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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컴포텍의 실제 주인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지분율로 보자면, 현재 최대 주주인 사보이투자1호조합(이하 사보이투자1호)의 최대 출자자 에이루트, 그 에이루트의 최대주주인 포르투나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포르투나제1호)의 전주(錢主)가 일단 후보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포루투나제1호에 대한 정보는 너무나 부족합니다.
포르투나제1호는 에이루트 인수를 위해 지난해 5월에 새로 조성된 펀드입니다. 8인의 출자자가 존재하고, 0.57%의 지분을 갖고 있는 케이앤티파트너스라는 곳에서 업무집행사원(GP)을 맡고 있죠. 나머지 7인의 출자자 지분이 99.43%가 되는데, 그 7인이 누군지 공개된 정보가 없습니다.

올해 발행된 전환사채 인수로 잠재적 의결권을 포함하면 최대 주주가 될 프로페이스 사이언시스, 그 프로페이스 사이언시스의 최대 지분(53%)을 보유한 헬렌 킴(Hellen H. Kim)이란 분도 후보가 될 수 있죠. 하지만 이 분도 위장일 수 있습니다. 일단 회사의 실체를 검증할 수 있는 정보가 없는 데다가, 자산이 115억원인 회사가 이원컴포텍 지분과 전환사채를 사는데 130억원을 쏟아 부었으니, 그 돈이 전부 회사 자체자금일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인수자금을 제공한 제3자가 있겠죠. 증자를 했든, 차입을 했든 말입니다. 헬렌 킴이 이원컴포텍의 새 주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름을 숨기고 있는 다른 사람일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엉뚱하게도 사보이투자1호가 아니라 구주를 인수한 다른 3개 투자조합의 조합원 중에 진짜 전주가 숨어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조합들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으니 검토할 만한 실익이 없습니다.
실마리를 경영진에서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최대 주주가 바뀌면서 선임된 경영진 중에 전주가 있을 수 있죠. 모두 6명의 사내이사가 지난해 11월 선임되는데, 어째 이력이 석연치 않습니다. 대표이사 두 분은 나중에 보기로 하고, 우선 서문동군씨부터 볼까요.

서문동군씨는 지난 편에서 잠깐 언급했는데, 에이루트가 제이스페판㈜이던 시절에 대표이사를 지낸 분이고, 그 전에는 필로시스헬스케어라는 회사의 대표도 했습니다. 필로시스헬스케어, 아주 수상한 기업이죠. 세전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해 올해 3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는데, 지난 8월에는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화이자에 공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4배나 급등하기도 했죠.
서문동군씨는 이 회사 대표를 2016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역임했는데, 최대 주주가 개인에서 투자조합(네오바이오1호)으로 바뀌면서 대표가 되었고, 다시 최대 주주가 바뀌면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6월에 에이루트의 최대주주가 포르투나제1호로 바뀐 후에 7월에 대표이사로 영입되어 아직 대표로 있습니다.
필로시스헬스케어나 에이루트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필로시스헬스케어는 원래 셋톱박스를 만들던 토필드라는 회사였고, 에이루트는 미니프린터를 만드는 세우테크라는 회사였습니다. 상장폐지 위기를 겪거나 관리종목에 지정됐다가 회사가 기업사냥꾼에게 팔리고, 그 이후에 회사 이름을 바꾸고 본업과 무관한 새로운 사업(바이오)으로 포장하지만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는 못하죠. 대주주가 자주 바뀌고 그럴 때마다 유상증자는 물론 전환사채 발행을 밥 먹듯 합니다. 그럴 때마다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에이루트도 서문동군씨도 이원컴포텍의 실제 주인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필로시스헬스케어 대표 시절에 개인 지분을 1~2% 남짓 가진 적이 있을 뿐이고, 에이루트의 지분도 갖고 있지 않은 모양입니다. 물론 에이루트의 최대 주주인 포르투나제1호의 전주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죠. 그런데 서문동군씨가 포루트나제1호의 전주이고, 에이루트를 통해 이원컴포텍의 경영권을 획득하려고 했다면, 서문동군씨가 이원컴포텍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일 겁니다. 아마도 실제 주인의 우호세력쯤 되지 않을까요?
신희주씨는 에스마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분 역시 에스마크가 보스톤성장기업5호라는 투자조합의 소유가 되면서 대표이사를 맡았다가, 조광래라는 개인으로 최대 주주가 다시 바뀌면서 지난 7월에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이 분 역시 투자조합과 행동을 같이 하는 분이군요. 서문동군씨와 마찬가지로 이원컴포텍 지분을 인수한 어떤 투자조합의 대표선수로 경영진에 합류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에스마크는 감사의견 거절로 지난 5월 최종 상장폐지된 회사입니다.
