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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토건은 2017년 4월 법원의 허가를 받아 기업 공개매각에 나섰고, 6월 26일 디에스티로봇과 무궁화신탁이 참여한 DST컨소시엄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합니다. 그리고 8월17일 제3자배정 유상증자 600억원, 사모 전환사채 228억원 등 총 828억원의 인수대금으로 M&A 본계약이 체결됩니다. 거래는 9월 15일 유상신주와 전환사채 대금이 납입되면서 종결되죠.
그런데 MOU 체결 당시 디에스티로봇의 최대주주 베이징 링크선 테크놀러지(이하 베이징 링크선)의 지분율은 7.14%에 불과했습니다. 2015년 디에스티로봇을 인수할 당시 지분율 28.20%에서 4분의 1토막이 나 있었죠. 베이징 링크선과 공동 보유자로 9.40%의 지분을 인수했던 리드 드래곤 유한공사(이하 리드 드래곤)는 지분을 모두 처분한 상태였습니다. 대신 리드 드래곤의 100% 주주인 리밍 회장이 3.62%의 지분으로 베이징 링크선의 낮은 지분율을 보완하고 있었습니다.

베이징 링크선과 리드 드래곤은 2015년 3월 각각 약 83억원과 약 28억원에 디에스티로봇 지분을 장외매수한 뒤 약 한달 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5억원과 16억5000만원의 신주를 추가 인수합니다. 두 회사의 자본납입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두 회사는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직전일 일부 지분을 치오위츠라는 개인에게 장외 매도하고 유상 증자 후에는 지속적으로 장내 및 장외에서 지분을 처분합니다. 치오위츠는 리밍 회장의 개인 회사인 리드 드래곤의 대표를 역임했던 인물입니다. 베이징 링크선은 치오위츠에게 약 17만주를 처분해 11억원 이상을 회수하고, 다시 대덕뉴비즈1호~3호 조합에 152만여주를 95억원 가량에 매각합니다. 에스알투자조합에도 37만5000여주를 팔아 23억원 이상을 현금화합니다. 베이징 링크선이 이렇게 장외 매도로 회수한 현금은 총 129억원으로 2015년 3월 장외 매수와 4월 유상증자 납입에 들어간 약 100억원을 웃돌았습니다. 디에스티로봇의 경영권을 인수한 지 불과 1년 반만에 투자금 이상을 회수하고도 7.14%의 지분율로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죠.
리드 드래곤이 디에스티로봇 지분 인수에 들인 자금은 약 44억원이었습니다. 2015년 3월 장외매수로 약 28억원, 그해 4월 유상증자에 약 16억5000만원을 투입했죠. 그런데 일부 일부 지분을 치오위츠에게 장외매도한 후에도 장내 매도로 총 49억원 이상을 회수하죠.
그리고 남은 지분 195만여주를 장외거래로 리밍 회장에게 48억6000만원을 받고 넘깁니다.리밍 회장이 리드 드래곤의 100% 지분을 갖고 있으니 사실상 동일인이라고 보면, 44억원에 디에스티로봇 주식을 매입한 후 49억원 이상을 회수하고도, 48억6000만원어치를 보유한 셈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리드 드래곤이 디에스티로봇의 잔여 지분을 리밍 회장 명의로 바꾼 날이 바로 DST컨소시엄이 삼부토건과 MOU를 체결한 2017년 6월26일입니다. 또 베이징 링크선에게서 장외매수로 디에스티로봇 지분을 매입한 대덕뉴비즈1호조합은 2017년 8월 17일 조합원에게 재산을 분배하고 해산하는데, 바로 DST컨소시엄이 삼부토건 M&A 본계약을 체결한 날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대덕뉴비즈2호와 3호조합 역시 1호조합과 같은 날 조합재산 분배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베이징 링크선의 지분을 장외 매수한 목적이 같을 테니까요.
중국의 휴대폰 매장 체인인 디신통 그룹이 신설한 베이징 링크선과 리밍 회장이 개인 자금으로 조세회피 지역인 버진 아일랜드에 세운 리드 드래곤. 중국계 기업으로 보이는 두 회사가 한국의 산업용 로봇 회사인 디에스티로봇을 인수한 목적이 디에스티로봇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았거나 디신통그룹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 또는 중국 로봇시장 진출 등 전략적인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중국 회사 또는 중국계 회사로 보이기는 하지만 디에스티로봇을 인수한 자금이 정말 중국 자본인지도 확인된 것은 아니죠.

