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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가 올해 인적분할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을 추진한다면, 처음 맞이하게 되는 첫 번째 이슈는 분할비율이 됩니다. 2018년에는 모듈/AS부품 부문의 분할비율이 21%(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이었는데, 이번에는 양상이 크게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 각 사업부에 자산과 부채가 있으니, 순자산 장부가액으로 분할을 한다면 사실상 분할비율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죠. 수긍이 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전적으로 그렇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분할 이전에 자산과 부채의 사업부문 간 이관이 가능하고 공통 자산과 공통 부채를 어느 부문에 배정할 것인지도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겠죠. 까놓고 말해서 각 부문에 꼭 필요한 자산과 소재가 분명한 부채가 아니면, 회사가 정하기 나름 아닐까요?
이번에는 분할비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있습니다. 지금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 보유율(자회사의 손자회사 지분 의무보유율도 같음)이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입니다. 그런데 개정법이 시행되는 올해 12월30일 이후에는 상장사 30%, 비상장사 50%로 강화됩니다. 다만, 시행일 이전에 지주회사가 되거나,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가 된 경우에는 기존의 20%(40%) 지분율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분할한 뒤, 존속법인을 정점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바꾼다면,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이 지주회사가 되어야 합니다. 지주회사 '격(格)'이 아니라 진짜 지주회사가 되어서 공정거래법상 행위 제한을 받아야 합니다.
2018년 존속법인에 크게 치우쳐진 분할비율은 어쩌면 지주회사 지정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었는지 모릅니다. 사실상 지주회사라고 해도 자회사 주식 가액이 전체 자산의 50% 미만이면, 지주회사 지정을 피할 수 있습니다. 부채비율 200% 이내, 자회사 의무 지분율 요건, 자회사 외 계열사 주식 보유 금지 등을 지키지 않아도 되죠. 물론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이연 등의 혜택도 포기해야 합니다만…
하지만, 올해를 그냥 넘겼다가 나중에 지주회사가 되면, 상장자회사 지분율을 30%로 올려야 하는데, 이건 엄청난 돈이 추가로 드는 일입니다. 현대모비스가 가진 현대차 지분율이 지난해말 현재 21.43%이니, 30%에 맞추려면 8.57%를 늘려야 합니다. 5월12일 현대자동차 종가(22만7500원) 기준으로 4조1658억원이 필요합니다.
돈을 덜 들이고 의무 지분율을 맞출 방법이 없지는 않겠죠. 가령, 현대모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자회사가 되지 않을) 주식을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등에 매각해 현대자동차 등 자회사 지분을 취득하는 재원으로 쓸 수 있습니다.

현대모비스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중 상장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자동차의 지분율이 더 높습니다. 내년부터 적용될 공정거래법의 의무 지분율(30%)을 현대차에서 채우는 게 더 쉽죠. 두 상장사의 현대모비스 보유 지분 가치는 5월12일 종가 기준으로 1조741억원입니다. 나머지 계열사 지분은 큰 도움이 안될 것 같고, 상장을 선언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9.4% 들고 있는데,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 주주는 정의선 회장이고, 계열사 중에는 현대글로비스와 기아차(9.35%)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이 지분을 기아차에 넘길 수 있습니다. 최근 언론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후 가치가 1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되고 있는데, 정말 그렇게 된다면 큰 도움이 되겠네요.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가 10조원이 될 지 안될 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죠(현대건설의 시가총액이 5조8000억원인데…).
자회사로 둘 필요 없는 계열사 지분을 전부 처분하면 추가 자금조달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는 하겠네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적지 않은 돈이 더 필요합니다. 가능은 하지만 상당한 무리가 따르겠습니다.