스캇 월드만과 해리 아레나는 한 묶음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필룩스에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100% 자회사 리미나투스파마의 대표가 스캇 월드만입니다. 리미나투스파마의 자회사 바이럴 진의 대표이기도 했고요. 리미나투스파마의 파이프라인인 대장암 치료제의 기술을 개발한 토마스제퍼슨 대학병원 교수입니다. 해리 아레나는 스캇 월드만과 함께 대장암 치료제 연구를 오래 함께 한 것으로 알려진 티디티(Targeted Diagnostics & Therapeutics Inc)의 현재 대표입니다.
이상한 건, 필룩스의 동업자인 이 두분이 왜 이원컴포텍에 와 있느냐는 것이죠. 리미나투스파마는 여전히 필룩스의 100% 자회사인데, 왜 이원컴포텍(정확히는 이원컴포텍의 지분을 보유한 프로페이스 사이언시스)과 연구개발 제휴를 맺고, 스캇 월드만 교수가 왜 이원컴포텍의 바이오사업을 진두지휘하는냐는 것이죠.
필룩스는 2018년 4월에 ㈜블루비스타로 최대 주주가 바뀌는데, 그 때 2대 주주이면서 블루비스타와 지분 공동 보유 약정을 맺은 곳이 코아젠투스 파마(Coagentus Phama)라는 미국 기업이었고, 이 회사는 스캇 월드만 교수가 설립한 회사였습니다. 말하자면 필룩스를 공동 인수한 것이죠. 동시에 스캇 월드만고 해리 아레나가 필룩스의 이사로 취임합니다.
필룩스는 코아젠투스파마의 자회사였던 리미나투스파마의 지분 100%를 인수하죠. 그런데 이게 좀 애매합니다. 코아젠투스파마가 언제든지 리미나투스파마의 지분 50%까지를 주당 0.01달러에 매수할 수 있는 옵션이 있었습니다. 거의 거저로 절반의 지분을 가져갈 수 있었다는 것이죠. 실질적으로는 리미나투스파마를 필룩스의 종속회사로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필룩스와 스캇 월드만의 동맹에 이상 징후가 포착됩니다. 코아젠투스파마가 보유 주식을 아세카홀딩스에 대거 장외 매도하면서 지분율이 12.97%에서 4.55%로 낮아집니다. 두 달이 지난 7월에는 최대 주주인 ㈜블루비스타가 삼본전자에 구주를 매각하고, 삼본전자가 유상신주를 취득하면서 필룩스의 최대 주주가 되죠. 동반 입성했다가 동반 탈출하는 것 같죠?

10월에는 필룩스의 대표를 맡고 있던 안원환씨와 스캇 월드만, 해리 아레나 세 사람이 이사직을 사임하고 물러납니다. 대신 새로운 대주주인 삼본전자 측에서 3인의 사내 이사를 경영진에 올리죠.
그런데 삼본전자가 최대 주주가 된 직후 필룩스는 미국 자회사와 손자회사인 리미나투스파마와 바이럴 진의 대표로 스캇 월드만을 선임합니다. 리미나투스파마의 나스닥 상장 책임을 맡기죠. 그리고 두 달 후 스캇 월드만과 해리 아레나가 필룩스 경영진에서 물러난 겁니다.
삼본전자가 최대 주주가 된 후에도 ㈜블루비스타에서 이사로 선임된 분들이 경영진에 포진해 있었습니다. 삼본전자와 블루비스타가 단지 매매 계약의 상대방은 아니었더라는 것이죠. 삼본전자는 자금을 대고, 블루비스타는 대장암 신약 개발 프로젝트 및 리미나투스파마의 나스닥 상장에 협조하는 어떤 약속 같은 게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8월 이후 필룩스는 더 이상 리미나투스파마의 나스닥 상장에 대해 발표하거나 공시한 게 없습니다. 필룩스로부터 리미나투스파마 나스닥 상장을 명령 받은 스캇 월드만 등은 한달 뒤 이원컴포텍의 이사로 취임하고 말이죠. 필룩스가 올해 6월말 현재로도 여전히 리미나투스파마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이 미스터리를 풀 단서가 필룩스의 손자회사이자, 리미나투스파마의 자회사로 있던 바이럴 진입니다. 필룩스는 지난해 8월 리미나투스파마에 바이럴 진 지분 97%를 6000만 달러에 조건부로 양도합니다. 스캇 월드만이 리미나투스파마의 대표이사가 되는 그 시점이죠. 물론 나스닥 사장을 위한 겁니다. 매각대금을 리미나투스파마의 나스닥 상장 후 10일 이내에 리미나투스파마의 IPO 신주로 받기로 돼 있었습니다.
