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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코스닥상장사 해성옵틱스의 최대주주의 최대주주가 변경되었다는 공시가 떴습니다. 이 회사 최대주주는 '오에이치 얼머스 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1호(이하 오에이치1호)'으로 27.96%의 보통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조합의 최대 출자자는 19.19%를 출자한 ㈜우림 이었는데, 조합원 간 조합지분의 양수도 거래가 발생하면서 18.45%를 출자한 ㈜이아이디로 최대 출자자가 바뀌었다는 게 공시의 골자입니다.


㈜우림이 조합지분을 누군가에게 양도하면서 ㈜이아이디가 조합의 최대 출자자가 된 것이지요.


해성옵틱스는 지난해 무려 3차례나 최대주주가 바뀌었습니다. 대표이사도 2차례 교체되었죠. 그 전에는 설립 이후 한 번도 최대주주가 바뀐 적이 없었습니다. 대표이사가 바뀐 적도 사실상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가 격변의 한해였던 셈입니다.


해성옵틱스는 지난해 12월 15일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습니다. 운영자금 140억원과 타법인 지분 취득자금 129억76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한 증자였고, 주당 843원에 3,200만주를 발행해 오에치1호에 넘겼습니다. 기존 최대주주인 이재선외 6인의 지분율은 15.72%로 하락하고, 오에이치1호가 28.16%의 지분율로 새로운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해성옵틱스의 설립자는 이을성씨로 창립이후 32년 동안 회사 경영을 책임져 왔습니다. 지난해 7월말 사임하고 장남인 이재선씨 단독 대표 체제로 바뀌기 전까지 말이죠. 그런데 설립자가 물러나고 불과 두 달 반만에 회사의 주인은 바뀌었고, 아들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이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해성옵틱스는 모바일용 렌즈모듈, AF액츄에이터, 카메라 모듈 등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카메라 부품사업을 하는 광학 전자제품 제조회사입니다. 삼성전기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90% 이상이라고 합니다. 201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고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빅 히트를 치면서 해성옵틱스도 호시절을 보냈습니다. 2016년에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액(연결 기준 3672억원)을 기록합니다.


이때부터 부자는 기업승계를 준비한 것 같습니다. 아들 이재선씨를 2015년 2월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이재선씨는 교보증권의 스팩(SPAC)을 통해 전자부품회사인 ㈜바이오그디바이스를 인수합니다. 스팩과 합병으로 코스닥 상장기업이 된 바이오그다비이스의 최대주주는 이재선씨(14.9%)였고, 동생 이승희씨(6.6%), 이재곤씨(3.3%)와 해성옵틱스(9.4%)를 합해 34.1%를 보유하게 되었죠.


바이로그디바이스 매출은 해성옵틱스를 등에 업고 2015년 449억원에서 2020년 918억원으로 100% 이상 증가합니다. 2019년 904억원의 매출 중 해성옵틱스 베트남법인에 대한 매출이 절반이 넘는 479억원에 달했고, 2020년에도 293억원의 판매고를 올렸죠.


이재선씨는 바이오그디바이스에서 2018년 코스닥상장사인 광학기기 부품 제조업체 코렌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고, 2019년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해성옵틱스 지분을 취득해 지난해 3월에는 8.24%의 지분율로 아버지 이을성씨를 제치고 최대주주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을성씨가 4.44%의 지분을 장내매도한 영향이 크긴 했지만요.



하지만 아버지의 회사 해성옵틱스는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었습니다. 해가 바뀔 때마다 매출이 눈에 띄게 줄고 자산규모도 축소되어 갔죠. 매출과 자산이 동반 감소하는 건 정말 나쁜 신호입니다. 설사 이익이 난다고 쳐도 안도할 게 못됩니다.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것일 테니까요.


2020년 코로나19 팬더믹이 치명타가 된 모양입니다. 2019년 반짝 증가했던 매출이 다시 급감하고 지난해에는 더욱 부진합니다. 2020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5년 연속 적자가 확실해 보입니다.



렌즈 모듈과 카메라 모듈의 부진이 심각했습니다. 2019년 15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려 주었던 카메라 모듈은 2020년 349억원의 매출에 그쳤습니다. 이로 인해 주요 생산법인인 해성옵틱스 베트남 법인은 적자의 늪에 빠져버렸고 해성옵틱스의 자금사정은 어려워졌습니다.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자금조달에도 몇 번이나 실패를 했습니다.


결국 해성옵틱스는 베트남 법인의 카메라 모듈 사업부와 렌즈 모듈 사업부의 영업중단을 결정합니다. 베트남법인에 원자재를 판매하던 해성옵틱스의 사업도 자동적으로 중단되었죠. 베트남법인의 렌즈 모듈 및 카메라 모듈 관련 공장과 생산설비도 매각해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에 활용하기로 했죠.