지주회사 지정을 피하기 위해 심하게 무리할 것 같지 않습니다. 명색이 국내 톱 클래스 그룹인데 체면도 있고요. 정부에 미운 털 박혀 좋을 것도 없고요. 어차피 언젠가는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어야 할 텐데, 숙제 한 번에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21%라는 낮은 분할비율은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된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총수 일가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일부러 분할비율을 낮췄다는 비난을 받았죠. 이번에 반드시 지배구조 개편을 해야 한다면, 같은 리스크를 다시 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분할비율이 왜 총수일가와 일반주주 어느 한쪽에 유리 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지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A사업부문과 B사업부문을 영위하는 어떤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1조원이고, 발행주식 수는 1천만주(주당 10만원)라고 가정합니다. A사업부문과 B사업부문의 가치는 똑같이 5000억원입니다. 그런데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으로 A사업부문에 속한 자산이 80%이고, B부문에 속한 자산이 20%입니다.
순자산 장부가액으로 분할비율을 정하게 되면 80 대 20이 됩니다. 발행주식은 A사업부문 800만주와 B사업부문 200만주로 나눠집니다. 두 사업부문의 가치가 각각 5000억원이니, A사업부문은 주당 6만2500원, B사업부문은 주당 25만원이 되어야 합니다.
B사업부문이 주당 25만원의 가치를 인정받아 다른 회사와 합병을 한다면, 기존 주주는 손해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고 25만원보다 현저히 낮은 평가로 합병을 하게 된다면, 기존 주주는 손해를 보게 되고 합병하는 다른 회사 주주가 이득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분할 후 비상장회사로서 상장회사인 다른 회사와 합병하게 되면, B사업부문은 제값을 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함정이 있습니다. 비상장회사의 가치 평가는 이른바 본질가치법(자산가치 40%와 수익가치 60%의 가중평균)을 쓰게 되는데, B사업부문은 자산가치가 낮기 때문이죠. 극단적으로 자산가치가 전혀 없고 수익가치로만 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면, 본질가치법에 의한 B사업부문의 가치는 3000억원이 됩니다. 주당 25만원짜리가 주당 15만원짜리가 되어 버립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1) 분할 후 분할법인을 상장 후 합병하거나 (2) 분할법인과 합병대상법인을 동일한 방법으로 평가해 공정가치로 합병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방법이 불가능하고 분할법인을 본질가치법으로 평가하려면, 본질가치법에 의한 평가액이 B사업부문의 진짜 가치인 5000억원에 근접하게 나올 수 있도록 분할자산을 나누어야 합니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그 기업의 실제 가치와 유사하게 나와야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방법을 쓰든지 얼추 비슷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전혀 동떨어진 값이 나오는 평가가 나왔다면, 그건 사기나 마찬가지죠. 그런데 그런 일이 의외로 많이 일어나는 곳이 한국의 자본시장이랍니다.
기억하시죠? 현대모비스가 모듈/AS사업부문을 분할하는 비율, 그리고 분할법인과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는 비율이 아주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했잖아요.
이제 2018년에 현대모비스가 어떻게 존속부문과 모듈/AS부문을 분할하려고 했는지 복기해 보겠습니다.

현대모비스는 당시 총자산의 26%인 6조5508억원과 총부채의 49%인 2조106억원을 모듈/AS부품 부문에 배분했습니다. 위 표에서 보다시피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을 거의 존속법인에 남겼습니다. 위 표는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고 손상차손 등 금액 조정은 전혀 없었습니다. 장부가액과 같습니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몇 개 있습니다. 우선 유형자산인데요. 사업보고서를 보면 연결기준으로 총 유형자산이 8조2000억원 정도이고 AS부품 부문이 1조원이 넘습니다. 각 사업부문에 공통으로 속하는 유형자산이 3조원이 넘고요. 별도재무제표와의 금액 차이는 자회사(대부분 해외 부품 제조 또는 판매법인)가 보유한 유형자산 때문이겠죠.
