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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가 지속되면 기업은 도산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도산이 되면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되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는 적자가 수 년간 지속된다고 해서 상장폐지시키는 규정이 없지요. 하지만 코스닥 시장에는 있습니다. 당기순손실이 아니라 영업손실을 기준으로 해서, 4년 연속 적자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5년 연속 적자가 되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됩니다.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재무제표 상 영업손실이 아니라, 자회사를 제외한 그 회사 만의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적자 지속 여부를 판단합니다. 자회사에서 이익이 많이 나서 연결 기준으로는 흑자라고 해도, 모회사의 적자가 지속되면 상장폐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외가 있습니다.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아 특례상장한 기업들은 적자가 지속되어도 관리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심사를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코스닥 시장에는 3년 연속, 4년 연속 적자를 내고도 멀쩡하게 거래되는 종목들이 꽤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재무제표를 이용 가능한 코스닥 등록기업(12월 결산법인) 1242개 사를 조사해 보니,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기업이 60개사(4.8%)에 이릅니다. 관리종목은 모집단에 넣지 않았으니 특례상장한 기업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최근 5년 중 단 한 해만 흑자를 내고, 4년간 적자인 기업도 91개사(7.3%)에 달했습니다. 5년 중 3년을 적자 낸 기업은 138개사(11.1%)였습니다. 5년 동안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회사는 45.5%인 565개사였습니다.


최근 4년 연속 적자,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기업도 많습니다. 각각 70개사와 120개사에 이릅니다. 특례상장 기업이 아니라면 관리종목에 들어가거나 들어갈 위기에 처한 기업들입니다.


적자 기업 중에는 중간에 한 번씩 소폭의 흑자를 내고 다시 대규모 적자로 돌아가는 기업들이 흔히 있습니다. 이 중 전부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관리종목이나 상장폐지 심사를 피하기 위해 억지로 흑자로 맞춘 곳이 상당 수 있을 겁니다. 깐깐한 외부 감사를 통과한 결과이니 트집을 잡을 수는 없지만,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창솔루션이라는 기업이 그렇군요. 2018년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다가 2019년에 2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는데, 지난해 118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이었을까요? 지난해 매출도 크게 줄었더군요.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후 지난해 가까스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기업들도 있습니다. 차바이오텍, 우리산업홀딩스, 픽셀플러스, 나노브릭이 그렇습니다. 차바이오텍은 지난 2018년에 연속 영업적자로 관리종목에 지정되었다가 제약/바이오 기업의 R&D 투자에 대한 특례(매출액의 5% 이상 또는 30억원 이상)가 신설되면서 관리종목에서 해제되었죠.


이때 상당히 논란이 많았습니다. 주재무제표가 연결기준인데, 별도 재무제표로 연속 적자라고 퇴출시키는 게 맞느냐, 미래가 유망한 기업이 R&D 비용 때문에 적자를 냈다고 상장폐지시키려고 하면, 어느 기업이 열심히 투자를 하겠느냐 등의 주장이죠.


그래서 결국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특례가 만들어진 것인데요.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R&D 지출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인정 받기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국내 기준은 아주 느슨한 편에 속합니다. 다른 나라들은 투자자보호가 더 중요한 반면 한국은 기업의 편의가 더 중요한 모양입니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에는 자산이 부풀려진 곳들이 적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픽셀플러스는 매년 70~1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10억원의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10억원이 진실의 숫자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올해 1분기 13억원의 영업적자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나노브릭도 지난해 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가까스로 상장폐지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기술성장기업이라 5년 연속 적자였어도 상장폐지 심사에서 자유롭습니다. 5년까지는 봐줍니다.


개인적으로 영업적자 보다 더 위험한 게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매년 마이너스인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적자를 낸다고 망하지는 않습니다. 돈이 없어야 망합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매년 마이너스(순사용)이면 그 회사의 유동성은 마를 수 밖에 없습니다. 처음에는 유상증자와 차입 등으로 버틸 수 있지만, 투자자가 외면하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게 아니라 회사가 망할 수 있습니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영업이익보다 커야 정상입니다. 유형자산 무형자산에 대한 상각비 효과가 크죠. 감가상각비는 비용이라서 영업이익에서 차감하지만, 현금이 나가는 비용은 아니라서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차감되지 않습니다. 감가상각비처럼 현금이 나가지 않는 비용, 자산평가이익처럼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 이익이 꽤 여럿 있지만 감가상각비의 존재감이 워낙 큽니다.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이 증가하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축소됩니다. 생산을 하느라 돈은 나갔는데, 들어온 돈은 없으니까요. 반대로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이 감소하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커지게 되죠. 반대로 매입채무이 증가하면 혐금흐름이 커지고, 매입채무가 증가하면, 현금흐름이 주어듭니다.