바이럴 진을 리미나투스파마 자회사로 두기로 한 건 리미나투스파마의 기업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시도였습니다. 기업공개 자문을 맡은 레니먼드제임스에서 바이럴 진의 면역항암백신 파이프라인을 리미나투스파마에 더하면 나스닥 상장이 쉬워지고 기업가치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필룩스를(정확히는 필룩스의 새로운 주인인 삼본전자겠죠?)꼬드겼죠.
이 약정에는 1년 이내에 프리 IPO가 성공하지 못하거나 2년 이내에 리미니투스파마가 나스닥에 상장하지 못하면 취소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미 1년이 지났지만 리미나투스파마가 프리 IPO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죠? 둘의 약정을 깰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단서는 필룩스가 리미나투스파마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이죠. 바이럴 진은 종속회사로 분류하면서도 리미나투스파마를 관계기업으로 둔 것은 이사회 구성 때문입니다. 경영 의사결정을 5대5로 할 수 있으면 공동기업이 될 텐데, 그것도 안되는 모양이죠. 지분을 100% 갖고 있을 뿐이지, 지배력이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제 어떻게 리미나투스파마가 필룩스를 놔두고 이원컴포텍과 연구개발 제휴를 맺고, 아시아 판권을 제공할 수 있는지 의문이 풀립니다. 리미나투스, 아니 스캇 월드만은 필룩스에 구애받지 않고 이원컴포텍과 손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사실상 필룩스와 리미나투스파마는 결별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네요.
최대주주가 삼본전자로 바뀐 후에도 필룩스의 기존 경영진이 유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발생한 걸 보면, 뭔가 사고가 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반목? 배신?
스캇 월드만을 이원컴포텍으로 이끈 인물은 누구일까요? 아무래도 이원컴포텍의 대표이사에 오른 두 사람을 주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경훈과 홍진영 두 사람 중 홍진영은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기아차 공장장과 현대위아 기계사업본부장(전무)을 지낸 분이 외국 바이오 기업 경영자이자 의학박사를 섭외했을 것 같지는 않네요.
이경훈씨는 어떤 사람일까요. 이원컴포텍 공시에는 현직 변호사라고만 나와 있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지요. 한국야쿠르트 자회사인 코스닥 상장사 큐렉소의 대표를 2012년까지 3년 이상 맡아 했죠.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인 로봇닥을 앞세워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사람이 이경훈씨입니다.
이경훈씨는 큐렉소 대표를 그만두자 마자 발효유를 만드는 코스닥 상장사 네오퍼플이란 회사의 지분 취득에 나섭니다. 네오퍼플 지분 6.62%를 99억원에 인수하고, 미국 인공심장장치 개발업체인 클리브랜드하트를 네오퍼플에서 인수해 인공심장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죠. 필룩스 또는 이원컴포텍이 하려는 것과 뭔가 맥락이 비슷하네요. 이경훈씨의 네오퍼플 인수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지분매입 대금을 납입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되죠. 네오퍼플은 이듬해인 2013년 상장폐지됩니다.
2017년 자본금 100만원짜리(2016년말 현재 자기자본은 4300만원) 주식회사 유앤아이글로벌이 코스닥상장사 넥스지의 최대 주주가 됩니다. 인수자금 135억원 전액을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차입해 지분을 사들이죠. 넥스지의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대표이사가 된 사람이 이경훈씨입니다.
넥스지는 이경훈 대표가 들어선 후 2018년 블록체인사업에 진출하고 공업용 인조사파이어 기판을 생산하는 ㈜사바이어테크놀로지를 인수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서지만 곧바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그해 9월 상장폐지를 거쳐 지난해 회생절차 개시결정(법정관리)을 받습니다.
이경훈씨를 비롯해 이원컴포텍의 경영진 누구도 현 최대 주주인 사보이투자1과 특수관계가 아닌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투자를 했을지는 몰라도 최소한 사보이투자1에 자기 명의로 출자를 하지는 않았다는 뜻이죠.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아닐지 몰라도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경훈씨만은 어떤 식으로든 이원컴포텍의 지분을 실질 소유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되네요. 그간의 이력으로 보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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