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역시 라이브플렉스(현 ES큐브) 다음 매각 대상은 경남제약이 아니라 클라우드에어였습니다. 김병진 회장과 ㈜플레이크(구, 장산)는 소유주식 전부를 약 500억원에 매각하기로 지난 9월 17일 계약했습니다. 노동조합은 김병진 회장이 1000억원에 경남제약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죠. 그 주장이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은 지난 4월 기사 '왜 ㈜장산을 블루베리NFT의 최대주주로 세웠을까?'에서 클라우드에어 매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그 동안 경남제약 그룹에 대한 추가 분석 요청이 많았는데, 이제야 응답합니다.
라이브플렉스를 매각하고 클라우드에어가 보유하던 지분이 정리되면서 소유관계가 단순해졌습니다. 김병진 회장 개인회사인 플레이크가 직접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형태가 되었고, 블루베리NFT가 경남제약과 경남제약헬스케어를 거느리는 구조입니다. 아래 그림은 클라우드에어 매각 직전의 상황입니다.

그 전에는 플레이크가 라이브플렉스를, 라이브플렉스가 클라우드에어를, 클라우드에어가 블루베리NFT를 지배하는 형태였죠. 김병진 회장은 윗돌부터 차례대로 빼서 팔았군요. 그렇다고 다음 순서가 블루베리NFT가 될 거라는 예상을 하는 건 아닙니다.
클라우드에어의 매각 전 상황을 간단히 정리해 보죠. 김병진 회장과 플레이크가 보유하던 라이브플렉스 지분을 매각하면서 라이브플렉스도 클라우드에어 지분을 장외매도했습니다. 이 지분을 버추얼텍, 경남제약, 벤티지파트너스가 받아갑니다. 클라우드에어가 갖고 있던 유류회사 태일의 지분은 265억원에 라이브플렉스로 넘깁니다. 김병진 회장은 라이브플렉스와 태일을 묶어서 판 셈이죠.
라이브플렉스의 지분 매각으로 클라우드에어의 최대주주가 김병진회장으로 바뀌었고, 3자배정 유상증자에 플레이크가 단독 참여하면서 플레이크가 최대 주주가 되었습니다. 지난해 7월 상황입니다. 이 거래들은 순차적이 아니라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습니다.
1년여가 지난 올해 9월 17일 김병진회장과 플레이크는 클라우드에어를 매각합니다. 주당 5473원을 쳐서 총 500억원에 거래가 이루어졌는데요. 이 중 김병진 회장 몫이 105억원, 플레이크 몫이 395억원입니다. 이때 라이브플렉스에서 경남제약으로 넘어왔던 지분도 모두 함께 넘어갑니다. 인수자는 ㈜케이앤커라는 아주 작은 기업인데, 김병진 회장, 플레이크, 경남제약 보유지분 전부를 542억원에 매입하고, 클라우드에어의 8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가져갑니다. 거래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습니다. 11월 2일 잔금을 치르고, 11월 12일 8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을 성공리에 납입하면 케이앤커는 클라우드에어의 지분율은 27.76%를 확보하게 됩니다.
케이앤커는 김재순씨와 송은경씨가 각각 50%를 출자해 지난해 6월 설립한 회사였습니다. 컴퓨터와 주변장치 등의 도매업을 하는 곳인데, 지난해말 자산총액이 820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1억600만원에 불과했으니 총 622억원의 인수자금을 자체 조달할 수 있는 회사는 아니었을 겁니다. 김병진회장과 플레이크에 지불할 계약금과 중도금은 자기자금 5231만원과 한강주택관리라는 곳에서 1년간 차입한 258억원으로 지불합니다. 무자본 M&A를 한 셈입니다.
케이앤커가 인수한 후 클라우드에어 경영진에 김재순 하관호 송진우 세 분이 합류하게 되는데, 하관호씨는 지난해 3월까지 경남제약 대표이사를 지낸 분이고, 송진우씨는 현재 한강주택관리 기획팀장으로 있는 분입니다. 새로운 주인이 경남제약 전 경영진과 연을 맺었네요.
케이앤커는 클라우드에어 인수를 위해 대규모 자금조달이 불가피했을 테니 지금의 재무구조는 크게 달라졌을 겁니다. 자산과 부채가 크게 늘었겠죠. 이와 관련해서 당혹스러운 일이 있습니다. 공시에서 보고 메모를 하기로는, 케이앤커의 자산이 1052억원, 자본이 843억원으로 증가하고 대표가 김재성씨에서 강두성씨로 바뀌었는데, 이 글을 작성하면서 다시 찾아보니 그런 공시 내용을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요. 확인할 수 없으니 사실이라고 우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강두성씨는 오래 전부터 클라우드에어 이사를 지낸 분이고 현재 대표이사입니다.
클라우드에어 매각으로 기존 주주들은 얼마나 수익을 올렸을까요. 클라우드에어 주가는 경영권 매각 계약일인 9월17일 상한가를 기록했는데, 직전일 주가는 1650원이었습니다. 김병진 회장과 플레이크는 그 보다 무려 3.3배나 높은 5473원에 매각했죠. 시가 32억원짜리를 105억원에 팔았습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무려 200%가 넘습니다. 클라우드에어는 결손기업입니다. 납입자본이 1390억원 정도인데, 그 중 360억원을 결손으로 날렸습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게 주고 살 만한 기업인가요?
플레이크는 총 721만172주를 395억원에 양도했는데, 약 75%인 538만4615주는 지난해 7월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당 1300원에 인수했던 주식입니다. 불과 1년여 만에 4배 이상의 차익을 보았습니다. 그것도 결손기업의 주식으로 말입니다. 설마, 라이브플렉스를 매각할 때부터 올해 클라우드에어를 매각하는 것까지 각본이 있었던 건 아니겠지요?
플레이크가 케이앤텍에 넘긴 나머지 주식은 2018년 11월 생겼습니다. 클라우드에어(당시엔 씨티엘)가 발행한 11회차 전환사채를 블레이드투자조합에서 인수했는데, 플레이크(당시 장산)는 블레이드투자조합에 45억원의 출연한 조합원이었습니다. 1년 뒤 전환사채를 배분 받아 주당 2465원에 주식으로 전환했습니다. 그걸 5473원에 매각했으니 4년만에 100% 이상의 수익을 얻은 셈입니다.
김병진 회장 개인적으로는 클라우드에어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긴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김 회장은 2015년 ㈜에스피애드컴에서 클라우드에어(당시 씨티젠)를 인수했는데, 2018년 10월 본인이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라이브플렉스로 보유지분 전체를 주당 4220원에 매각합니다. 김 회장이 에스피앤드컴에서 매입한 단가가 2006원입니다. 이후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신주인수권 행사 등으로 지분을 추가 확보했는데, 유상증자는 1170원에 이루어졌고 나머지 주식의 매입단가도 2000원을 넘기지 않았습니다. 김병진 회장이 라이브플렉스에 매각한 금액이 100억원인데, 그 중 절반 정도는 김 회장이 개인적으로 얻은 차익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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