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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SK머티리얼즈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가칭 SK머티리얼즈)으로 분할한 뒤 투자부문을 합병하는 목적이 SK머티리얼즈를 100% 소유하는 것에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SK그룹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산업에서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고 했는데요. SK머티리얼즈만 집중 육성해서는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없을 겁니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과정에 사용되는 특수가스, 전구체 제조 사업과 산소, 질소, 알곤, 탄산가스 등을 생산하는 산업가스 제조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SK머티리얼즈 연결법인에 대한 설명이고요. SK머티리얼즈 자체에서 생산하는 것은 삼불화질소(NF3), 모노실란(SiH4), 육불화텅스텐(WF6), 디클로로실란(SiH2CI2), 다이실란(Si2H6) 등 특수가스 입니다. 이 특수가스들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의 제조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데 대량의 설비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사업입니다.
산소, 질소, 아르곤, 탄산가스 등 산업가스는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가 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회로 위에 화합물을 증착할 때 사용되는 전구체는 SK트리켐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수가스 중에서도 반도체 건식 식각(Dry Etching) 공정에 사용되는 플루오로메테인(CH3F)과 헥사플로로(C4F6)는 S쇼와덴코에서 만듭니다.
매출비중은 당연히 SK머티리얼즈와 SK쇼와덴코가 생산하는 특수가스가 가장 높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약 64%를 차지합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산업가스는 24%, SK트리켐의 전구체는 약 12%의 매출 비중을 보입니다.

SK머티리얼즈에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산업가스와 전구체를 생산하는 자회사들이 더 급할 수도 있습니다. 산업가스와 전구체의 매출 성장 속도는 특수가스를 앞지르고 있습니다만, 자회사들은 자체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해결할 여력은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현재 SK머티리얼즈가 진행 중인 투자는 특수가스가 아니라 산업가스 부문입니다. 올해 3월까지 2년간 3201억원, 그리고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1월까지 2158억원의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산업가스에 대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SK머티리얼즈도 자회사의 투자를 도울 여력이 많지 않습니다. 지난 글에서 보았듯이 SK머티리얼즈 스스로도 벌어들이는 현금흐름 이상의 투자를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재무구조가 악화되어 왔습니다. 게다가 SK그룹은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를 지원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반도체 관련 소재 사업에 투자를 해야 하는 입장이죠. 외국의 반도체 소재 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자회사까지 돌보기는 어렵습니다.

SK머티리얼즈 자회사 중 자산규모1000억원이 넘는 곳은 SKC에서 인수한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전구체 회사인 SK트리켐뿐입니다. 자회사들이 대체로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기는 하지만,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는 되지 못합니다.
지난해 초 진출한 반도체 감광제 사업(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는 아직 흑자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OLED 소재 사업을 위해 지난해말 일본 JNC와 합작으로 설립한 SK제이앤씨의 자산총액은 10억원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제 회사 하나 설립해 놓은 상황일 뿐 본격적인 가동을 위해서는 상당 기간 지속적인 투자가 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SK머티리얼즈가 보유한 타법인 지분 중 'Group14 테크놀로지'라는 곳이 눈에 띕니다.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실리콘 음극재 관련 기술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SK머티리얼즈는 2019년말에 이 회사에 142억원을 투자해 지분 10.3%를 확보하고 3대 주주로 등극했습니다.
올해 7월 SK그룹은 이 회사와 'SK머티리얼즈 그룹14'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했습니다. 604억원을 투자해 지분 75%를 갖기로 했습니다. 반도체 소재를 넘어 배터리 소재로의 확장을 선언한 셈이죠. 실리콘 음극재는 현재 전기 자동차에 주로 사용되는 흑연 음극재보다 가볍고 부피가 작은데도 주행거리를 향상시키고 충전시간도 단축된다고 하죠. SK그룹은 배터리 소재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울 생각입니다.

SK머티리얼즈의 분할과 SK(주)로의 합병은 SK머티리얼즈의 투자회사들의 위상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룹의 지배구조상 SK㈜의 손자회사였던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SK트리켐,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SK머티리얼즈제이앤씨 등은 이제 SK㈜의 자회사로 승격되었습니다.
이 얘기는 SK그룹의 소재사업을 더 이상 SK머티리얼즈가 주도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룹의 투자 전문 지주회사인 SK㈜가 진두지휘를 하게 되겠죠. 소재사업의 포트폴리오 추가 및 조정은 물론 투자재원의 마련과 집행도 SK㈜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소재사업에 대한 SK그룹의 구상이 실현되어, 소재 자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수익창출을 할 수 있게 되면, SK(주)의 다음 수순은 지금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회사의 분할과 기업공개(IPO)가 아닐까요? SK㈜ 시가총액 140조원으로 가는 조각 그림 중 하나가 이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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