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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이씨의 자산규모가 3월말 현재 기준으로 6854억원입니다. 이중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섬유제품 부문에 속하는 자산은 1969억원입니다. 자회사인 바이콤광고(광고대행업)에 속하는 자산은 7271만원이죠. 70%가 넘는 4884억원의 자산은 건설/임대 부문에 있습니다.


건설/임대 부문의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408억원, 2020년 기준 396억원입니다. 섬유제품 부문 매출액의 1/3 정도 됩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158억원, 2020년 153억원으로 섬유제품 부문(지난해 110억원, 2020년 77억원)보다 많습니다. 본업은 내의를 만들고 파는 일이지만, 건설/임대 부문이 더 많은 돈을 벌어 줍니다. 주로 임대 수입이죠.



잘 알려진 대로 비와이씨는 부동산이 많습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 부동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하자고 요구하고 있죠. 3월말 기준 장부상 투자부동산이 4768억원으로 자산의 약 70%나 되죠. 유형자산으로 분류된 토지와 건물은 590억원입니다. 부동산이 유형자산으로 분류되면 본업인 내의 제조에 사용되는 것이고 투자부동산으로 분류되면 임대에 사용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투자부동산의 공정가치는 약 1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처음부터 본업용 부동산과 임대용 부동산이 나누어져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투자부동산으로 분류된 토지와 건물이 본사와 영업소 등이더라고요. 본업에 쓰다 투자부동산으로 넘겨지거나 투자부동산으로 쓰다 본업에 쓰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올해 1분기에는 약 18억원이 유형자산에서 투자부동산으로 바뀌었고, 지난해에는 47억원의 투자부동산이 유형자산으로 용도 변경되었더군요.



2010년까지 장부상 투자부동산은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없었던 건 아닙니다. 2010년 이전에는 임대에 사용되는 부동산도 유형자산으로 분류되었거든요.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보유하는 부동산이 유형자산에서 투자부동산으로 계정 재분류가 이루어졌습니다.


유형자산이 적고 투자부동산이 큰 이유 중 하나는 생산설비가 인도네시아에 있어서 그렇습니다. 원단과 봉제품 제조가 모두 인도네시아에서 이루어지는데 공장 부지와 건물의 장부가액이 3월말 현재 91억원 정도입니다. 유형자산인 토지가 모두 590억원이니 그래도 약 500억원의 유형자산인 토지와 건물은 국내에 있는 셈인데, 본사와 영업소의 부지와 건물이겠죠.


그런데 투자부동산도 본사와 영업소 등이라고 하니,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본사와 영업소 등의 부지와 건물 중 일부만 비와이씨가 쓰고 대부분을 임대용으로 쓰고 있다는 얘기 같습니다.


비와이씨가 투자부동산에서 벌어들이는 연간 임대수익이 400억원 정도입니다. 200억원 가량이 운영비용으로 들고 약 200억원이 순익으로 남습니다.세입자에게 받은 임대보증금 부채가 약 960억원에 달합니다.


누가 세 들어 사용하고 있는 걸까요. 오너 일가의 가족회사가 아닐까 싶어 사업보고서에서 특수관계자간 거래를 보니 영업상 거래로 인한 수익과 비용, 채권과 채무만 나오고 기타 거래와 채권 관계는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가족회사들의 주소를 찾아봤습니다.


남호섬유 신한봉제 한승홀딩스 등 가족회사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와이씨마트는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천로 21길 3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비와이씨 본사 주소와 같습니다. 지난해 약 5억4000만원, 2020년 약 9억5000만원의 임차료를 비와이씨에 지불했고. 지난해말 현재 7억2600만원의 임차보증금 채권이 있습니다. 2020년 말에는 30억원이었더라고요.


한승우씨가 최대주주인 신한에디피스는 영등포구 신풍로 118에 본사가 소재하고 있는데, 이곳이 신한에디피스빌딩입니다. 부친이 최대주주인 신한방에 약 30억원의 임차보증금과 3억여원의 임차료를 지불했습니다. 한승우씨의 누나 한지원씨가 100% 주주인 제원기업은 신한에디피스 빌딩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부동산임대업과 편의점업을 하는 회사인데, 임차보증금으로 비와이씨에 50억원, 신한방에 40억원, 비와이씨마트에 4억원, 신한에디피스에 2억원을 주고 있습니다.


제원기업의 지난해 매출이 128억원 규모입니다. 편의점 매출로 보이는 상품매출이 67억원, 임대매출이7억원, 관리용역매출이 55억원 가량입니다. 그런데 비와이씨 등 다른 가족회사에 대한 매출이 56억원이고, 이중 47억원이 비와이씨에서 나오더라고요. 편의점 점포를 비와이씨나 신한방의 부지에 두고 있으면서 비와이씨 부동산의 관리용역도 맡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석범씨가 100% 주주인 신한방은 신한에디피스 빌딩에 본사 주소를 두고 있습니다. 2021년 2월 인적분할로 주된 영업활동 부문이 임대사업 뿐입니다. 그 전에는 방적사업과 외식사업을 했으나 2019년에 중단했죠. 구로지점, 전북 완주군의 이서공장, 안양시 동안구의 신한방빌딩 등 공시지가로 965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원기업에서 40억원의 임대보증금을 받는 등 대부분을 임대용으로 돌리고 있는 것 같고 본사를 신한에디피스에 두고 연간 약 1억9000만원의 임차료를 지불하는 모양입니다.


한석범씨가 최대주주인 남호섬유는 비와이씨와 본사 주소가 같고요. 2019년말 현재 임차보증금으로 702만원을 비와이씨에 지불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사실상 장부상 회사입니다. 역시 한석범씨가 최대주주이면서 지난해 비와이씨가 보유 지분 전부를 비와이씨마트에 매각한 신한봉제도 신한에디피스 빌딩에 본사를 둡니다. 2019년까지 감사보고서가 나와 있는데요. 당시에 100여 만원의 임차보증금을 비와이씨에 준 게 있더라고요.


이 밖에 신한방에서 인적분할된 한승우씨 100% 소유 회사 한승홀딩스, 신한봉제가 지분을 갖고 있는 한영봉제,비와이씨의 3% 지분을 보유한 ㈜일관, 봉제의복 제조업을 하는 인화상품도 신한에디피스 빌딩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곡물 재배업을 한다는 신한농림이라는 회사는 비와이씨 본사와 같은 주소를 쓰는군요.


오너 일가의 회사들은 비와이씨와 비와이씨의 최대주주 신한에디피스 빌딩 건물에 주로 입주해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비와이씨와 가족회사들끼리 임차와 임대계약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네요. 쌍방 간에 임차계약과 임대계약이 모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와이씨의 투자부동산 임대수입 연간 400억원, 임차보증금 960억원 중 가족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비와이씨마트나 제원기업의 편의점 부지를 제공하는 등 상당 부동산이 가족회사에 의해 활용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