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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커넬을 최대 주주로 삼은 필룩스가 처음 인수한 회사는 상지건설인데, 이 거래가 나름 흥미롭습니다. 후에 상지카일룸과도 연결되죠. 필룩스는 2016년 7월 자회사인 ㈜바이필룩스와 함께 상지건설 지분 75.88%를 사들입니다. 필룩스가 31.58%를 35억원에, 바이필룩스가 44.3%를 58억9200만원에 취득합니다.


상지건설은 약 30억원의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을 93억원 정도로 늘려 놓은 상태였고 매출액은 200억원이 채 되지 않았죠. 100억원 가량의 대규모 적자를 본 후 2년 연속 4억원 대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었습니다. 기업가치라는 것이 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매겨질 수 있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약 76%의 지분 값으로 100억원에 가까운 대가를 지불할 정도가 되나 싶습니다.


바이필룩스는 양수대금 전액을 필룩스에서 금전차입해 지불하고, 필룩스는 35억원을 제3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해 조달합니다. 이 전환사채를 인수한 사람은 유지호(28억원) 한종희(7억원)인데, 유지호씨는 상지건설의 62.29%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이고, 한종희씨는 2대 주주(5.88%) 겸 대표이사였습니다.


필룩스는 전달인 6월에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을 대상으로 100억원의 2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했습니다. 바이필룩스에 대여한 58억9200만원의 출처일 것입니다. 전환사채를 발행한 돈을 자회사에 대여해 상지건설의 최대 주주로 세우고, 자신은 상지건설의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인수 대금으로 쓴 것이죠.



필룩스와 바이필룩스가 인수한 상지건설 지분은 거의 유지호씨와 한종희씨가 보유하던 것입니다. 결국 두 사람은 현금 58억9200만원과 필룩스 전환사채 35억원을 대가로 회사를 넘긴 것이고, 두 사람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필룩스가 상지건설 인수로 지불한 현금은 58억9200만원에 그치게 되죠. 필룩스가 전환사채를 발행했지만 현금 유입은 없고,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35억원을 갚아야 할 일도 없죠. 다만, 주식 수가 늘어나 주가 희석 효과로 일반 주주가 피해를 볼 뿐입니다.


필룩스와 바이필룩스는 공동 인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상지건설 취득단가가 달랐습니다. 바이필룩스는 주당 1만원에 샀고, 필룩스는 주당 8333원에 샀죠. 35억원은 유지호 한종희씨 주머니에서 나와 다시 그 주머니로 들어갔으니 실제 이동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필룩스의 주당 인수가액과 바이필룩스의 인수가액 차이는 필룩스 주식을 전환사채 전환가액(4700원)에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 가격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그런데 참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왜 필룩스는 굳이 자회사에 자금을 대여해 상지건설 지분을 공동 인수한 걸까요. 결국 필룩스의 돈이 들어가는 것인데, 자회사를 들러리로 세울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걸까요?


상지건설을 인수한 필룩스는 그 해 12월 서울 도곡동의 토지 2,586.0㎡(약 782평)를 250억원에 매입하게 되는데, 여기에 들어서는 게 바로 매봉산을 끼고 있는 최고급 빌라 도곡상지카일룸입니다. 이 토지를 사기 위해 필룩스는 금융기관에서 160억원의 담보대출을 받습니다. 그 전에 두 차례의 전환사채 발행으로 85억원을 확보해 놓았고요.


바로 그 무렵 상지카일룸은 최대 주주가 바뀌었습니다. 상지카일룸의 원래 이름은 코스닥 상장사인 ㈜르네코라는 회사로 전기공사업을 하는 곳이었는데, 자본금 3억원의 신설법인 ㈜씨지아이홀딩스가 20억원의 3자배정 유상증자(7.96%)에 참여해 최대 주주로 등극합니다. 당연히 인수대금의 대부분은 차입금으로 마련하죠.


당시 르네코의 대표이사가 신동걸이라는 분인데, 2014년부터 계속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죠. 그 후에 최대 주주가 여러 번 바뀌었는데도 대표이사로 남아 있습니다. 씨지아이홀딩스는 나순화라는 분이 단독 주주로 보고가 되었는데, 실제로는 신동걸씨가 주인이라고 언론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르네코의 직전 최대 주주인 이제이레저㈜는 태창유통이라는 회사가 100%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이 회사의 대표 이름은 신동호였습니다. 신동걸씨와 관련된 분인 것 같아요. 실제로 두 회사는 지분에 대한 공동 보유 계약을 맺고 경영권을 공유합니다.


