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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기업 비디아이의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고 합니다. 설립자인 안승만 회장이 김일강 대표이사를 패퇴시키고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고 어제(9월22일) 언론들이 보도했더군요. 그런데 기사를 읽다 보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내용이 많더라고요.


안 회장이 김 사장에게 지분 27%를 넘기기로 했고 실제로 거의 대부분을 양도했다가 김 사장이 반대매매를 당하고, 그 과정에 미국 바이오 기업을 인수하다고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안 회장과 김 사장은 소송 전을 펼치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여튼 눈에 띈 김에 정리를 하고 가야 겠습니다. 그 동안 써 왔던 시리즈와는 조금 다른 스토리이기는 하지만요.



코로나19의 여파로 3월23일 3800원까지 추락했던 비디아이의 주가가 다음 날부터 미친 듯 상승합니다. 4월21일 9740원까지 오르고 최대 주주가 경영권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돕니다. 코스닥시장은 조회공시를 요구하고 회사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죠. 그래도 주가는 뜁니다. 5월12일에는 1만7900원(종가)을 찍습니다. 두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네 배 이상 오른 겁니다.


주가를 끌어올린 호재는 미국 항암 신약개발 전문 기업 엘리슨 파마슈티컬스(이하 엘리슨)의 지분 51%를 250억원에 인수하는 것이었습니다. 비디아이가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한 것은 7월 6일이지만, 양사가 지분인수와 관련한 합의각서를 주고 받은 건 그 보다 두 달 빠른 5월 초순이었고, 이를 전후로 이와 관련한 소식들이 회사 안팎에서 끊이지 않고 흘러 나왔죠.


비디아이는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한국중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등에게 화력발전소 보조기기 설비를 납품하는 발전플랜트 회사입니다. 바이오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죠. 자회사로 에스와이일렉트로닉스가 있는데, 여기는 전기부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안승남 회장이 설립한 이래 바이오와는 담을 쌓고 지내 왔습니다.


엘리슨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시장에 전해질 무렵인 5월4일 비디아이는 16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와 14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합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기로 한 곳은 ㈜에스인베스트먼트플랜, 전환사채를 인수하기로 한 곳은 ㈜지앤지코리아테크라는 곳입니다.



대략 위와 같은 그림입니다. 외부의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유치해 엘리슨 인수로 바이오사업에 진출하는 것이죠. 발전플랜트만 평생 해 오던 분들이 바이오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 바이오사업을 맡아 할 사람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그 외부의 투자자들이 회사로 입성합니다.


6월26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외 이사로 새로 취임한 분들이죠. 김일강 대표이사를 위시해 정화섭, 이진혁, 황병두, 이종호 이사입니다. 예경남 대표가 사임하고 안승만 김일강의 각자대표 체제로 바뀌고, 바이오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조정도 주주총회에서 승인됩니다.


에스인베스트먼트플랜은 경영컨설팅업체라는 정보 밖에는 딱히 얻을 게 없습니다. 대표이사는 이재훈이라는 분이군요. 코스닥시장의 전환사채에 투자하거나 M&A에 관여하는 수 많은 경영컨설팅업체 중 하나일 거라고 짐작됩니다. 선수(?) 일지도 모르죠. 지앤지테크코리아는 '플라스틱 적층, 도포 및 기타 표면처리 제품 제조업'이라는 걸 하는군요. 뭔지 모르겠습니다. 종업원 수 12명인데, 2019년 기준 112억원의 매출에 4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내는 곳이네요. 중소기업이군요.


비디아이가 엘리슨 인수를 선언하면서 그랬습니다. 보유한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줄잡아도 6000억원에 이른다고요. "글로벌 빅파마가 되겠다"고 보무도 당당하게 외쳤죠. 아니 이런 거창한 꿈을 꾸는 기업이 정체가 무언지, 자금력이 있기는 한 건지 알 수 없는 곳에서 투자자금을 유치하네요? 에스인베스트먼트플랜이나 지앤지테크코리아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상식적으로 160억원이나 140억원의 현금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무리잖아요?



