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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기술투자 지분을 매각하기 전 리더스에셋홀딩스는 보유지분 거의 전부를 대출담보로 잡혀 있었습니다. 차입처가 두 곳인데 하나는 상상인저축은행(10.44%)이었고 다른 하나는 놀랍게도 리더스기술투자(13.21%)였습니다. 특수관계인인 이학영씨도 보유주식 236만여 주중 100주를 리더스기술투자에 담보로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가능한 일이군요. 어떤 기업에서 차입한 돈으로 그 기업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군요. 이런 식이면 자금조달에 대한 부담 없이 무자본 기업인수가 얼마든지 가능하죠. 만약 인수한 지분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라면, 그 기업에는 실질적으로 증자대금이 유입되지 않는 셈이 되네요. 현금이 대여금으로 나갔다가 자본금으로 둔갑해 들어오네요. 들어온 돈은 없는데 자본이 늘어납니다.



가장납입(假裝納入, fraudulent payment for share)이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가장납입은 주금이 납입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납입이 된 것처럼 기장하여 설립등기나 증자등기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리더스기술투자 경우는 기업이 주주에게 대여금이라는 자산을 갖고 있으니, 주주가 상환을 하면 자본이 보전됩니다. 하지만 그 전에는 자본납입의 효과가 사실상 없다고 볼 수는 있겠죠.


리더스에셋홀딩스는 보유지분을 에이티세미콘에 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합니다. 상상인저축은행 차입금을 먼저 상환하고 리더스기술투자에 대한 차입금도 전액 상환한 것으로 보입니다.


에이티세미콘이 리더스에셋홀딩스와 주식양수도 계약을 처음 체결한 건 올해 3월 4일이었습니다. 에이티세미콘은 이를 전후해 모두 네 차례의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계약일 직전일인 3월3일 13회차 80억원이 시작이고, 14회차(40억원)과 15회차(20억원)이 4월 19일 발행됩니다. 그리고 잔금 200억원인 잔금 납입일인 12일을 하루 앞두고 유진에이티제일차주식회사를 상대로 200억원의 16회차 전환사채가 추가 발행됩니다.


에이티세미콘은 리더스기술투자 지분 인수대금 전액을 전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셈입니다. 잔금 납입으로 확보한 지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유진에이티제일차주식회사에 담보로 제공됩니다.


에이티세미콘의 최대주주인 김형준과 더에이치테크(전 제이앤에이치테크)는 지난달 리더스기술투자가 발행한 14회차 전환사채 200억원어치를 인수합니다. 차입처는 에스티에스개발과 베스트에이엠씨라는 곳인데, 에스티에스개발은 소규모 부동산개발업체(디벨로퍼)이고 베스트에이엠씨는 에스티개발이 설립한 자산관리회사입니다. 리츠운용사로 설립했지만 인가를 반납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리더스기술투자는 전환사채로 조달한 200억원을 고스란히 제이씨어슈어런스2호라는 사모펀드(PEF)에 출자했습니다. 제이씨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이 펀드는 리더스기술투자가 출자한 200억원을 재원으로 MG손해보험의 유상증자에 사용합니다. MG손해보험의 현 최대주주는 제이씨어슈어런스제1호(92.26%)이고 새마을금고중앙회가(우선주 포함 7.74%) 2대 주주입니다. 그런데 제이씨어슈어런스 제1호의 최대 출자자가 새마을금고중앙회라서 실질적 최대주주였습니다.


MG손해보험은 실적악화로 지급여력비율(RBC)이 급락하면서 2019년 경영개선명령을 받았습니다. 보험금 지급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인 RBC는 법적으로 100%를 넘기면 되지만 금융감독원의 권고비율은 150% 이상입니다. 지난해 4월 MG손해보험은 980억원의 후순위채권 발행과 700억원의 유상증자로 자본확충을 했습니다. 이때 대주주가 자베즈파트너스에서 제이씨파트너스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6월말 RBC비율이 다시 97%로 하락해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때 리더스기술투자가 나서게 된 것이죠. 리더스기술투자는 100억원 가량을 더 출자할 것이라고 하고, 제이씨파트너스는 내년 상반기까지 1200억원의 자본을 추가 유치할 것이라고 하네요. 금융당국은 이 경영개선계획을 승인했습니다.


그런데 기존의 실질적 최대주주인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증자 참여에 소극적이라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대주주가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죠. 리더스기술투자를 삼킨 에이티세미콘의 대주주 김형준씨가 노리는 게 혹시 이걸까요? 그렇다면 엄청난 사건이 되겠네요. 매년 관리종목을 들락거리던 회사가 무자본 M&A로 영세한 신기술금융사업자 리더스기술투자를 인수하고, 그 영세한 신기술금융사업자가 자산규모 4조원 이상의 손해보험사를 인수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김형준씨가 MG손해보험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면, 리더스기술투자는 앞으로 자주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200억원 단위로 해도 6차례나 더 해야 합니다. 에이티세미콘의 지배력을 상실하지 않으면서 자금 조달을 하려면, 전환사채 투자자는 에이티세미콘측이거나 우군이어야 할 테고요.


MG손해보험이 자본확충에 성공한다고 해서 경영정상화까지 이룰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합니다. 리더스기술투자는 소규모 기업이고 지난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수익창출능력이 높지 않죠. 에이티세미콘은 부실기업이고요. 이 위태로운 투자에 과연 자금이 몰려 들지 의문이군요.


MG손해보험 인수가 목적이 아니라면 그 또한 이상합니다. MG손해보험이 경영정상화에 성공해서 높은 투자수익을 얻으며 엑시트(EXIT)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 않는다면 유상증자 참여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RBC비율이 다시 하락해서 경영개선명령을 받게 되면, 대주주 지분 매각이나 감자 등이 불가피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