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註] 상장기업(코스피, 코스닥 포함) 중 매출이 매년 30% 이상 급성장하는 기업을 꼽아 봤습니다. 고성장을 질주하던 기업이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헤쳐가고 있는지 알아보는 게 목적입니다 물론 궁극적으로 궁금한 것은 이 기업들의 미래 전망이죠. 재무제표로 기업의 미래를 점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코로나를 전후한 실적이 기업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면 다가올 위드 코로나 시대에 그 기업이 가게 될 방향을 어렴풋하게는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근 3년간 매출이 매년 30% 이상 늘어난 기업으로는 고바이오랩,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카카오페이등 25개사가 있고, 2019년까지 4년 연속 30% 이상 성장하 기업은 샘표, 인스코비, 와이팜 등 12개사가 있습니다. 분석대상기간(2016~2020년) 모두 매출 성장률 30% 이상을 기록한 기업도 있습니다. 뉴트리, 바이오플러스, 프롬바이오, 원티드랩, 클리노믹스, 티앤알바이오팹 등 6개사입니다. 위 기업이 모두 분석대상이 되지는 않으며, 과거 실적을 분석하는 것은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하지만 향후 전망을 점치는 것은 독자의 몫임을 밝힙니다.


원티드랩은 HR테크 기업입니다. 지인 추천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채용 매칭 플랫폼 'wanted'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해서 구직자에게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추천하고 기업에게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추천해 서로 연결시켜주는 사업인데, 지인 추천을 받은 인재가 'wanted' 플랫폼을 통해 취업에 성공하면 추천인과 합격자에게 합격 축하금 등을 제공하는 보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규 사업으로 경력 개발 콘텐츠, 채용연계 교육, 직군별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커리어 사업, 프래랜서와 외주 기업을 연결해 주는 프리랜서 매칭 사업, 기업의 HR업무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HR 솔루션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2015년 4월 설립해서 업력이 이제 7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만에서 서비스를 출시해 나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있다고 볼 수 있고요. 2020년 1월에 글로벌 누적 회원 100만명, 기업고객 6300개사를 달성했고, 1년 반만인 지난해 6월 글로벌 누적 회원 200만명, 기업고객 1200개사로 플랫폼의 규모를 두 배로 키웠습니다.


창업 초기부터 상당히 빠르게 성장을 하고 있는데, 투자시장에서도 꽤 높은 잠재가치를 인정받았나 봅니다. 창업한 지 5개월 만에 시리즈 A로 17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2017년에는 '직군별 연봉정보'와 일본 서비스(refeme)를 출시하고 나서 90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습니다. 2019년에는 100억원을 추가로 유치했군요.


지난해 공모 시장이 비정상적일 만큼 뜨겁기는 했습니다만, 원티드랩도 기업공개를 할 당시 인기가 꽤 높았습니다. 공모 희망가격이 2만8000원에서 3만5000원 사이였는데, 수요예측에서 밴드 상단인 3만500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기관투자가들이 이 회사의 사업모델과 성장성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겠죠.


기업이 IPO 시장에 나오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금조달, 다른 하나는 투자자금 회수입니다. 성장을 위한 투자자금을 마련하고자 하면 신주 발행 중심의 기업공개를 하게 되고, 기존 투자자의 회수가 더 큰 목적이라면 구주 매출의 비중을 높이게 됩니다.


원티드랩의 경우에는 당연히 전자죠. 여전히 창업 초기에 있고 공격적으로 확장을 지향하고 있으니 말이죠. IPO 시장에 나온 주식이 73만주였는데, 이 중 96.6%인 70만5168주가 신주발행이었고 구주매출은 2만4832주에 그쳤습니다. 공모자금 255억5000만원 중 246억8088만원이 회사로 유입됐습니다. 기존 주주에게 간 돈은 9억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창업자인 이복기 대표를 포함해 임원과 우리사주조합 등 특수관계자들은 아무도 구주매출에 나서지 않았고, 상장 이전에 이 회사에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 중 '미래창조네이버스톤브릿지초기기업 투자조합과 '스톤브릿지 성장디딤돌 투자조합' 등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2곳에서 구주를 내놓았는데 그것도 보유주식의 10%에 불과했습니다.


주요 수익은 구인 기업에 대한 채용 서비스에서 나오는데, 인재 채용이 완료되면 기업 고객으로부터 후보자 연봉의 7%를 채용수수료로 받습니다. 헤드헌터 수익모델을 플랫폼화 한 것이군요. 주로 오프라인에서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헤드헌팅을 이 회사는 온라인 플랫폼이 하게 만든 셈입니다. 원티드랩이 성장하면 할수록 헤드헌터의 설 자리가 줄겠습니다.


원티드랩 말고 구인/구직 사이트는 꽤 많죠. 대표적으로 사람인, 잡코리아가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런 채용포털의 수익은 주로 광고에서 나옵니다. 채용공고를 낸 기업이 하는 광고가 주요 수익원이죠. 대규모 공채를 할 경우에는 광고비가 아깝지 않을 수 있겠지만, 요즘처럼 소수의 직원을 수시 채용하는 방식에서는 기업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원티드랩의 매출 성장률은 매우 높습니다. 2020년에 기록한 77.49%가 가장 낮을 정도입니다. 물론 창업 초기 성장률은 수치 만큼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습니다. 1억원에서 4억원으로 늘어서 400%대, 다시 13억원으로 늘어서 240%대를 기록해 봐야 첫 끗발이 개 끗발인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원티드랩의 매출 성장을 '그러다 말겠지'라고 가볍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코스닥 상장 첫 해인 지난해 9월까지 매출이 2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를 훌쩍 넘겼습니다. 지난해 3개월 매출이 2020년 3분기까지 매출의 89%에 이릅니다. 갈수록 매출에 탄력이 붙었다는 뜻이죠.


