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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빗썸의 새 주인이 될 지도 모르는(상당히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지만) 이원컴포텍은 상용차용 시트를 제조해 대부분 현대차그룹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 유망중소기업(기업은행), 우량기술기업 선정(기술신용보증기금), 기업인대회 종합대상(충청남도) 등 꽤 유망한 중소기업의 성장경로를 걸어온 듯 합니다. 2009년 코스닥 시장에 성장할 때까지는 말이죠.


하지만 상장 이후 성장판이 닫힌 모양입니다. 매출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주지만 이익은 거의 나지 않아 근근이 버티어 왔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부품단가는 오르지만 판매가격은 거의 변화가 없더군요. 막강 파워를 가진 고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납품업체의 비애를 보는 것 같습니다. 미국과 터키에 자회사를 설립했다가 폐지 또는 청산하는 아픔을 겪습니다. 무언가를 해보려던 시도가 번번이 막힌 모양이죠.


캡티브(captive) 마켓을 보유한 회사의 장점과 단점이 그렇죠. 일정 수준까지는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지만 고객 기반이 넓지 않기 때문에 큰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습니다. 소수 고객에 의존도가 크다 보면 납품 단가 등 협상력도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장 이후 두 차례 주인이 바뀝니다. 2013년에 자동차 부품업체인 ㈜디이시로, 지난해 말에 사보이투자1호조합(이하 사보이 1호)으로 변경되죠. ㈜디이시가 새 주인이 된 후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합니다. 최근 2년간 매출 정체에서 벗어나고 수익이 좀 나는가 싶더니 최대 주주가 회사를 팔았네요.


디이시가 최대 주주일 때만 해도 재무제표는 단출했습니다. 본업 외에 눈을 돌린 적이 없으니, 자산의 대부분은 영업의 결과이거나 영업용 자산이고, 해외 계열사 2곳 빼고는 타법인 주식도 없습니다. 2017년에 시설 투자를 위해 차입금과 유상증자(30억원)로 약 100억원을 마련한 걸 빼면 이렇다 할 자금조달 활동도 없습니다. 본업에만 열중해 왔다고 볼 수 있죠.


투자조합이 주인으로 들어 온 뒤 회사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지난해 말 유상증자(82.6억원)과 전환사채 발행(50억원), 올해 추가 전환사채 발행(약 93억원)으로 약 225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조성하더니 본업과 전혀 무관한 곳에 투자를 합니다. ㈜이노베이션이라는 신약개발 회사 지분 29.41%를 25억원에 사들이고, 빗썸의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이던 김재욱씨로부터 비트갤럭시아투자 1호조합 지분을 300억원에 사기로 계약합니다.



위 그림에서 종속 및 관계기업 투자자산은 바이오 스타트업체인 ㈜이노베이션 지분이고, 기타비유동자산 120억원은 비트갤럭시아투자 1호조합에 지불한 장기선급금입니다. 지금은 잔금 지급까지 끝났죠. 이로써 이원컴포텍은 코스닥 상장사 버킷 스튜디오의 최대 주주가 되었고요.


㈜이노베이션(대표 김승구)은 지난해말 현재 자본금 5000만원짜리 회사였습니다. 이원컴포텍이 유상증자로 참여하기 직전인 올해 2월 3억원(주당 발행가액 5000원)으로 증자를 합니다. 이원컴포텍은 두 달 후 이 회사 신주 2만5000주를 주당 100만원 주고 인수하죠. 두 달 만에 기업가치가 3억원에서 85억원으로 뛴 셈이네요. 와우!!


이노베이션은 설립된 지 불과 4개월짜리 회사였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당연히 '0원'이고요. 외감법인이 당연히 아니니 공시된 정보도 없고, 구굴링을 해도 홈페이지조차 검색이 안됩니다. 최대 주주는 ㈜마노바이오라는 곳인데, 이노베이션보다 4일 빠른 지난해 12월 13일 자본금 100만원으로 설립된 회사입니다. 1인 주주인 회사였겠죠. ㈜마노바이오는 현재 이원컴포텍보다 딱 1000주 많은 2만6000주(지분율 30.5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시간 순으로 보면, 이원컴포텍이 사보이1호를 새 주인으로 맞은 게 11월 17일이고, 한달 후 마노바이오와 이노베이션이 나란히 설립됩니다. 그리고 두 달 후 마노바이오는 이노베이션에 1억3000만원(지분율44.33%)을 투자한 최대 주주가 되어 있고요. 다시 두 달 후 이원컴포텍이 주당 100만원씩 후하게 값을 쳐서 25억원을 출자합니다. 꼭 정해진 수순처럼 빠르게 진행이 된 느낌이 드는 건 지나친 의심일까요.