두 회사는 십중팔구 경영진에 새로 입성한 김일강 대표이사와 관련이 있는 곳이거나, 김일강 대표가 섭외한 곳이겠죠. 실제로 CB와 BW를 인수할 돈이 어디에서 나올 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을 테니 알 수 없고요.


바이오사업을 들고 입성한 새로운 경영진들은 바이오 전문가들일까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데, 이력으로는 그럴 것 같지가 않습니다. 김일강 대표는 팍스파트너스, 팍스에너지, 팍스BNC, IBFC, 팍스글로벌이라는 여러 회사의 회장을 역임했거나 현 회장인데, 팍스파트너스와 팍스에너지는 같은 회사인 것 같고, 팍스BNC와 IBFC는 구글링을 해도 검색이 되지 않는 곳이고, 팍스글로벌은 항구 및 기타 해상 터미널 운영업을 하는 회사라고만 나와 있네요. 구글링이 되는 세 회사의 대표는 모두 허성진이라는 한 분이고, 세 회사는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니 중기업도 되지 않는 작은 회사들이 틀림없습니다.


정화섭 이사는 현 KBS TV 프로그램 심의위원이고, 이진혁 이사는 칼리온은행 한국총괄대표와 증권사(하나금융투자) 부사장을 지낸 금융맨이네요. 황병두 이사는 팍스글로벌 부회장이고, 이종호 이사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포스코건설에서 구매를 담당하던 분이군요. 이력이 거의 겹치지 않는 이 분들이 어떻게 의기투합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바이오와 관련된 경력이 있는 분은 아무도 없네요. 아, 딱 한 사람 있습니다. 에드윈 토마스(Edwin Thomas). 바로 비디아이가 인수하겠다고 나선 엘리슨의 CEO입니다. 엘리슨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비디아이 등기 이사가 됐습니다.


엘리슨이란 회사 말입니다. 보도된 바로는 신약 개발 가능성이 아주 높은 회사로 비쳐집니다. 췌장암 2차 치료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고, 폐암치료제, 소아 골육종 치료제, 뇌암 치료제는 2상을 진행 중이랍니다. 췌장암 2차 치료제(글루포사미드)는 미국과 유럽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고, FDA에서 특별임상계획 평가 허가까지 획득해 임상 3상 연구지원을 받는 답니다. 이미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2022년 신약 판매 허가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완전 대박 날 느낌입니다.


만약 이런 기업이 국내 기업이라면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까요? 아마 이미 특례상장이 되어서 최소한 수 천억원의 시가총액을 과시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미국 대형 제약회사도 아니고, 한국의 유한양행이나 한미약품도 아니고, 시총 1000억원도 되지 않는 발전플랜트 회사 비디아이의 눈에 띄었네요.


보도에 따르면, 어떤 바이오 전문 평가기관(어디인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의 보고서에 엘리슨이 보유한 4개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위험조정순현재가치법으로 평가해 6000억원에 이른다고 했답니다. 그것도 위험을 상당히 높이 평가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한 결과라고 하네요.


비디아이 입장에서는 횡재도 이런 횡재가 없습니다. 반대로 엘리슨 입장에서는, 아니 왜? 굴지의 제약회사나 대형 투자자에게서 투자를 받지 않고 바다 건너 한국의 발전플랜트 중소기업(중소기업법 2조에 의한 중소기업 맞습니다)에게 온 겁니까?


비디아이가 250억원에 유상증자에 참여해 50.98%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현재 엘리슨의 기업가치는 250억원이라는 얘기네요? 비디아이가 기존의 엘리슨 기업가치보다 엄청나게 싸게 인수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예요.


아직 신약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 탓인지 엘리슨의 재무상황은 아주 열악합니다. 몇 년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죠. 매출이 12억원 정도 나오는데 순손실은 매년 20억원을 오르내립니다. 자산은 7300만원 밖에 되지 않고, 부채가 158억원에 이릅니다. 재무적으로는 이미 망했어도 이상할 게 없는 회사죠.



엘리슨의 자본금은 2017년부터 7억3000만원으로 변동이 없습니다. 이미 다 까먹고 없는 자본금이지만요. 6000억원의 가치가 있는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회사가 그 동안 자본 유치를 하지 못했거나 하지 않았다는 소립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참 이해가 어렵습니다. 다음 편에 이어서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