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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반도체업체 알파홀딩스가 OLED 제조장비 업체 한송네오텍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알파홀딩스가 2차전지 사업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인수에 나선 것이라고 보도를 하고 있네요. 한송네오텍은 2차전지 관련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업체인 엔에스네오텍을 지난 2020년에 설립했고, 지난해 2차전지 부품 소재 업체 신화아이티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2차 전지사업을 위한 것이라면, 한송네오텍이 아니라 한송네오텍 자회사를 노리고 인수했다는 얘기로 들리는 군요.
그런데 이 거래의 본질이 정말 알파홀딩스의 한송네오텍 경영권 인수일까요? 그리고 한송네오텍 지분 인수가 알파홀딩스가 2차 저지사업에 진출하는 첫 신호탄일까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두 회사는 이미 그 전부터 매우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알파홀딩스는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보통이라면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릴 처지가 아닙니다. 본업에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갑자기 웬 2차 전지사업이랍니까.
일단 경영권 인수 거래에 대해 살펴 보겠습니다. 알파홀딩스는 지난 21일 한송네오텍의 최대주주 시너웍스㈜와 경영권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시너웍스 보유 지분 13.94% 중 13.40%에 해당하는 773만546주를 338억5979만원에 양수하기로 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260억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이 거래는 어쩌면 이미 몇 달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을 겁니다. 지난해 10월 한송네오텍이 90억원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배정 대상자가 바로 알파홀딩스였고, 청약일이 알파홀딩스와 시너웍스가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달 21일입니다. 이달 21일이 바로 알파홀딩스가 한송네오텍의 구주와 신주를 양수 및 인수하기로 결정된 날인 셈입니다. 알파홀딩스는 3월말 구주 양수를 위한 잔금 78억5979억원을 지급하고, 5월말 90억원의 증자대금을 납입해야 합니다.
알파홀딩스의 한송네오텍 인수는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두 회사는 잦은 금전거래가 오가는 사이였습니다. 지난해 6월말 한송네오텍이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50억원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때는 알파바이오랩스, 알파에너웍스, 알파머티리얼즈 3사가 나서서 인수했는데, 모두 알파홀딩스의 종속회사입니다. 알파홀딩스는 이때 이미 한송네오텍의 지분 6.32%를 확보해 시너웍스에 이어 2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원래 한송네오텍의 50억원의 유상증자는 지난해 2월에 하기로 되어 있었고, 신주는 최대주주 시너웍스가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일정이 지연되었고, 지난해 5월 증자목적이 재무구조 개선에서 타법인 지분 취득자금 조달로 바뀌면서 신주 인수자가 알파홀딩스 계열사들로 교체되었죠.

한송네오텍이 이 돈으로 인수한 타법인이 바로 2차전지 소재기업 신화아이티입니다. 신화아이티 인수가 한송네오텍과 알파홀딩스의 합작품이었다고 볼 수 있죠. 한송네오텍은 신화아이티 구주와 신주를 총 49억원에 매입해 54.44%의 지분을 취득했는데요. 한송네오텍이 현금 30억원과 전환사채 14억원 등 44억원을 댔고, 자회사 엔에스네오텍이 5억원을 지불했습니다.
알파홀딩스가 한송네오텍에 일방적으로 자금을 공급한 것은 아닙니다. 한송네오텍은 지난해 10월말 강남구 논현동의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빌딩을 150억원에 매입했는데요. 이 빌딩을 한송네오텍에 판 거래 상대방이 바로 알파홀딩스였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알파홀딩스의 한송네오텍 인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한송네오텍은 지난 2020년 12월 유상신주 인수, 2021년 1월 전환사채 인수로 알파홀딩스에 1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고, 지난해 6월에는 자회사 엔에스네오텍이 20억원의 알파홀딩스 전환사채를 추가로 인수했죠. 처음 지분 인수에서 시작해 논현동 빌딩 매입까지 총 270억원이 한송네오텍에서 알파홀딩스로 넘어간 셈입니다.
알파홀딩스의 최대주주는 프리미어바이오㈜인데 지분율은 5.39%에 불과합니다. 전환사채권을 포함한 잠재지분율을 더해도 6.05%에 그칩니다. 그런데 지분율로 따지면 알파홀딩스의 1대 주주는 한송네오텍입니다. 자회사 엔에스네오텍을 포함해 보통주 지분율이 6.73%이고,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보유하게 되는 잠재주식을 포함하면 15.27%에 달합니다. 지분율에서 프리미어바이오를 압도함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가 아닌 이유는 보유목적이 경영참가가 아닌 단순투자이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보유목적을 바꾸기만 하면 곧바로 최대주주가 바뀐다는 소리죠.

참 이상한 관계입니다. 알파홀딩스와 한송네오텍은 각각 경영권을 가진 최대 주주가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한송네오텍은 알파홀딩스의 최대 지분을 가진 단일 주주이고, 알파홀딩스는 한송네오텍의 2대주주이죠. 시너웍스가 알파홀딩스에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서로가 서로에게 최대 주주가 되는 셈입니다.
한송네오텍의 최대주주 시너웍스, 알파홀딩스의 최대주주 프리미어바이오는 어떤 존재일까요. 시너웍스는 2015년 설립된 치과용 기기 제조회사인데, 손준혁이라는 분이 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설립한 개인회사입니다. 한송네오텍을 인수할 당시 2차전지 전문기업이라고 언론에 소개되었는데, 언론들이 회사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 쓴 모양이예요. 한송네오텍 인수 당시 자본총액이 3000만원, 자산총액이 5억8400만원짜리 회사였습니다. 이 회사가 실질적인 인수 주체라고 믿기 어렵습니다.
시너웍스가 2020년 10월 한송네오텍 지분을 처음 인수할 당시 105억원을 들여 546만주를 취득했는데, 보유주식을 담보로 29억원을 차입했습니다. 차입처가 삼성증권과 구희도, 김원종 2인입니다. 그런데 구희도씨는 바로 알파홀딩스 최대주주 프리미어바이오의 대표입니다. 한송네오텍이 왜 알파홀딩스 지분을 인수했고, 알파홀딩스 빌딩을 매입했는지 그리고 한송네오텍이 2차전지 사업에 진출할 때 그 자금을 왜 알파홀딩스가 댔는지 짐작이 가능한 대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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