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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스솔루션(구 바른테크놀로지)의 경영권 분쟁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습니다. 엔비알컴퍼니가 최대주주에 등극할 당시 풍경은 양수인과 양도인이 매우 협조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구주 거래는 최소한(4만주)으로 이루어졌고, 기존 최대주주인 중앙디앤엠(구, 센트럴바이오)의 대부분 보유주식은 장내에서 매도되었습니다. 사실상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회사를 넘겼습니다.


엔비알컴퍼니는 대부분 지분을 릭스솔루션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취득했습니다. 구주 거래가격인 주당 1053원보다 훨씬 싼 주당 715원에 취득했으니 자금소요를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릭스솔루션에는 71억5000만원의 유상증자 대금이 유입되었으니 재무구조와 유동성 사정이 개선되었습니다.


당시 릭스솔루션은 상황이 매우 나빴습니다. 결손 누적으로 자본잠식이 50% 가까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5대1 무상감자를 해야만 했죠. 중앙디앤엠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넘길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71억5000만원을 들고 온 엔비알컴퍼니는 릭스솔루션 입장에서 구세주나 다름 없었을 겁니다.


엔비알컴퍼니가 최대주주가 된 날은 2019년 12월 30일입니다. 이후 주주총회를 통해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할 예정이었죠. 그런데 경영진 교체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경영권을 획득한다는 건 자기네 사람으로 경영진을 구성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데 말입니다.


이듬해 초 대표이사에 오른 인물이 매그넘홀딩스라는 부동산컨설팅 회사 대표이사 명함을 쓰는 이종명씨였습니다. 2019년 2월에 리더스기술투자(당시 제미니투자)를 나용선씨가 이끄는 리더스에셋홀딩스에 팔아넘긴 비엔에이치투자의 대표이사였습니다. 엔비알컴퍼니에 릭스솔루션 지분 취득 자금을 빌려준 리더스기술투자의 전 주인이 새로운 대표이사라니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종명씨가 엔비알컴퍼니쪽 인사는 아닐 것 같은데 말이죠.


리더스기술투자의 최대주주 교체 과정도 릭스솔루션과 비슷했습니다. 리더스에셋홀딩스는 당시 시장가격의 60%도 안되는 주가로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 지분을 취득합니다. 비엔에이치투자는 보유 지분 거의 전부를 상상인저축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었는데, 이자를 물어가며 7개월 가량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가 장내 매도를 통해 처분합니다. 처분 단가가 리더스에셋홀딩스가 유상신주를 취득한 가격보다도 낮았습니다.


중앙디앤엠이 지분을 팔기 전 릭스솔루션의 대표이사였던 이상연씨는 이종명씨와 각자 대표이사로 남습니다. 각자 대표 체제는 경영권 분쟁 와중에도 꾸준히 이어지다가 이종명씨가 올해 2월에 사임하고 이상연씨가 단독 대표가 되었죠.


사실 새로운 경영진은 엔비알컴퍼니가 최대주주가 되기 한달 전에 이미 꾸려집니다. 이종명씨가 이때 사내이사로 선임됩니다. 함께 이사진에 합류한 사람은 변은창(사내이사), 김윤석(사외이사)씨인데, 변은창씨는 맥쿼리증권 IB부문 전무를 지낸 분입니다. 이 당시 상지카일룸 대표가 최기보씨인데, 최기보씨도 맥쿼리증권 출신이고, 변은창씨와 약 4년간 한솥밥을 먹었습니다. 김윤석씨는 리더스기술투자 사외이사였죠. 리더스기술투자나 릭스솔루션이나 최대주주가 바뀌기는 했는데, 양수도 거래를 한 게 아니라 마치 같은 편끼리 바통 터치로 이어달리기를 한 것 같은 느낌이네요.


릭스솔루션 경영진의 행동은 최대주주가 바뀐 회사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사건 중 하나가 법정관리에서 벗어나자마자 경영권 분쟁 소송과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주권 매매거래가 중지되어 있던 ㈜라이트론에 대한 금전대여와 출자전환 거래입니다.


제 코가 석자였던 릭스솔루션은 최대주주 교체 직전, 자칫하면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지도 모르는 라이트론에 100억원을 대여합니다. 5G사업에 대한 투자와 경영참여가 목적이라고 신고했죠. 말이 금전 대여이지, 인수합병에 나서겠다는 소리죠. 엔비알컴퍼니가 최대주주가 된 후 릭스솔루션은 이 대여금 채권을 100% 자회사인 바른네트웍스로 양도합니다.


