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중앙디앤앰과 상지카일룸이 여러 가지 면에서 닮은 꼴이지만,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최대 주주들이 마치 바통 터치를 하듯, 경영권 양수도 거래가 아니라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새로운 최대 주주가 등장하고, 기존의 최대 주주가 지분을 팔고 철수하기 전 잠깐 동안의 동거 기간이 있었다는 것이겠죠.


닮은 꼴 M&A를 반복하면서 2019년 이후 서로 주식와 전환사채를 주고 받게 된 건 어쩌면 우연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우연이 인연이 되어 올해 모회사와 자회사로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 것일 수도 있죠. 기억을 되살리자면, 중앙디앤엠(전 센트럴바이오)은 지난 3월에 ㈜에이치에프네트웍스라는 경영컨설팅업체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최대 주주가 되었고, 그로부터 넉달 후인 7월 중앙디앤엠이 160억원의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상지카일룸의 최대 주주가 되었습니다.



에이치에프네트웍스는 당초 윤선애, 한성호 등 4인이 1억원을 출자해 설립했다가 1인의 주주가 지분을 나누어 가지면서 총 5인의 주주가 된 곳으로 중앙디앤엠 인수를 목적으로 신설된 곳입니다. 민경선씨는 상지카일룸의 대표이사이던 한종희씨와 특수관계인으로 엮여 있습니다. 중앙디앤엠 인수자금 62억6000만원은 전액 한성호외 1인에게 차입합니다. 중앙디앤엠은 16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상지카일룸의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증자대금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마련했다고 보고했죠. 여기서 유상증자란 에이치에프네트웍스의 62억6000만원을 가리키는 것이겠죠.


그런데 에이치에프네트웍스가 최대주주가 된 후 중앙디앤엠은 전환사채를 발행한 적이 없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행한 것은 지난해 10월 프라임라이트투자조합1호가 전액 인수한 131억원 짜리인데요. 131억원 중 100억원이 신규 사업을 위한 타법인 지분 취득 목적이었습니다. 이 전환사채 발행이 처음 결정된 때는 지난해 4월, 그러니까 중앙디앤엠의 최대 주주가 바뀌기 거의 1년 전이었죠.


중앙디앤엠이 당초 인수하려던 회사는 다른 회사였을 지도 모릅니다. 전환사채 발행 당시에는 어떤 회사를 인수할 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죠. 에이치에프네트웍스가 최대주주가 되고 나서 물색한 곳이 상지카일룸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상상을 해 볼 수도 있습니다. 중앙디앤엠은 이미 지난해부터 상지카일룸 지분을 취득할 계획을 갖고 있었고, 이를 위해 전환사채 발행과 함께 추진한 것이 에이치에프네트웍스를 제3자로 한 유상증자였을 가능성 말입니다.


중앙디앤엠 전환사채를 인수한 프라임라이트투자조합1호의 정체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이성은과 박용현씨라는 분이 50%씩 출자해 조합을 결성했지만, 출자액이 각각 100만원에 그치고, 전환사채 인수자금 131억원은 전액 외부에서 유치했습니다. 프라임라이트투자조합1호는 전환사채 인수 당일 전량을 복수의 제3자에게 넘기는데, 이 중 97억원을 가져간 곳이 Arena Global SK SPV라는 미국 회사입니다.


Arena Global SK SPV는 상지카일룸에도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상지카일룸이 전환사채 63억원어치를 장외매수했죠. 누구로부터 매입한 것인지는 공시가 되지 않았더군요.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상지카일룸와 지분 관계가 있는 이 회사가 중앙디앤엠의 상지카일룸 인수에 깊숙하게 관여했다는 건 주목할 만 합니다.


Arena Global SK SPV100% 지분을 보유한 곳도 Arena SPV Manager라는 미국 회사입니다. Arena SPV Manager는 144억원의 자산을 가진 곳인데, 부채가 전혀 없고, 자본총계와 자본금이 거의 같습니다. 오래된 회사라면 설사 차입금이 없다고 해도 다른 부채까지 전혀 없기 거의 불가능하고, 이익이나 손실이 쌓였을 테니 자본총액과 자본금에 차이가 없기 어렵죠. 설립된 지 오래되지 않은 회사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면 이 회사의 자본금 역시 누군가가 출자한 것이고, 그 누군가는 출자자금을 자기자금으로 댔을 수도 있고, 제3자로부터 차입했을 수도 있습니다. 전주(錢主)가 누구인지 다시 미궁에 빠집니다.


두 회사의 접점은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중앙디앤엠이 지난해 9월에 계열사인 바른테크놀로지(현 릭스솔루션) 지분 전량을 60억원에 매각했는데, 에이뷰글로벌이라는 화장품 도소매업체와 역시 화장품 도소매업체인 HJH홀딩스가 매입하죠. 에이뷰글로벌은 신영선(100%)이라는 분이 5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한 회사이고, HJH홀딩스는 상지카일룸의 회장으로 있던 한종희씨의 회사죠.