최근 5년간 재무제표가 이용가능한 코스닥 등록(12월 결산법인) 기업 중 5년 내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순사용인 기업은 69개사에 이릅니다. 4년 연속 순사용인 기업은 83개사, 3년 연속 순사용인 기업은 115개입니다. 영업을 통해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입니다.


영업이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는 각자의 사정이 다 있을 겁니다. 매출보다 비용이 많아 이익을 내지 못하거나, 외상매출이 많아서 현금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거나, 매출이 부진해 재고자산이 크게 늘었을 수도 있습니다. 감가상각비처럼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 비용에 비해 평가이익, 처분이익 등 현금이 수반되지 않은 수익이 훨씬 클 수도 있습니다.


영업이익은 비교적 추세적인 반면, 현금흐름은 둘쭉날쭉한 편입니다. 이익을 내는 기업이더라도 한두 해 정도는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3년을 넘어 4년, 5년 연속 현금이 빠져나가는 기업이라면, 유동성 부족 문제에 봉착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금이 쪼달리게 되면, 기업은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게 되죠. 살기 위해서는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거나,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합니다. 담보와 신용이 있으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하다면, 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해야겠죠. 유상증자를 하려면, 그 기업이 지속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수년 간의 마이너스 현금흐름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대가 형성되려면, 유망한 신사업 등 향후 회사의 미래에, 또는 주가에 긍정적인 '재료'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경영권을 판다거나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그런 재료 중 하나가 됩니다.


많은 벤처 바이오 기업들이 그렇습니다. 아직 내다 팔 의약품이 없으니 매출이 없습니다. 영업현금흐름이 나올 리가 없죠. 하지만 신약이 성공하면 대박을 터뜨릴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있으면,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그 자금을 밑거름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죠.


자체적인 연구개발 능력이 없다면, 국내 또는 외국의 신약개발 업체에 투자해 신약을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본업은 제약업이 아닌데, 부가적으로 제약/바이오에 진출해 신약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 상당 수가 이 방법을 씁니다. 다행히 성공하면 윈윈이 되지만, 실패하면 모두 망하는 게임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중항체 기술로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의약품 전문 기업 에이비엘바이오는 2016년부터 5년 연속 영업적자, 5년 연속 영업 현금흐름 마이너스를 기록 중입니다. 5년간 영업에서 971억원의 현금을 순사용했습니다. 매년 수십억원의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2017년말 이 회사의 현금은 20억원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8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1600억원의 신규 증자자금이 유입됐죠.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대규모 현금이 수혈된 것입니다. 지난해까지 2년간 그 자금 중 712억원이 영업활동을 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지난해말 현금은 407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이 회사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거금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신약 개발 성공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받았기 때문이죠. 상장으로 들어온 거금은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더 높여주게 되고요. 다른 신약개발에도 나설 수 있게 합니다. 파이프라인을 다양하게 갖출 수 있는 것이죠.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3월에 이중항체 면역 항암제 ABL111의 미국 FDA 제1상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았고, 최근에는 이중항체 항암제 ABL001의 국내 제1a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결과는 나쁘지 않은 모양이더라고요.


이 회사는 국내 또는 외국에서 진행하는 임상을 3상까지 완주하고, 각국 정부의 판매 허가를 얻어 실제로 신약을 시장에 내놓고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까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임상시험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받을 확률은 통계적으로 약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회사가 살아가는 법은 신약 개발의 꿈을 투자자들과 공유하고, 그 기대를 바탕으로 자금을 끌어들여 그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임상을 완주할 때까지 계속해서 자금이 사용될 것 또한 분명하죠. 그 전에 보유 자금이 바닥나면, 추가로 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피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