계약 상으로는 바른네트웍스가 7영업일 내에 대여금 채권 매입자금 100억원을 릭스솔루션에 지급해야 했지만, 현금은 오가지 않았습니다. 릭스솔루션은 대여금 채권을 넘긴 대가를 받는 대신 바른네트웍스에 출자하고, 바른네트웍스는 100억원 중 70억원을 라이트론에 현물출자해 9.56%의 지분을 취득합니다.



왜 100% 자회사를 끼워 복잡한 거래를 했는지 모르겠군요. 결과적으로는 릭스솔루션이 바른네트웍스에 증자를 하고 바른네트웍스가 라이트론에 70억원 유상증자와 30억원의 금전대여를 한 것과 같습니다. 릭스솔루션이 라이트론에 대여를 하고 그 채권을 바른네트웍스에 양도하는 거래는 필요가 없습니다. 라이트론이 돈이 급한 사정이었던 걸까요.


릭스솔루션은 왜 자신의 앞가림 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생사기로에 있는 라이트론 지분 취득에 나선 걸까요. 5G기술투자와 경영참여 목적이라고 하지만 고작 8.91%의 지분 밖에는 안되는데요. 언론 보도로는 릭스솔루션 관계자가 "거래정지가 곧 풀릴 줄 알았다"고 말했다는데, 이건 말이 안됩니다. 라이트론은 경영권 분쟁과 횡령 등으로 소송이 줄을 잇고 있었고,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 있었습니다. 거래정지가 곧 풀릴 상태가 아니었죠. 금전대여 직후 라이트론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었고, 지난 9월에야 상장유지 결정이 내려져 주권매매거래가 재개되었습니다.


릭스솔루션의 금전대여 채권이 바른네트웍스로 넘어가 라이트론에 현물출자되던 때, 라이트론은 12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게 되는데요. 신주를 취득한 곳은 라이트론 최대주주인 대산주택을 100% 소유하고 있던 정규용씨와 박찬희라는 분이 공동 설립한 대산주택홀딩스였습니다. 정규용씨와 대산주택은 사실상 동일인인데, 왜 굳이 대산주택홀딩스라는 회사를 설립해 증자를 했을까요. 아마도 박찬희라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 때문이겠죠.


증자 이후 임시주주총회에서 새로운 경영진이 구성되는데, 신임 이사에 박찬희씨와 박종술씨가, 감사에 이종명씨가 선임됩니다. 박종술씨는 전 릭스솔루션 대표이면서 법정관리에 있던 바른전자 관리인이었고, 이종명씨는 릭스솔루션의 대표이사였습니다. 모두 엔비알컴퍼니가 최대주주가 되기 전에 릭스솔루션 경영에 참여한 분들이죠


몇 달 후 라이트론의 최대주주인 대산주택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바뀝니다. 정규용씨가 지분을 매각한 겁니다. 거래 상대방은 바로 상지카일룸이 대표조합원이자 최다출자조합원인 루체투자조합이었습니다. 중앙디앤엠이 최대주주였던 릭스솔루션이 지분을 투자한 회사에 상지카일룸 자회사가 최대주주로 등장한 겁니다.


최대주주가 엔비알컴퍼니로 바뀌었지만, 릭스솔루션의 경영권은 여전히 중앙디앤엠측 인물들이 행사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 과정에서 엔비알컴퍼니의 실질 주주로 추정되는 서의환씨는 소외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릭스솔루션이 엔비알컴퍼니의 최대주주를 엉뚱한 사람으로 신고하는 것조차 몰랐을 정도로 말이죠.


대산주택홀딩스는 라이트론홀딩스로 상호를 변경하고, 박찬희씨는 지난해말 루체투자조합과 함께 라이트론홀딩스의 공동 최대주주(각 50%)가 됩니다. 그리고 올해 5월 박찬희씨가 루체투자조합의 지분 일부를 매입해, 라이트론홀딩스의 단독 최대주주가 됩니다.


같은 날 제3자 유상증자로 라이트론홀딩스의 주주가 된 6인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올해 초까지 중앙디앤엠 최대주주였던 제이앤에스컴퍼니입니다. 라이트론의 경영권 인수가 중앙디앤엠 전 주주와 상지카일룸측의 합작품이었던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