디에스티로봇은 베이징 링크선에 인수된 다음 달인 2015년 4월에 47억5000만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는데, 베이징 링크선이 25억원, 리드 드래곤이 16억5000만원, 동부로봇시절부터 대표를 맡고 있던 강석희 대표이사가 6억원을 납입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달인 5월에는 자본잠식 상태였던 일본 자회사인 AITEC Corporation에 28억여원을 대여합니다. 이 회사는 넉달 후 베이징 링크선에 매각됩니다. 매각 대금은 단돈 1달러 였습니다. 디에스티로봇은 그해 단기대여금이 4600만원에서 30억4000만원으로 늘었고, 그 중 30억1323만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습니다. 못 받는 돈으로 처리한 것이죠.
강석희 대표와 베이징 링크선의 밀월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16년 8월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소문이 돌더니 돌연 강석희 대표가 해임되죠. 소문은 사실로 나타납니다. 베이징 링크선이 대덕뉴비즈1~2호 조합 및 에스알투자조합에 28.13%의 지분 중 20.01%를 117억8000만원에 매각하고, 디에스티로봇이 발행하는 전환사채 20억원을 대덕뉴비즈조합 측에서 인수하는 계약이 체결됩니다. 이때 대덕뉴비즈1호조합은 베이징 링크선과 공동경영인으로 디에스티로봇의 경영에 참여하기로 합니다.
이상한 거래입니다. 베이징 링크선 지분 대부분을 3개 조합에서 인수하기로 했으면, 3개 조합이 연대해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는데 고작 8% 남짓한 지분이 남은 베이징 링크선과 공동 경영 약정을 맺습니다. 거래는 원래 계약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베이징 링크선 지분이 이때 거의 매각됩니다.
2015년 디에스티로봇이 2017년 삼부토건 인수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베이징 링크선이 보유 지분 일부를 대덕뉴비즈1~3호 및 에스알투자조합에 매각한 시점부터는 삼부토건 인수와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대덕뉴비즈조합이 공동 경영에 나선 것은 베이징 링크선과 합의한 소기의 목적(?)이 있기 때문일테죠. 그렇다면 대덕뉴비즈조합이 삼부토건 인수 본계약이 체결된 날 조합재산을 분배한 것은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경영권 분쟁은 강석희 전 대표이사가 사내이사직에서도 해임되는 것으로 일단락됩니다. 주주총회에서는 리밍 리드 드래곤 대표를 새로운 이사로 선임하죠. 새로 짜여진 경영진에는 천징 대표이사를 비롯해 류둥하이, 리밍 등 중국 인사들이 참여하게 됩니다.
2017년 삼부토건 M&A를 위한 입찰에 참여를 결정한 건 베이징 링크선과 리드 드래곤이 장악한 이사회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베이징 링크선은 대부분 지분을 대덕뉴비즈1~3호 조합 등에 넘긴 다음이었고, 리드 드래곤도 대부분 지분을 매각한 후였죠. 대덕뉴비즈 1~3호 조합이 없었다면, 베이징 링크선과 리밍 회장이 디에스티로봇의 이사회를 장악하고, 삼부토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베이징 링크선이 대덕뉴비즈1~3호 조합 등에 지분을 넘긴 시점은 매우 미묘합니다. 삼부토건의 르네상스호텔 매각이 성사된 게 이 즈음입니다. 2016년 5월 VSL코리아가 르네상스호텔 매입하기로 확정되지만, 실제 매매대금이 오가는 건 10월이었죠. 처음에는 VSL코리아가 르네상스호텔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하지만, 처분 예정일이 7월에서 9월, 9월에서 10월로 두 차례 연기됩니다. 이와 함께 매수인도 VSL코리아가 설립한 멕킨237PFV로 바뀝니다. 멕킨237PFV는 삼부토건이 갖고 있는 르네상스호텔 지분과 삼부토건의 100% 자회사 남우관광이 보유한 지분을 각각 1800억원과 5100억원에 사들입니다.
삼부토건의 회생 가능성을 결정짓는 변수였던 르네상스호텔 매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디에스티로봇에서는 최대주주의 지분이 동맹군인 대덕뉴비즈조합에 넘어가고 있었고, 기존 경영진과 분쟁을 통해 삼부토건 인수를 결정하는 이사회가 구성된 셈입니다. 이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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