도대체 무엇에 반했길래 이원컴포텍은 이노베이션을 그렇게 높게 평가한 것일까요.


이원컴포텍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면역항암제 진단키트의 정확성이 탁월하게 우수하다고 판단해 투자를 했다고 합니다.



불과 4개월된 회사의 진단키트, 그것도 생산이 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연구단계인 것으로 보이는데 말입니다. 확실히 검증된 것 맞나요? 진단키트의 우수성은 누가 판단할 것일까요? 확실히 믿을 만한 정보가 없으니 의심을 거둘 수 없습니다.


관련된 뉴스가 하나 있기는 합니다. 이원컴포텍이 이노베이션 신주를 인수한 직후에 국립암센터가 . 이 회사에 혈액을 이용한 면역관문억제제 동반진단법에 대한 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제3세대 항암제인 면역관문억제제는 매우 고가의 치료법인데, 항암제가 환자에게 잘 듣는지 제대로 된 동반진단법이 없답니다. 그런데 국립암센터가 조직이 아닌 혈액을 이용해 항암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냈고, 이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이노베이션에 이전했다는 겁니다.


전문가가 아니라 이 기술의 우수성과 사업화 가능성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짐작할 수 있는 건 있군요. 이 때까지 이노베이션에는 진단키트와 관련된 자체 기술이 없었을 것이라는 거죠. 이노베이션 김승구 대표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임상적 검증을 거쳐 동반진단 키트를 생산하고, 세계적 기업과 연계를 통해 사업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하네요. 네, 자체 보유 기술은 없었다는 걸 인정한 셈입니다.


이원컴포텍은 이노베이션 지분을 주당 100만원에 책정한 것에 대해 회계법인의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는데,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은 이런 평가를 믿지 않습니다. 회계법인 역시 이노베이션의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는 없었을 터이니, 회사가 제출한 예측 자료를 근거로 판단했겠죠. 사업화가 확실해진 것도 아니고, 진단키트를 생산하기도 전인데, 미래 매출 및 현금흐름을 누가 알 수 있습니까?


이노베이션 김승구 대표는 코스닥 상장사로 상장폐지되어 이달에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이루어진 아이엠텍의 상근 이사였습니다. 올해 3월이 임기 만료였죠. 아이엠텍 연혁을 보니 난리가 아니었더군요. 2017년 이후 경영권이 무려 6번이나 바뀌고, 그 동안 10여 차례의 전환사채 발행과 M&A로 점철된 시간을 보내면서 회사가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김승구 대표는 2017년 3월에 아이엠텍 지분을 인수한 곳 중 케이지피㈜측 인물인데, 케이지피는 과거 신호제지에서 이름이 바뀐 이엔페이퍼가 산업용지 부문을 분할해 설립한 회사입니다. 현재 사명은 컨버즈로 코스피 상장사인데, 자본금 전액 잠식으로 현재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김대표는 2015년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컨버즈의 대표이사를 지냈죠. 그 즈음 컨버즈의 최대 주주가 국일제지에서 기업인수합병 전문회사인 디바이너홀딩스㈜라는 곳으로 바뀌면서 디바이너홀딩스㈜의 인사로 컨버즈 경영진에 합류하죠. 컨버즈는 이때부터 각종 투자회사가 번갈아 최대 주주가 되면서 역시 망조가 듭니다.


컨버드 경영진에 입성할 당시 김 대표의 이력에는 ㈜아이니츠의 전 대표라고 되어 있는데, 구굴링을 해보면 아직도 아이니츠의 최대 주주(48.41%)이자 대표이사로 나오는 군요. 어떤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니츠는 컴퓨터 영상시스템을 도소매하는 업체인데, 2007년에 스크린골프사업을 론칭했었나 봅니다.


확실한 건 김승구 대표가 신약개발 전문가도 아니고, 바이오 전문가도 아니라 M&A투자 전문회사 출신이라는 것이죠. 일일이 거론하기는 지면 낭비일 것 같고, 컨버즈에 투자했던 세력들이 아이엠텍으로 넘어간 흔적이 보이는 군요. 관련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노베이션의 상반기말 자산총액은 32억원, 자본총계는 19억원이군요. 이원컴포텍의 유상증자를 합해 총 28억원이 출자되었는데, 약 상반기 중 10억원 가까이 까먹었네요. 부채로 13억원이 있는 걸 보면, 진단키트를 생산하기 위해 뭔가를 하기는 하나 봅니다.


이원컴포텍의 주가는 사보이1호로 바뀌면서 폭등해 지난해 말 2만원에 육박했다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그러다 이노베이션에 투자한다는 소식을 재료로 지난 3~4월에 한 차례 급등을 보여주었죠. 느낌으로는 주식시장을 휩쓸고 다니는 세력들이 이원컴포텍에서 뭔가 한 건 해 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