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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에 삼부토건의 경영권 지분이 매물로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고, 회사는 공시를 통해 이를 사실로 확인했습니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인 휴림로봇(10.48%), 3대 주주인 아레나 글로벌(3.03%) 등이 보유한 경영권 지분 25%인데, 매각자 측에서는 2,000억원 가량을 받기 원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지난 18일 현재 삼부토건의 시가총액은 3,203억원입니다. 이중 25%이면 800억원인데, 약 15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달라고 하는군요.
주식시장에는 매각자와 매수자가 사실상 짜고 치는 '짬짬이 M&A'로 보이는 거래가 종종 보입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조건으로 기업을 사고 판다면 한번쯤 의심을 해 볼 만 합니다. 그런데 이번 삼부토건 경영권 지분 매각은 삼정회계법인을 주관사로 정해서 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루어질 거라고 하더라고요. 인수희망자들이 실사를 통해 회사의 가치를 꼼꼼하게 따져볼 텐데, 시가의 2.5배를 주고 지분 매입에 응할 곳이 과연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삼부토건은 많은 의혹을 받은 기업입니다. 실소유주로 지목된 사람은 라임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 혐의로 체포되었죠.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와 삼부토건 전 회장의 관계에 대한 의혹도 있고, 지난해에는 정치테마주 주가조작 논란에도 휩쓸렸습니다. 삼환기업 대표를 지낸 이계연씨를 지난 2020년 11월에 대표이사로 선임했는데, 이계연씨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낙연씨의 동생이었죠. 삼부토건 논란의 공통점은 그 진원지가 오너에게 있다는 것이죠.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건 이사회이지만, 결국은 오너의 입김이 작용한 것일 테니까요.
삼부토건은 그간 최대주주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내홍을 겪었습니다. 법정관리 중이던 지난 2017년 DST로봇(현 휴림로봇) 컨소시엄이 새 주인으로 등장했는데, 무자본 인수 의혹이 불거지고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휴림로봇은 수 차례 지분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되었습니다. 2018년에 코스피 상장사인 우진에 매각하기로 했지만 1년 넘게 질질 끌다 무산되었고, 똑 같은 조건으로 웰링턴PEF에 매각하려다 역시 1년 여의 시간을 허송세월하고 무산되었습니다.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의혹이 있을 수 있습니다. 최대주주인 휴림로봇의 주인이 삼부토건 인수 이후 자주 변경되었고, 현 최대주주의 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삼부토건이 발행해 놓은 주식관련 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사채) 때문이기도 합니다. 삼부토건 경영권 지분 매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복잡한 과거의 거래와 최대주주의 지분관계 및 변화에 대해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휴림로봇은 지난 2017년 9월에 삼부토건의 회생법인 M&A 매각시, 인수컨소시엄의 대표회사로 나서 주당 6,940원, 총 200억원의 자기자금으로 유상신주와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총 288만주를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보유주식은 지난 2019년 4월 주식분할을 통해 지금의 1,440만9,225주로 변경되었고, 이후 회생채권의 출자전환으로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지분율은 10.48%로 낮아졌습니다.

2대주주인 우진은 2020년말까지 8.8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7월 장내매도로 4.99%까지 낮췄고, 별도 공시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후로도 추가 매각해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는 487만여주(3.55%)까지 지분율이 하락했습니다.
미국에 소재를 둔 특수목적회사인 아레나 글로벌(Arena Global SK SPV, LLC)은 지난해 12월 24일 기준으로 3.03%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었는데, 2020년 12월 23일 모처 세 곳으로부터 전환사채 액면 143억원(전환가액 1000원)어치를 장외 매수한 뒤, 정확히 1년 뒤인 지난해 12월 그 중 43억원어치만을 주식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는 제 3자에게 매각했습니다.
주요 주주의 존재는 삼부토건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전환사채를 보고 나면 의미가 퇴색됩니다. 지난 2019년 11월에 신주인수권부사채 250억원, 2020년 12월에 350억원의 전환사채가 각각 발행되었죠. 올해 4월에도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71회차)가 추가로 발행됩니다.