9.69%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 에이뷰글로벌은 약 두 달 후에 장내매도로 지분율을 5% 아래로 떨어뜨려 지분변동이 더 이상 공시되지 않고요. HJH홀딩스는 이때 24억원의 지분을 매입하는데, 그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며칠 후에는 역시 상지카일룸의 투자회사인 세이첨밸류아시아파트너스가 최대 주주인 지에스엠홀딩스가 바른테크놀로지 전환사채 20억원의 장외매수하는데, 거래 상대가 바로 중앙디앤엠과 상지카룸에 거액을 투자했던 미국회사 Arena Global SK SPV였습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중앙디앤엠이 바른테크놀로지의 최대 주주가 된 2019년 9월, 누적 적자로 자본잠식에 들어가 감자를 진행 중이던 바른테크놀로지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543억원의 대규모 투자유치 소식을 전하는데, 자금을 대기로 한 곳이 중앙디앤엠(전 센트럴바이오)과 비티에스투자조합이었습니다.


비티에스투자조합은 지난해 7월 상지카일룸의 17회차 전환사채 122억원을 인수한 곳이죠. 당시 이곳의 출자자는 신은섭(80%), 이경은(20%)로 보고되었는데, 신은섭씨는 상지카일룸이 최대 출자자인 세이첨밸류아시아파트너스의 업무를 맡아 보던 오지피인베스트먼트의 대표이사입니다. 그러니까 중앙디앤엠이 바른테크놀로지를 인수할 때부터 상지카일룸이 간접적으로 관여한 셈입니다.


한종희씨는 바른테크놀로지에 개인적으로도 투자를 했습니다. 2019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지분을 매입했죠. 자신이 최대 주주인 메가바이오랩을 통해 85억원어치의 바이오테크놀로지 전환사채를 장외 매수하는데, 이 전환사채를 판 곳은 비티에스투자조합입니다. 결국 2019년 바이오테크놀로지 인수는 중앙디앤엠과 상지카일룸의 합작품이었던 셈입니다.


바른테크놀로지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여러가지 놀라운 사건들을 접하게 됩니다. 바른테크놀로지의 최대 주주는 케이디씨네트웍스에서 바른전자(2017년)로, 바른전자에서 수수팬트리(2019.6)로, 다시 중앙디앤엠(2019.6)과 지금의 엔비알컴퍼니(2019.12)로 바뀌는데요. 바른테크놀로지로 상호를 변경하기 전 이름은 케이디씨였고, 당시에는 케이디씨네트웍스-케이디씨(바른테크놀로지)-바른전자의 지배구조였습니다.


바른전자는 2018년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혐의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며 주권매매가 정지됐고, 적자 행진을 지속해 상장폐지의 기로에 서 있는 회사입니다. 올해 코스닥 상장사 에스맥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인수하면서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날 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에스맥은 오성첨단소재가 최대주주이고 대표이사인 조경숙씨가 실질적인 사주인 회사입니다. 조경숙씨는 무자본 M&A로 증권가에서 아주 유명한 분이죠.



바른전자와 바른테크놀로지는 모두 김태섭씨가 소유하던 회사입니다. 그런데 김태섭씨가 바른전자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되죠. 중국 국영회사에서 반도체공장 투자를 받는다는 허위공시를 내고 주가를 3배 이상 뻥튀기해 2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합니다. 바른전자는 관리종목에 지정돼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고, 김태섭씨는 이 와중에 지분을 바른테크놀로지에 넘기고, 바른 전자는 관리종목에 지정되었다가 2019년 법정관리에 들어가죠. 이후 이어진 감자에서 바른테크놀로지의 지분은 전량 소각됩니다.


법정관리 중인 바른전자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31.22%의 지분을 획득, 새로운 최대주주로 등장한 게 퀀텀 제1호 투자조합입니다. '퀀텀'은 상지카일룸과 관련이 있는 단어입니다. 세이첨밸류아시아파트너스와 상지카일룸이 투자조합을 지을 때 썼던 이름인데, 최근까지 상지카일룸의 자회사였던 루체투자조합의 전 이름이 '퀀텀제3호투자조합'입니다. 퀀텀제1호 역시 상지카일룸이 조성한 조합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엔플러스로 최대주주가 바뀌고 퀀텀제1호투자조합은 이엔플러스의 특수관계인으로 묶입니다. 공동전선을 구축한 같은 세력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에 또 하나의 특수관계인이 있는데, 바로 센트럴바이오신기술투자조합1호입니다. 의심의 여지없이 중앙디앤엠(전 센트럴바이오)가 조성한 조합이라고 봐야겠죠. 이엔플러스는 대표이사가 안영용이라는 분으로 필룩스의 이사를 지냈습니다. 바른전자의 대표는 안영민이라는 분인데, 이 분 역시 필룩스와 리더스기술투자의 이사를 지낸 분이죠.


김태섭씨는 바른전자 지분만 판 것이 아니라 바른테크놀로지 지분도 ㈜수수팬트리라는 회사에 70억원을 받고 팝니다. 그런데 중앙디앤엠이 바른테크놀로지 주식 1000만주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71억5000만원)에 받아 다시 최대주주가 바뀌게 됩니다.


중앙디앤엠은 15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게 되는데, 이를 인수한 곳 중 하나가 액화수소생산단지조성에쿼티5호'라는 곳이었죠. 언론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자금출처는 이은석씨라는 분인데, 이 분은 비티에스투자조합의 대표 출자자로도 보도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