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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룩스그룹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IHQ 인수가 종결된 후 문의가 많았는데 이제서야 정리를 합니다. 삼본전자 컨소시엄의 IHQ 지분 취득 예정일은 당초 3월 26일이었죠. 그랜드 하이얏트 서울 호텔(이하 하이얏트 호텔) 인수 건과 미국에 있는 바이오회사(바이럴 진, 카티셀코)의 신약 개발 지원으로 상당한 자금 부담이 있던 필룩스그룹이라 1000억원이 넘는 IHQ 인수자금을 어떻게 마련할까 궁금했는데, 한달이나 당겨서 거래를 끝냈습니다.
하이얏트 호텔 지분(정확히는 인마크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의 우선주) 매입자금 마련을 위한 필룩스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도 확정되었죠. 주당 3235원, 총 1168억원 가량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하이얏트 지분 매입에 315억원을 지불하고, 62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쓰게 됩니다. 2020년 8월에 증자 결의를 하고 무려 8차례나 계획을 정정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하이얏트 호텔 인수는 아직 끝난 게 아니죠. 인마크 제1호의 자본금은 2045억원에 달하고, 아직 인수해야 할 우선주가 684억원(원금 기준) 남았습니다. 약정상 2023년 2월까지 매입해야 합니다.
IHQ 인수와 하이얏트 호텔 지분 취득이라는 큰 거래를 동시에 진행한 터라, 계열사 간 역할을 분담했죠. 필룩스는 하이얏트 호텔에 주력하고, 삼본전자 장원테크 이엑스티 등 다른 계열사들이 IHQ 인수를 맡았습니다. 오늘은 주로 IHQ 인수를 둘러싼 필룩스그룹 소속사들의 자금흐름을 중심으로 써볼까 합니다.

필룩스 그룹의 상장 계열사 구조와 IHQ의 최종 인수 계획은 위 그림과 같습니다. 참고로 회사 간 지분율은 잦은 전환사채 발행으로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모릅니다. IHQ의 인수 주체는 이엑스티의 100% 자회사인 케이에이치미디어이고, 삼본전자, 장원테크, 이엑스티 3사가 채무보증을 서는 것이었습니다. 케이에이치미디어가 자본금 200만원짜리로 사실상 이름 뿐인 회사이니, 결국 인수자금은 이엑스티 등 3사가 부담할 수 밖에 없죠.
예상하기로는 삼본전자와 장원테크가 전환사채를 발행해 그 돈을 이엑스티에 대여(출자가 아님)해 주고, 이엑스티가 케이에이치미디어에 증자를 해 IHQ를 사지 않을까 했습니다. 예상한 그대로 되지는 않았더군요. 그리고 케이에이치미디어도 인수한 IHQ의 지분을 전부 보유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케이에이치미디어는 계약금으로 109억원(이하 반올림)을 지급했고, 2월25일 잔금 996억원을 치러 총 1104억원에 IHQ 인수를 종결지었습니다. 당초 주당1473원이던 인수가격이 1496원으로 조정되면서 총 인수대금도1087억원에서 다소 늘었죠. 이로써 케이에이치미디어는 IHQ 지분 50.49%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잔금을 치르던 2월25일, 삼본전자, 장원테크, 이엑스티, 케이에이치미디어 4개사가 동시에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삼본전자는 100억원, 장원테크와 이엑스티는 250억원 규모였고, 케이에이치미디어는 1회차 전환사채 796억원짜리를 발행하죠.
케이에이치미디어가 발행한 전환사채는 삼본전자 등 3사가 인수해 IHQ 인수용으로 쓰입니다. 삼본전자 등 3사가 전환사채를 발행한 건 케이에이치미디어의 전환사채를 인수하기 위해서죠. 전환사채를 발행해 계열사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식으로 자금을 공급해 준 겁니다. 그런데 삼본전자 등 3사의 전환사채는 누가 인수한 걸까요? 그 돈이 결국 IHQ 인수 자금입니다.
딜 메이커로 나선 건 메리츠증권이었습니다. 삼본전자, 장원테크, 이엑스티가 발행한 전환사채 총 600억원을 전부 메리츠증권이 사들입니다. 메리츠증권은 케이이에치미디어가 보유하게 되는 IHQ 주식을 담보로 받게 되죠. 구체적으로는 삼본전자 등이 전환사채를 사주는 대가로 케이에이치미디어가 근질권을 설정하고, 그 근질권에 대해 메리츠증권이 전질권을 갖는 방식입니다. 메리츠는 IHQ 주식 대부분을 담보로 잡게 됐고 뿐만 아니라 이엑스티 본사 등 부동산과 임대료수입계좌, 본사건물에 대한 화재보험까지 총
715억원의 담보를 추가로 받았습니다. 차고 넘치게 받았으니 전환사채를 사준 거죠.