게다가 이 회사는 플랫폼 불리기(?)에 혈안이 돼 있습니다. 2018년에 기업 HR 정보제공 서비스 '크레딧 잡'을 인수하고 지난해에는 근태관리 솔루션 '커먼스페이스'를 인수했네요. 지난해 8월에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는데, 사업확장을 위한 M&A 자금 마련이 목적이었나 봅니다. 기업공개로 조달한 자금이 247억원 정도인데 100억원을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으로 쓰겠다고 했습니다. 커리어 서비스 콘텐츠 강화를 위해 에듀테크 기업, HR 서비스 유니버스 확장을 위해 HR 솔루션 기업 중에서 인수할 곳을 찾고 있는데, 올해 100억원을 전부 쓸 예정이라고 합니다.


행보를 보면 방향이 보입니다. AI 매칭 사업을 지금은 아시아 5개국에서 하고 있는데, 글로벌로 확장하려 할 것이고, 현재 IT인력 중심인 직군도 점차 넓혀 가겠죠. 커리어 콘텐츠와 교육 솔루션 등을 강화하는 걸 보면 유저에게는 평생 커리어 관리와 교육을 제공할 모양이죠.


원티드랩은 기업 회원들에게 무료로 지원자 관리 시스템(ATS)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지원자보다 더욱 관리하고 싶은 건 현재 근무하는 직원들일텐데,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근태관리 솔루션 '커먼스페이스'를 인수했잖아요. 이를 토대로 인사관리, 성과평가, 직원의 경력개발 등으로 확장하면 토탈 HR 솔루션 서비스가 되는 것이죠.


원티드랩이 성장의 길에서 도중에 고꾸라질 지, 지속적으로 성장해 구인/구직 시장에서 안정적인 사업자로 남을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지향하는 방향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아주 빠르게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출 성장 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더욱 크게 의미부여를 할 만한 일이 지난해 생겼는데요. 바로 원티드랩의 흑자 원년이 확실시 된다는 겁니다. 물론 매출액 증가가 빚어낸 결과지요. 지난해 9월가지 51억원의 영업이익과 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습니다. 2020년까지는 매출이 늘었어도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서 현금흐름도 적자였는데,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72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했고, 약간의 자본적 지출을 제하고 65억원의 현금잉여가 발생했습니다.


이게 원티드랩에게는 상당한 호재가 될 것 같습니다. 그 동안은 추가 성장을 위한 투자자금을 외부 조달을 통해 마련해야 했지만, 지난해 부터는 내부적으로 자금창출이 가능해져서 외부에 손을 벌릴 필요가 줄어들었죠. 아주 빠른 성장과 대대적인 투자를 꾀하지 않는다면, 추가로 유상증자를 하거나 차입을 하지 않고 벌어들이는 현금을 차곡차곡 모아서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아, 물론 매출과 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가정하에 말입니다.



원티드랩에는 IPO에서 조성된 240억원의 현금이 정기예금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고,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포함해 약 330억원 정도의 현금유동성이 있습니다. 올해 추진하려는 에듀테크 기업과 HR솔루션 기업 인수를 하게 되더라도 유동성에 크게 문제될 게 없습니다.


이익과 현금흐름은 올해 큰 폭으로 늘어날 것 같습니다. 지난해 9월까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차이가 32억원으로 큰데요. 가장 큰 원인이 파생상품평가손실 23억원입니다. 이 손실은 재무적 투자자에게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의 보통주 전환가격과 주가의 차이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우선주의 전환가격보다 주가가 올라서 그 만큼이 회사의 손실로 인식됐죠.


그런데 약 200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가 올해 모두 보통주로 전환되었습니다. 더 이상의 파생상품 평가손실과 이자비용이 발생하지 않죠. 기본적으로 올해보다 23억원 만큼의 이익을 더 낼 수 있는 조건을 깔고 갑니다.



현금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이라는 게 처음에 구축비용이 많이 들지만, 이후로는 크게 돈 들어갈 데가 없잖아요. 사업을 확장하면서 인건비와 관리비 등이 분명히 늘어나겠지만, 유형자산 등의 자본적 지출에 큰 돈이 들어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원티드랩의 매년 자본적지출은 감가상각비보다 적습니다. 매출채권 관리만 잘 하면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속도로 현금흐름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는데요. 초기에 투자했던 재무적 투자자들이 상장 이후에 빠져나가고 있네요. 상장 이전에 5%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었던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18과 케이티비엔7호 벤처투자조합이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5% 이상 주주 명단에서 사라졌습니다.


공시를 살펴 보니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18은 주가가 7만원 근방일 때 장내매도에 나서서 일부 이익실현을 했고, 케이티비엔7호벤처투자조합은 100% 무상증자 후 주가가 3만~3만6000원 사이일 때 주로 장내매도했네요. 장내 매도 후 두 조합의 지분율이 각각 4.89%와 1.60%로 떨어져 더 이상의 공시의무가 없습니다. 추가 매도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만족할 만한 투자수익을 얻었다고 판단해서 매각을 한 것인지, 원티드랩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낮춘 것인지 어느 쪽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