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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섭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후 바른전자는 자본잠식과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회생절차에 들어가고 기업회생의 일환으로 매각이 진행됩니다. 기존 지배주주인 바른테크놀로지와 특수관계인인 바른네트웍스의 보유주식은 전량 무상소각되고, 회생채권은 주식으로 전환됩니다.


당시 회생채권자는 산업은행, 농협은행, 바른테크놀로지, 김태섭 회장, 국민은행, 바른코어칩스 등이었는데, 출자전환 주식 1851만주 중 절반이 넘는 944만주가 산업은행에, 369만주가 농협은행에 배정되었죠. 국책은행들이 부실기업의 호구 노릇을 했군요.


바른전자 매각은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이루어지죠. 기업에 자본이 유입돼 재무구조가 개선되어야 회생절차가 종료될 수 있으니 유상증자는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주인이 안심하고 입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주들이 사라져야겠죠. 지배주주인 바른테크놀로지 주식이 소각되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 당연한 일인데, 바른전자의 경우에는 산업은행과 농협은행 등 회생채권자들이 출자전환을 통해 받은 주식도 전량 소각됩니다.



바른전자를 제3자 유상증자로 인수한 곳은 4개의 투자조합이었습니다. 퀀텀 제1호 투자조합,, 센트럴바이오신기술투자조합 1호, 에이투투자조합, 케이클라비스신기술조합제십이호 등이죠. 조합의 이름만으로도 주체가 어느 쪽인지 짐작이 됩니다. 80억원을 출자해 새로운 최대주주가 된 퀀텀제1호투자조합은 박경진이라는 분이 최대주주(37.49%)이자 대표를 맡은 곳이었습니다. 그 뒤에 누가 있는 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같은 계열의 이름인 퀀텀제3호투자조합은 세이첨밸류아시아파트너스㈜이 만들고 상지카일룸이 55억원을 출연해 자회사로 편입했던 조합입니다. 지금의 이름은 루체투자조합이죠. 세이첨밸류아시아파트너스는 현재 엑시옴파트너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세이첨밸류아시아파트너스를 세운 사람은 맥쿼리증권 출신으로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거래를 성사시킨 최기보씨입니다. 최씨는 2017년 팬아시아프로스페러티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회사를 운영하다 2018년 상지카일룸 대표가 되었죠. 세이첨밸류아시아파트너스는 팬아시아프로스페러티파트너가 이름을 바꾼 곳입니다. 상지카일룸의 2대주주였던 스카디홀딩스 역시 세이첨밸류아시아파트너스가 만든 회사이고요.


센트럴바이오신기술투자조합1호(대표 이성은, 최대주주 김진호)는 이름으로 보아 센트럴바이오(현 중앙디앤엠)이 배경에 있는 조합이겠죠? 유상증자에 50억원으로 참여합니다. 에이투투자조합(대표 이성규, 최대주주 에스에스씨글로벌)은 70억원을 투자했는데, 올해 8월 바른전자 지분을 조합원들에게 배분하고 17억원으로 규모가 줄었습니다. 케이클라비스신기술조합제십이호는 미래에셋 출신의 구재상씨가 세운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의 자회사 케이클라비스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펀드 중 하나입니다. 50억원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했습니다.


바른전자는 5개 투자조합으로 구성된 컨소시엄(퀀텀투자 컨소시엄)과 회생계획 인가를 위한3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퀀텀제1호투자조합 등 4개 투자조합이 25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50억원의 전환사채 발행이 이루어졌습니다. 전환사채는 제이신기술투자조합2호라는 곳에서 인수했습니다.


제이신기술투자조합2호를 조성한 곳은 리더스기술투자(구 제미니투자)였습니다. 당시 리더스기술투자는 역삼동 미림타워 13층에 주소를 두고 있었는데, 상지카일룸도 같은 건물 같은 층에 본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두 회사 모두 2019년 9월 이곳에 입주합니다. 당시 리더스기술투자의 대표는 나용선씨인데, 나씨는 리더스기술투자의 모회사인 리더스에셋홀딩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했습니다.


리더스에셋홀딩스는 2019년초에 제미니투자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가져오면서 지금의 이름인 리더스기술투자로 상호변경을 하였는데, 경영권 인수 당시 상지카일룸이 60억원의 전환사채를 인수해 주요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리더스에셋홀딩스는 원래 이름이 더웰리치였고, 더웰리치는 나용선씨가 자본금 2000만원과 차입금 99억 8000만원으로 설립해 2017년말 필룩스의 5회차 전환사채 100억원을 사들이죠. 필룩스의 5회차 전환사채 100억원은 전액 주식으로 전환되었는데, 전환가액이 2755원이고 전환 당시 주가는 3만원을 넘어섰죠. 원금이 10배 이상으로 불어난 셈입니다.