삼본전자 등 3사는 전환사채 발행액에 적게는 36억원에서 많게는 85억원까지 얹어서 케이에이치미디어에 지원했습니다. 세 회사 중 보유 현금이 풍족한 곳은 없었는데 말이죠. 삼본전자는 전환사채 발행과 동시에 58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부족분을 메웠습니다. 장원테크는 보유 중인 이엑스티 주식 223만주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석달간 대출을 받았죠. 이엑스티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케이에이치글로벌조합을 제3자로 하는 50억원 전환사채 발행을 각각 한 적이 있습니다. 용도가 둘 다 타법인증권 취득 자금이었으니 케이에이치미디어 주식을 사는데 들어갔을 겁니다. IHQ 지분 인수 계약금일 수도 있고, 잔금일 수도 있습니다. 이엑스티는 지난해 10월에도 1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적 있는데 이 역시 IHQ 인수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도 메리츠증권이 이엑스티 본사 등 부동산 130억원과 필룩스의 도곡동 상지리츠빌 카일룸을 담보로 잡고 인수해줬습니다. IHQ 인수자금 부담은 이엑스티 > 장원테크 > 삼본전자 순이 되고요. 그 대부분이 메리츠증권에서 나왔습니다. 필룩스그룹은 메리츠증권에 정말 큰 빚을 지게 됐네요.
IHQ인수로 삼본전자 등 3사의 전환사채가 크게 늘었습니다. 이엑스티 전환사채는 총 550억원으로 잠재주식 수로는 2062만주에 달합니다. 발행주식총수의 38%나 됩니다. 전환가액은 2573원부터 2810원까지 포진이 되어 있었는데, IHQ인수 이후 주가가 거의 2000원까지 떨어졌으니 줄줄이 하향 조정이 되었죠. 한번 떨어진 전환가액이 다시 오르지는 않으니, 앞으로 그 이상 주가가 오르면 일반 주주의 주식가치는 희석될 수 밖에 없습니다. 보통주주와 전환사채권자 사이에 부의 이전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삼본전자는 3월에도 필룩스 주식 취득을 위해 6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게 돼서 총 320억원의 미상환 전환사채가 있습니다. 잠재 주식수 2285만주는 기발행주식의 23.7%에 이릅니다. 최근 가장 활발하게 그룹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장원테크는 더 합니다. 501억원의 미상환 잔액이 있는데, 기발행주식의 55.6%나 됩니다. 장원테크의 전환사채들도 최근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전환가액이 줄줄이 하향조정되었군요. 3사 모두 앞으로의 주가흐름이 궁금해집니다.
케이에이치미디어는 IHQ 지분인수를 완료하자마자 일부 지분 매각 결정을 합니다. 약 13.3%에 해당하는 물량인데, 인수가격에 살짝 마진을 보탠 주당 1586원, 총 309억원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인수하기전부터 매각이 예정돼 있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어디로 매각할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예정일이 8월 26일이니 6개월후로 미리 날짜를 잡아 놓은 겁니다.
케이에이치미디어가 당초 인수주체가 아니었고, 자본금 200만원짜리 회사가 전액 차입금으로 IHQ를 인수한 것이니 지분을 옮기는 건 이해가 갑니다. 남은 지분이 37.17%나 되는데, 이것도 케이에이치미디어에게 과하죠. 사실상 장부상 회사나 다름 없는 것 같은데요.
13.3%의 지분을 가져갈 곳은 내부보다는외부일 가능성이 높지 않나 싶습니다. 다른 계열사에 팔게 되면 그 계열사는 또 자금을 동원해야 하고, 계열내에서 돈이 돌게 됩니다. 하지만 외부 재무적 투자자에게 팔게 되면 케이에이치미디어는 그 돈으로 다른 계열사에서 빌린 차입금을 갚을 수 있죠.
3사가 전환사채를 보유하게 되면서 향후 지배구조도 복잡하게 되었습니다. 사채를 전환하게 되면 케이에이치미디어는 삼본전자, 장원테크, 이엑스티가 모두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됩니다. 어쩌면 한곳으로 몰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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