최대 주주가 바뀌고 난 후 르네코는 자본잠식과 2년 연속 대규모 손실로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기업 이미지를 높이겠다며 사명을 포워드컴퍼니스로 바꾸고 바로 그날 상지건설 지분 인수를 결정합니다.


포워드컴퍼니스는 상지건설 지분을 세 차례에 걸쳐 양수하는데, 8월8일에 기타주주 36인이 보유한 18.54%를 주당 9186원에 사고, 8월16일에는 필룩스가 보유한 지분을 역시 주당 9186원(38억5812만원)에 매입합니다. 그리고 두 달 후인 10월20일 바이필룩스가 보유한 지분을 주당 1만원(58억9200만원)에 사들여 94.41%의 최대 주주가 되지요.


포워드컴퍼니스는 바이필룩스로부터 상지건설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 5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11.9%)를 실시합니다. 그런데 이때 신주를 받아가는 곳이 바로 필룩스입니다. 포워드컴퍼니스는 11.9%의 지분을 필룩스에 주고, 바이필룩스의 상지건설 지분을 가져온 것이죠. 포워드컴퍼니스는 상지건설 인수를 위해 총 120억원 가량을 투입했지만, 필룩스가 유상증자로 50억원을 제공했으니 실제로는 70억원이 들어간 것이죠.



이 거래가 이루어진 건 필룩스가 상지건설을 인수한 1년 남짓 되는 시점이었습니다. 필룩스가 남긴 매매차익은 고작 3억5812만원이고, 바이필룩스는 인수가격 그대로 지분을 넘깁니다. 상지건설을 통해 도곡동 토지를 개발하기 위해 250억원이나 투입했으면서 말이죠. 마치 1년전부터 예정이라도 되어 있던 것처럼 거래가 이루어지네요.


포워드컴퍼니스는 관리종목에서 탈피하기 위해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필룩스의 증자 참여는 하늘에서 내려 온 동아줄 같은 것이죠. 게다가 상지건설을 덤으로 인수하게 된 형국입니다. 필룩스는 상지건설 인수대금을 전액 회수하면서 상지건설의 모회사이자 상장사인 포워드컴퍼니스의 2대 주주가 되고요.


이 거래는 필룩스의 상지건설 매각이 아니라 포워드컴퍼니스 인수 거래로 보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거래 이후 포워드컴퍼니스는 상지카일룸으로 사명을 다시 한번 변경하게 되고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를 교체하는데, 새 대표이사는 바로 상지건설의 대표이자 필룩스 경영진의 멤버가 된 한종희씨였습니다.


필룩스의 유상증자에 힘입어 관리종목에서 벗어난 상지카일룸은 2018년 들어 주가가 급등하죠. 1200원 수준이던 주가가 2018년 4월에 2800원대까지 오릅니다. 필룩스가 2016년 7월에 8회차와 9회차 전환사채 120억원을 발행한 적이 있는데, 이 때 다 전환이 이루어집니다. 약 44억원 가량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필룩스는 상지카일룸 주식을 2019년부터 팔기 시작합니다. 주당 1300원에 인수한 주식을 최저 1437원에서 최고 2467원에 팔죠. 장내와 장외 매도를 통해 지난해 2월까지 인수한 주식의 45% 가량을 팔아 총 31억원을 회수한 기록이 있고요. 이후 지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져 더 이상 공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 매입한 것인지는 알 수 없는데, 상지카일룸도 필룩스 주식을 32만4000주 가량 보유하고 있었더라고요. 이걸 2018년 4월 25일 장내에 내다 파는데, 이 때는 필룩스가 면역항암제 개발을 이슈로 추가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때였습니다. 3000원대에 있던 주가가 최고 3만900원까지 오르죠. 상지카일룸은 평균 주당 2만2648원에 전량 매각합니다.


여담인데요. 필룩스는 250억원을 주고 산 도곡동 땅에 상지카일룸을 시공사로 내세워 총 분양금액 1000억원짜리 도곡상지카일룸을 짓고요. 2018년 4월에 도곡상지카일룸 공동주택을 차익 85억원을 더한 218억원에 상지카일룸에 매각합니다. 대부분의 잔금은 2019년 2월에 들어오지만요. 그리고 그 자금은 필룩스와 함께 면역항암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 토마스제퍼슨 의과대학 교수 스캇 월드만의 회사 코아젠투스의 자회사 티제이유와 펜라이프 인수 대금으로 쓰이죠. 탈도 많고 말도 많은 필룩스의 신약개발 사업은 다음 편에서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