아직 발행되지 않은 전환사채를 제외하고 신주인수권부사채 250억원(69회차)은 2020년 11월부터, 전환사채 350억원(70회차)은 지난해 12월부터 전환권(신주인수권) 행사가 가능한 기간에 진입했고, 전환가액(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이 1,000원에 불과해 언제라도 주식전환을 통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69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와 70회차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이 모두 이루어지면 총 6,000만주의 신주가 발행이 되는데, 이는 현재 발행주식 수의 137,556,269주의 43.61%에 해당하는 물량입니다. 바꾸어 말해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전환사채의 보유자는 언제든지 30.37%의 보통주 지분 보유자로 바뀔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 최대주주 휴림로봇의 지분율을 압도합니다.
69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발행 당시 포세이돈개발조합 등 6개 투자조합이 나누어 인수했는데요. 지금은 이석산업개발㈜라는 곳에서 전액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석산업개발은 지난 2020년 8월에 69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 전액을 취득했다고 보고했는데, 아직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회사는 송파구에 주소를 두고 있는 부동산업자로 이창용이라는 분이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임형모라는 분이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것 말고는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삼부토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매입하기 두 달 전인 2020년 6월22일 설립되었습니다. 삼부토건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를 위해 법인 하나가 필요했기 때문에 명목상 설립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실제로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다만, 신주인수권이 행사되면 이석산업개발이 휴림로봇을 누르고 12.66%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3,500만주의 보통주로 바뀔 수 있는 70회차 전환사채는 보유자 변동이 좀 복잡합니다. 가장 최근 공시는 아레나 글로벌이 2020년 12월 23일 액면 기준 143억원어치를 매입한 후에 지난해 12월 20일 100억원어치를 되팔고, 43억원어치를 보통주로 전환했다는 겁니다. 이로 인해 3.03%의 지분을 갖게 되었죠.
70회차 전환사채는 2020년 12월 23일 발행이 되었는데요. 하이홈코리아, 퍼스트타임, 여명실업, 신명종합주택, 호성산업, 대신개발엔지니어링 등 6개사가 인수했습니다. 이 사채의 발행이 결정된 건 그 해 8월 5일이고, 이때 기준주가를 기초로 전환가액을 1,000원으로 정했는데, 정작 발행이 이루어진 12월23일에는 삼부토건의 주가가 4,430원까지 상승해 있는 상태였죠. 발행이 되기 전부터 이미 300% 이상의 평가이익이 나 있었던 노다지 전환사채인 셈인데, 발행 당일에 손바뀜이 활발히 이루어집니다. 이미 약속이 돼 있었던 거래였지요.

하이홈코리아 등 6개사가 인수한 전환사채는 발행 당일 143억원이 아레나 글로벌에 넘겨졌고, 90억원이 리더스기술투자(자회사 리더스스페이스가 매입한 10억원 포함)로 이동되었습니다. 리더스기술투자가 90억원을 액면가액 그대로 매입한 걸로 보아, 전환사채의 이동은 사전에 이미 약속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리더스기술투자는 호성산업(40억원), 대신개발엔지니어링(20억원), 신명종합주택(20억원)에서 총 80억원을 매입했고, 자회사인 리더스스페이스는 에스씨투자조합으로부터 10억원의 전환사채를 사들였습니다. 에스씨투자조합은 6개의 인수자에 포함되지 않은 곳이니, 발행 당일 손바뀜이 두 차례 이상 일어난 셈이군요.
