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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총수 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재원으로 기아,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투자회사 지분을 취득하게 되면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현대글로비스의 일감 몰아주기 이슈에서 자유롭게 됩니다. 이제 남은 건 현대모비스 투자회사가 명실공히 최상위 지배회사에 걸맞는 지배력을 갖추는 것과, 총수 일가의 현대모비스 투자회사 지분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특히 분할된 사업회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물론 여기에서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있는데, 첫째는 총수 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기아 등 3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투자회사 지분을 모두 사오는 데 충분한 재원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해결되거나 충분한 수준까지 될 수 있다고 추정을 한 바 있습니다. 둘째는 총수 일가가 현대글로비스 지분 전부를 처분하지 않고 일감 몰아주기 이슈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10%의 지분만 팔고 19.9%의 지분을 남기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총수 일가가 이런 선택을 한다면,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토에버 등 다른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매각해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총수 일가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처분하게 되면, 현대글로비스의 최대 주주는 기아가 될 가능성인 높습니다. 총수 일가와 기아가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현대모비스 투자회사 지분을 스왑하고 차액을 현금으로 정산하는 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기아 등 3사와 총수 일가의 거래가 끝나면 지배구조는 아래와 같이 바뀌게 될 것입니다.



총수 일가는 현대모비스 투자회사 지분 31.28%를 갖게 됩니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이미 보유하고 있던 7.45%의 지분에 기아 등 3사가 보유한 23.83%의 지분이 더해 진 겁니다. 정몽구-정의선 부자와 정몽구 재단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기아에게 넘어갑니다. 현대글로비스는 기아가 34.45%, 현대차가 4.88%(기보유)의 지분을 가진 회사가 되죠. 물론 총수 일가가 현대글로비스 지분 전부를 처분했을 경우입니다.


그런데 분할과 스왑 이후에도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현대차 지분 7.95%, 현대제철 지분 11.81%, 기아 지분 1.74%를 여전히 갖고 있죠. 선택의 문제이기는 합니다만, 이 지분을 이용해 총수 일가의 현대모비스 투자회사 지분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우선,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기아 지분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제철 지분을 현대차에 현물 출자하고, 현대차 지분을 받습니다. 6월 14일 현재 시가총액(기아 35조8747억원, 현대제철 7조1527억원)을 기준으로 할 때 시가로 1조4690억원 정도 됩니다. 현대차 주가가23만8000원(6월14일 기준)이니 약 617만주의 현대차 신주를 총수 일가가 받게 되죠. 전체 현대차 지분의 2.8%에 해당합니다. 이때 현대모비스 투자회사의 현대차 지분은 21%로 낮아지고,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현대차 지분은 7.95%에서 7.73%로 희석됩니다. 하지만 2.8%의 신주를 받게 되니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현대차 지분은 10.53%로 확대됩니다.


이제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현대차 지분 10.53%를 현대모비스 투자회사에 현물출자 하고, 현대모비스 투자회사의 신주를 받아오면 거래는 일단락됩니다. 현대모비스 투자회사의 현대차 지분은 21%에서 30.53%로 높아져 확실한 지배력을 갖게 됩니다.


현대차 지분 10.53%면 금액으로 5조3548억원에 달합니다. 현 시가총액이 27조원인 현대모비스 지분 19% 이상에 해당하죠. 사업회사를 분리하고 난 후인 현대모비스 투자회사 신주와 스왑을 한다면 훨씬 높은 지분을 받아올 수 있겠죠. 신주발행으로 기존 31.28%의 지분이 희석된다는 걸 감안해도, 총수 일가의 현대모비스 투자회사 지분율이 50%를 훌쩍 넘길 수 있을 겁니다.



거래가 이루어진 후 지배구조는 위와 같습니다. 총수 일가의 현대모비스 투자회사 지분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이고, 현대모비스 투자회사의 현대차 지분율과 현대차의 기아, 현대제철에 대한 지분율도 높아집니다. 전체적으로 그룹의 지배구조가 공고해 지죠.


이제 남은 건 그릅의 지배구조에서 떨어져 나온 현대모비스 사업회사 처리 문제입니다. 사업회사는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7.45%를 보유하고, 기아가 17.33% 현대제철이 5.81% 현대글로비스가 0.69%의 지분을 갖고 있죠. 순환출자 문제는 더 이상 없습니다. 현대모비스 사업회사는 계열사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게 되니까요.


총수 일가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현대모비스 사업회사 지분을 현대모비스 투자회사에 현물출자하는 것입니다. 총수 일가는 현대모비스 투자회사 지분율을 더 높일 수 있고, 현대모비스 투자회사는 현대모비스 사업회사의 지분을 확보하게 됩니다.


여기서 이슈가 되는 게 현대모비스의 자사주입니다. 3월말 현재 2.66% 있습니다. 현대모비스를 분할하게 되면 자사주를 소각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소각하지 않는다면 현대모비스 투자회사가 자사주를 보유할 공산이 크죠. 분할로 인해 투자회사가 사업회사 지분 2.66%를 갖게 되는 것이죠.



현대모비스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분할 후 사업회사 지분을 투자회사에 현물출자하게 되면, 투자회사는 사업회사 지분 10.11% 확보하게 됩니다. 독자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는 어렵지만, 기아차와 현대제철 지분을 감안하면 절대 낮은 지분율이라고 할 수 없죠.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사업회사 지분을 현물출자한 대가로 현대모비스 투자회사 신주를 또 받아올 수 있습니다. 지분율 상승의 기회가 다시 생기는 것이죠. 어느 정도 지분율을 추가로 확보할 지는 현물출자 당시 사업회사와 투자회사의 시가총액에 달렸습니다.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닐 겁니다.


총수 일가는 거래 대상을 현대차나 기아차로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스왑 방식이 아니라 현금 거래를 하게 되겠죠. 총수 일가가 현대차나 기아차 지분을 추가 취득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안으로 현재 가장 유력한 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입니다. 하지만, 이 방안은 현대모비스 사업회사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꼼수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의 설득력이 별로 없거든요.


그 보다는 현대모비스의 분할 후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활용한 스왑, 그리고 총수 일가가 보유한 타 계열사(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지분을 순차적으로 현대모비스 투자회사 신주와 스왑하는 방안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소 복잡한 거래가 이어지지만 인위적인 합병 논란도 피할 수 있고, 총수 일가의 추가 자금부담도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