아들 이재선씨는 자신의 회사인 바이오그디바이스를 포기합니다. 지난해 3월 보유 주식 전부(23.92%)를 180억7000만원에 매각합니다. 그리고 해성옵틱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120억원을 투입해 28.19%의 지분율로 최대주주가 됩니다.


가족회의를 열어 아버지 회사인 해성옵틱스부터 살리기로 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나 봅니다. 이재선씨가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며칠 전 아버지가 보유주식 절반 이상을 장내 매도하고, 동생 이재곤씨는 보유주식 대부분을 장내매도합니다. 또 7월 282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앞두고는 주주에게 배정된 신주인수권을 온 가족이 나서서 장외매도합니다. 회사를 살리자고 주주들을 상대로 추가 출자를 요구하더니 대주주 일가가 쏙 빠진 겁니다.


이을성씨 가족의 지분율은 유상증자를 전후해 40%에서 21.89%로 크게 하락합니다. 그리고 한달 만에 다시 실시된 유상증자는 설립 이래 사실상 처음으로 최대주주 교체를 알려주었죠.



269억7600만원의 증자로 최대주주가 된 오에이치1호의 주요 출자자는 ㈜우림 등 5개사인데요. 우림과 옵트론텍은 특수관계자입니다. 우림이 일부 조합지분을 어디로 매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옵트론텍과 합하면 여전히 조합의 최대 출자자입니다. 최근 옵트론텍이 자신들이 해성옵틱스의 실질적인 최대 출자자라고 밝힌 이유입니다.


우림은 물류 운반기 제조회사인데, 2020년말 현재 자산 118억원, 자본 (-)22억원의 완전 자본잠식 회사입니다. 2018년까지 감사보고서가 공시되어 있는데, 이경숙(36.9%), 임윤섭(35.0%), 임지윤(28.1%) 세명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아무래도 가족 같습니다. 1936년생의 임윤섭씨와 1979년생의 임지윤씨는 부자지간 같고요(가족이 아닐 경우를 대비해 미리 사과드립니다).


옵트론텍은 옵트론텍은 이미지센서용 광학필름 세계 1위 기업으로 세계 1위 전기차업체 테슬라에 카메라 렌즈를 공급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200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때 상호는 해빛정보였습니다. 2008년에 ㈜옵트론-텍과 ㈜우림이 공동으로 해빛정보를 인수하는데, 두 회사의 대표이사가 임지윤씨였죠. 임지윤씨는 해빛정보를 인수한 뒤 대표이사가 되고 해빛정보가 옵트론-텍을 흡수합병해 우회상장을 하고, 옵트론-텍의 최대주주인 임지윤씨가 합병법인의 최대주주가 됩니다. 그 때 상호도 옵트론텍으로 바뀌죠. 현재 옵트론텍의 최대주주는 여전히 임지윤씨(16.66%)이고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임윤섭씨는 0.82%를 보유하고 회장으로 있습니다.


㈜해화는 박세진씨가 50% 지분을 가진 비상장사인데요. 해성옵틱스와 비슷하게 모바일용 카메라 액츄에이터 부품을 조립하는 모듈사업을 합니다. 해성옵틱스가 삼성전기 1차 벤더라면, 해화는 2차 벤처에 가깝습니다. 감사보고서가 2019년까지 나와 있는데. 당시 자산이 257억원에 자본이 (-)27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습니다. 임지윤씨 회사인 ㈜우림에서 단기차입금을 5% 이자로 쓰고 있었네요. 그새 회사가 좋아졌나요? 30억원의 조합출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모르겠군요.


이아이디는 이화전기, 이트론과 3총사로 유명하죠? 이아디이의 최대주주는 이화전기(23.62%) 이화전기의 최대주주는 이트론(19.90%), 이트론의 최대주주는 이아이디(9.47%)로 돌고 돕니다. 이아이디는 유류도매업을 하는 회사이고 이트론은 서버 및 스토리지 사업을 하고 있고, 이화전기는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회사인데, 해성옵틱스에 왜 관심을 갖는 지 모르겠군요.


오에이치1호가 최대주주가 되고 나서 혜화 사장인 조철씨가 대표이사로 선임되고, 옵트론텍과 우림 대표이사인 임지윤씨도 사내이사가 되었는데요. 이아이디는 해성옵틱스 경영진에 후보를 내지 않았습니다. 전략적 투자자는 아닌 모양입니다.


이재선씨는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회사에 남아 있기는 한데요. 가족들은 열심히 지분을 팔고 있습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동생 이승희씨와 함께 170만주를 시장에 던졌고, 동생 이승희씨 보유 주식이 '0'이 되자 자기 소유의 주식 80만주를 이승희씨에게 팔기도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