사업보고서를 해석하자면 본사와 자회사를 포함해 모듈/부품제조 부문만의 유형자산은 약 4조원입니다. 그런데 본사 유형자산 중 존속법인, 그러니까 부품제조 부문에 배정된 게 5조5000억원이 넘습니다. 본사에 있는 공통 유형자산 전부를 존속법인에 몰아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형자산도 비슷한 양상이지만 시비를 가리지 않겠습니다. 모듈부문과 AS부품 부문에는 무형자산이 거의 없을 수 있죠. 그런데 재고자산은 문제를 삼을 수 있습니다. 본사와 해외 자회사에 있는 재고자산은 2조6000억원(연결조정 반영 후) 정도 됩니다. 본사 재고자산은 1조원 정도지요. 본사 보다 해외 자회사에 나가 있는 재고자산이 더 많고, 해외 재고자산 중에 AS용 부품 재고자산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많습니다. 이 말은 해외 자회사 중에는 AS용 부품을 판매하는 자회사가 꽤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현대모비스는 모든 종속회사, 관계회사, 공동기업 지분을 존속법인에 남겼습니다.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할 때 통상 그렇게 하기는 하는데요. 현대모비스가 해외 자회사를 전부 존속법인에 남기게 되면, AS부품 부문에 속하는 자회사를 존속회사가 지배하게 됩니다. 분할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나요?
종속 관계회사 투자주식 중 대부분은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토에버, 현대엔지니어링 등 국내 계열사 지분이지만 해외 자회사 지분도 어림 잡아 대략 1조5000억원 정도 됩니다. 본사를 부품제조 부문과 모듈/AS부품 부문으로 분할할 거면, 해외 법인도 부품제조와 모듈을 나누고, 모듈과 AS부품을 합쳐야죠. 그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나요? 모듈/AS부품 부문에 속하는 해외 자회사가 절반 정도라고 가정하면 대략 7000억~8000억원이 됩니다.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무시할 없는 규모지요.
부채는 49%를 분할신설법인에 배정했는데, 대부분 매입채무 등 영업에서 발생한 부채여서 소속이 뚜렷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기차입금은 좀 이해가 어렵군요. 대부분 분할신설법인에 넣었습니다만, 돈도 잘 벌고 자산도 훨씬 적은 모듈/AS부품 부문이 자산은 많고 돈은 벌지 못하는 부품제조 부문보다 외부 차입이 훨씬 많다고요?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렵지만 선뜻 납득이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자기주식인데요. 2018년 당시에는 자기주식도 79대21로 분할해서 3388억원 중 분할신설법인 주식 761억원이 생겼습니다. 이를 존속법인의 매도가능금융자산에 포함시켰죠.
감히 예상하건데, 올해 현대모비스가 분할을 하면 자기주식을 먼저 소각처리할 것 같습니다. 자기주식은 죽은 주식입니다. 분할을 한다고 당연히 살아나야 하는 건 아닙니다. 소각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습니다.

게다가 인적분할로 생긴 자사주를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높이는 데 악용(자사주 마법)하는 사례가 자주 생기면서 국회에 분할 시 자사주를 소각처리하는 법안이 상정되어 있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자사주를 활용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사회적 지탄을 감수할 것 같지 않습니다.
2018년 분할비율 21.05%는 분모에 자기주식 3388억원을 포함시켜 나온 것입니다. 자기주식을 소각처리했다면, 분할비율이 21.38%로 아주 조금 올라갑니다.

3년이 지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영업이익의 대부분은 AS용 부품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수익가치는 모듈/AS부품 부문이 월등히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대부분의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은 부품제조 부문에 있습니다. 자산을 존속법인에 일부러 몰아주지 않아도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분할비율을 정하면, 존속법인에 일방적으로 쏠리는 비율이 나오게 됩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분할을 해도 8대2가 7대3으로 바뀌는 정도이지, 5대5나 4대6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결국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의 분할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의 갭을 좁히기 어렵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본질가치법으로 평가하면 분할신설법인은 평가절하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분할비율 산정이나 분할신설법인 평가에 다른 잣대를 쓰지 않는 한 분할비율을 2018년보다 올린다고 해도 성의표시 내지는 생색내기 수준에 그칠 것 같군요.
그래도 최대한 공정하게 자산을 분할하려는 노력은 필요할 겁니다. 존속법인에 자산을 몰아주지 않으면, 지주회사 지정을 피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고요. 분할신설법인을 상장 후 합병할 게 아니라면, 본질가치법으로 평가절하됨으로써 발생하는 기존 주주의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예의라도 보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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