디엑스엠은 암호화폐 수탁 업무를 하는 곳입니다. 세 자회사 모두 두나무㈜의 두 가지 본업인 주식거래 앱 및 암호화폐 거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회사들 대부분 실적이 모회사인 두나무㈜의 본업의 상황에 좌지우지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두나무가 암호화폐거래와 증권플러스에서 매출 증가와 이익 실현에 성공하면 자회사들의 실적이 좋아지겠지만, 그 반대라면 자회사들의 적자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겠습니다.
두나무㈜의 재무제표는 그리 친절한 편이 아닙니다. 주석을 아무리 뒤져 보아도 증권플러스와 업비트의 매출과 손익을 구분해 놓은 게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짐작은 가능하죠. 지난해 매출과 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비추어 볼 때 대부분의 매출이 업비트로부터 나온다고 볼 수 있고, 이익 역시 그렇습니다.
증권플러스가 최근 각종 정보를 유료화 했으니 어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할 거라고 보지만, 아직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상당 기간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두나무㈜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생기겠습니다. 바로 투자 자금의 부족이죠. 아직 유동성 위기를 논할 정도는 아닐지 몰라도 모회사는 물론 자회사에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주머니 사정이 빠듯할 수 있습니다.

최근 2년간 두나무의 현금은 크게 줄었습니다. 2017년말에는 1조1688억원이나 되었던 현금이 지난해 말에는 3111억원이 되었습니다. 영업활동에서의 순유출이 그대로 현금 감소로 이어진 데다, 자회사 지분 등의 투자에도 돈이 나갔거든요. 회사에서 현금이 줄줄이 새는데, 외부에서 신규 자금을 조달하지도 않았습니다. 차입도 없었고 유상증자도 없었습니다. 회사가 갖고 있던 돈으로 버틴 거죠.
그런데 그 와중에도 배당을 했습니다. 2018년에 99억원, 지난해에는 200억원을 배당했습니다. 왜 했을까요? 사실상 차입금인 우선주 때문일까요? 아뇨,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우선주 발행액이 152억원이고 의무 배당률이 연 1%입니다. 상환보장수익률은 연 8%와 5%짜리로 나뉘지만 이건 나중에 상환할 때 원금에 보태주는 것이고, 배당은 연 1%만 하면 됩니다.
배당은 보통주를 보유한 주주들을 위해 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두나무㈜의 발행주식은 총 3193만주 정도이고, 이중 보통주가 2120만주입니다. 나머지는 연 1% 배당의무가 있는 우선주이고요. 주당 액면가는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100원입니다.
. 주주들이 납입한 자본총액(불입자본)과 비교해도 그렇습니다. 불입자본이 367억원인데 2년 간 배당금이 299억원이네요. 납입 원금의 80% 이상을 2년 간의 배당금으로 회수한 셈입니다.

아 뭐… 배당 재원이 있으니 배당하겠다는 데 웬 시비냐고 하면 할 말 없습니다. 이익잉여금이 1500억원이 넘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익잉여금이 늘고 있다는 게 회사 사정이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거든요. 그 만큼 여유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뜻이 아니니까요.
1조원이 넘던 현금이 2년 만에 3111억원으로 줄었습니다. 매출과 이익은 급감했고 영업으로 전혀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죠. 그 와중에 투자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자회사들 사정이 녹록하지 않아 당분간 돈이 더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3111억원이 전부 두나무 돈도 아닙니다. 주석 공시가 친절하지 않아 정확하다고 할 수 없지만 예수부채 2389억원이 있는데, 이게 아마도 고객예치금일 겁니다. 고객의 돈이니 쓸 수 없죠. 그럼, 기껏해야 500억원 남짓이 두나무가 쓸 수 있는 현금입니다.
2018년 말만 해도 고객예치금은 2944억원이고 보유 현금은 4583억원이니 1500억원 이상의 자체 현금이 있었습니다. 1년 새 3분의 1로 줄었죠. 배당금 잔치로 여유 부릴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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