퀀텀제1호투자조합이 최대주주가 되고 바른전자 대표이사로 온 분이 안영민씨입니다. 필룩스의 경영진을 거쳐 리더스기술투자의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었죠. 리더스에셋홀딩스가 리더스기술투자의 최대주주가 되고 나용선 대표이사와 함께 새로운 경영진에 합류했는데, 이때 한종희씨에 이어 상지카일룸의 대표로 있던 최기보씨도 리더스기술투자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가 몇 달 후 사임합니다.


바른전자 경영권의 최종 목적지는 퀀텀투자 컨소시엄이 아니었습니다. 최대주주는 지난해 5월 코스닥 상장사 이엔플러스로 다시 바뀝니다. 이엔플러스는 바른전자의 12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가져옵니다. 하지만 퀀텀투자 컨소시엄이 지분을 판 건 아니었죠.


바른전자의 경영권은 올해 다시 조경숙씨가 실질 소유자인 에스맥으로 넘어갔죠. 그 전까지 이엔플러스와 퀀텀투자컨소시엄은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있었고, 퀀텀투자컨소시엄 지분이 감소한 것은 올해 들어서입니다. 퀀텀제1호투자조합은 이피로스조합, 로앤파트너스, 씨제이컨설팅, 엠에스대부, 와이알컨설팅, 포인트엘 등에게 장외매도했고 다른 투자조합들은 보유 지분을 조합 출연자들에게 배분했습니다. 바른전자 매각을 앞두고 회수의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전환사채 50억원을 인수했던 제이신기술투자조합2호는 6개월 후인 지난해 6월 풋옵션을 행사해 회사에 되팔아 투자금을 조기 회수했습니다. 바른전자는 50억원의 전환사채 중 20억원어치를 올해 7월 22억원에 지킴제1호조합이라는 곳으로 재매각하였습니다. 전환가액 500원 짜리입니다.


이엔플러스가 퀀텀투자컨소시엄과 공동전선을 구축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점령군이 아니라 동맹군이었을 테니까요. 이엔플러스는 소방차를 제조하는 스타코넷이라는 이름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곳인데, 이후 이엔쓰리→나노메딕스→이엔플러스로 상호가 바뀌었습니다. 잦은 경영진 교체가 있었죠. 명동 사보이호텔의 실질 소유자로 추정되는 조성식씨가 계열사들과 함께 오랫동안 지배하다 2015년 림테크(현 이노와이즈인베스트먼트, 대표자 명규만)에 지분을 넘겼고, 2017년 ㈜오에스티아이가 40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때 새로운 이사진에 참여한 인물 중 하나가 안영용씨로 2019년에 대표이사에 취임합니다. 2018년부터 필룩스의 이사진에 참여한 분이죠.


이엔플러스의 최대주주 오에스티아이는 리더스기술투자와 사실상 한 몸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에스티아이는 지분과 전환사채를 대부분 차입자금으로 매입했는데, 차입처는 증권사 아니면 리더스기술투자였고, 바른전자를 인수할 당시에는 오에스티아이와 리더스기술투자가 지분의 공동보유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안영용씨는 오에스티아이와 이엔플러스 대표를 겸임하고 있었죠. 리더스기술투자 대표는 나용선씨이고요.


안영용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이엔플러스는 지난해 안영민씨가 대표로 있는 바른전자의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가 됩니다. 나용선, 안영민, 안영용씨 등 필룩스 또는 리더스기술투자와 관계가 깊은 분들이 바른전자 인수의 주역이 된 셈입니다.


바른전자는 이엔플러스에 인수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상장폐지의 위기에 놓였습니다. 지난해 상장폐지 결정과 함께 개선기간을 부여받았지만, 감자와 주식분할이 모두 부결되었습니다. 결국 이엔플러스는 지분 매각을 결정했죠.


에스맥으로 최대주주가 바뀐 지난달 코스닥시장위원회는 다시 한번 바른전자의 상장폐지를 의결했습니다. 회사는 이달 8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했고요. 에스맥은 바른전자를 상장폐지에서 구해 낼 자신이 있는 모양이지요? 그러니까 이엔플러스의 지분을 사주고 유상증자에 참여도 했겠죠.



에스맥은 이엔플러스가 보유하던 구주 2243만여주를 120억원에 매수하고 50억원의 신주를 인수해 38.75%의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회사에 유입된 자본은 50억원이 전부입니다. 올해 추가로 유입된 자금으로는 4월 발행된 13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와 22억원에 재매각한 12회 전환사채가 있습니다. 130억원의 전환사채를 인수한 곳은 메자닌 투자로 유명한 김형호씨가 대표로 있는 한국채권투자자문입니다.


한국채권투자자문은 전환가액 52원에 상장폐지 위기인 기업의 전환사채를 인수한 것인데요.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제3자의 눈으로는 거의 도박에 가까운 투자로 보입니다만, 당사자는 회수가 가능하다고 확신을 하고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