아레나글로벌이 지난해 12월 전환가능기간 시작 직전에 매각한 전환사채를 사간 곳은 여명실업(65억원)과 호성산업(35억원)입니다. 최초 인수에 참여했던 회사들이죠. 그리고 리더스기술투자가 보유한 전환사채 80억원 중 40억원에 대해서는 역시 최초 인수자 중 한 곳인 퍼스트타임이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환사채 보유자도 이른바 5% rule을 적용 받습니다. 전환권을 행사해 5%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수 있다면 지분보유 및 변동 사항을 보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최초 인수회사 6개사 중 지분보유 현황을 보고한 적이 없습니다. 5% 이상의 지분에 해당하는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지분보유 현황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서 전환사채를 다 팔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환사채 발행 당시 삼부토건의 발행주식 수는 1억3754만주 정도였고, 지분율 5%를 충족하려면 6800만주 이상이 필요했습니다. 전환사채 68억원 이상을 인수해야 보고 의무가 생기죠. 그런데 가장 많은 물량을 인수한 하이홈코리아, 퍼스트타임의 인수물량이 67만주였습니다. 절묘하게 잘라서 공시의무를 피해갔습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몇 가지 추론을 할 수 있습니다. 발행 당일 인수한 물량을 인수한 가격 그대로 다시 매각한 것으로 미루어 최초 인수자인 6개사는 전환사채 발행을 위해 동원되었을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아레나 글로벌, 리더스기술투자와 마찬가지로 발행 당일 전환사채를 받아간 다른 투자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리더스기술투자가 인수한 80억원의 전환사채 중 40억원에 대해 최초 인수자인 퍼스트타임이 콝옵션을 갖고 있고, 아레나 글로벌이 취득한 143억원의 전환사채 중 100억원어치가 다시 최초 인수자에게 돌아간 것으로 미루어, 현재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최종적인 주인은 따로 정해져 있을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350억원의 전환사채는 보통주로 전환하면 최소 17.72%(신주인수권부사채와 전환사채 전액이 주식전환되었을 때 기준)의 지분에 해당하는 물량입니다. 주식 전환 여부에 따라 최대주주가 다시 바뀔 수 있는 물량입니다. 그런데 그 주인을 특정할 수 없다면, 결국 삼부토건의 실제 주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뜻이 됩니다.
매물로 나온 삼부토건의 경영권 지분은 25%라고 합니다. 최대주주인 휴먼로봇이 보유한 지분이 10.48%이고, 매각 대상에 포함된다는 아레나 글로벌의 지분이 3.03%입니다. 2대 주주인 우진은 경영권이 없는 지분이겠고요. 그렇다면 25%의 나머지 지분은 무얼까요.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측에서 보유한 전환사채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삼부토건이 70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할 당시 경영총괄을 맡으면서 회장 직위를 달고 있던 사람이 조성옥 전 대교종합건설 회장입니다. 그리고 전환사채 발행 한달 전 이낙연 의원의 동생 이계연씨가 각자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되었죠. 전환사채 발행이 조성옥 전 회장에 의해 주도되었을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성옥 회장에게는 루트원플러스(2021년 10월 휴스토리로 상호 변경)라는 가족회사가 있는데요. 지난 2014년 상장폐지된 디브이에스코리아를 조성옥 회장이 적대적 M&A를 한 곳입니다. 현 최대주주는 크레센(2021년 9월말 기준 95.19%)이고, 크레센의 최대주주는 허원혁(100%) 대표이사인데, 여전히 조 회장 일가의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성옥 회장의 부인 박란희씨가 대표이사를 지냈고, 아들 조원일씨의 이름을 따서 루트원플러스로 회사 이름을 정했다고 하죠. 조원일씨는 루트원투자조합을 조성해 2017년 이인광 회장과 함께 자동차부품업체인 에스모를 인수하고 이후 라임자산운용의 돈을 끌어들여 코스닥 상장사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허위공시 등을 통해 주가조작을 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4월 구속되었습니다.
루트원플러스의 본사 소재지가 경기도 성남시 위례광장로 322, 511호(창곡동, 아이플렉스)이고 충청북도 음성군 삼성면에 공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6개의 전환사채 최초 인수자 중 하이홈코리아가 설립당시 주소를 루트원플러스의 본사에 두고 있었고, 바뀐 주소는 루트원플러스의 공장 주소와 일치합니다. 67억원의 전환사채를 인수한 하이홈코리아가 조성옥 회장과 관련된 회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이홈코리아는 삼부토건의 전환사채 발행 결정 직전인 2020년 7월24일 설립되었습니다.
25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보유한 이석산업개발의 최대주주가 이창용(50%)이라는 분이었죠. 전환사채 최초 인수자중 ㈜퍼스트타임의 대표자 이름도 이창용입니다. 퍼스트타임은 2020년 7월23일, 하이홈코리아보다 하루 앞서 설립된 회사입니다.
참으로 이상하게도 삼부토건의 경영진에는 최대주주 휴먼로봇 출신의 인물이 없습니다. 2017년 인수 직후부터 지금까지 휴먼로봇이 지속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삼부토건의 실제 주인은 따로 있고, 휴먼로봇의 지분은 그 중 일부이거나 경영권 지분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요. 최대주주를 바꿔 놓을 수 있는 물량의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하고, 그 소유권을 이리 저리 옮겨 놓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그 사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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