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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에서 얻는 이익이 더 많다고는 하지만, 비와이씨의 본업은 엄연히 내의를 제조 및 판매하는 섬유부문입니다. 국내 내의 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주요 업체들의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수입 내의와 신생 중소업체들과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전통 브랜드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죠. 비와이씨도 2011년 1760억원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매출이 줄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1235억원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비와이씨의 매출에는 다른 내의 업체와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같은 BYC 브랜드를 달고 있지만, 비와이씨가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제품이 있고, 다른 업체에서 매입해 판매하는 상품이 있죠. 상품 매출은 2016년까지만 해도 300억원대였지만 2018년 이후에는 600억원대로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 상품 매출은 64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죠. 전체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인데 상품 매출은 거꾸로 늘고 있죠. 자체 생산보다는 외주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비와이씨의 생산설비는 인도네시아에 있습니다. 원단과 봉제품 모두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죠. 거슬러 올라 가보니 금융감독원 공시사이트에서 열람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1998년 사업보고서에는 구로공장과 전주공장이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2009년에는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에 아파트형 공장을 신설하는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죠.


하지만 2005년부터는 가동되는 공장이 전주공장 하나뿐이었습니다. 별도의 공시는 없는데 서울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었나 봅니다. 공장부지와 건물은 보유하고 있는데 서울 공장의 생산실적이 없습니다. 생산기지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한 후 생산물량이 감소하고 경영수지가 악화되자 전주공장도 2017년말에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부지와 건물을 임대 및 자재창고로 활용하게 됩니다.



외주를 주는 상대가 가족회사가 아닐까 의심을 해 봅니다만, 그러기에는 특수관계자로 묶인 가족회사들과의 거래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지난해 기준 종속회사나 관계회사를 제외한 가족회사들과 거래로 비와이씨가 얻은 수익이 63억원, 발생한 비용이 147억원 정도입니다. 상품 매출이 644억원이고, 상품의 매출원가가 34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가족회사들에게 주로 외주를 주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2000년 이전의 공시를 보면 한석범 회장의 신한방을 비롯한 가족회사들이 비와이씨와 밀접한 거래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1998년의 경우 비와이씨가 외주가공비 등의 명목으로 가족회사들에게 지불한 비용이 1000억원에 달하더라고요. 그 중 신한방에 지불한 게 502억원입니다. 당시에는 제조원가명세서나 재고자산명세서가 공시되던 시절인데요. 1998년 비와이씨가 매입한 상품이 635억원, 원재료가 503억원이었습니다. 얼추 비와이씨가 가족회사들에게 지불한 비용 1000억원과 비슷하죠? 구체적인 거래 내역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상품과 원재료를 가족회사에서 주로 매입했다고 추정하기는 무리입니다만, 상당히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는 합니다.


그해 비와이씨가 신한방에 지불한 비용이 502억원으로 가장 많은데요. 같은 해 신한방의 특수관계자간 거래 공시에는 비와이씨에 대한 매출 등이 576억원으로 나옵니다. 신한방은 서울 구로에 본사가 있고 전북 완주군 이서면에 이서공장, 전주시 덕진구 팔복1가에 전주공장이 있었습니다.


신한방 외에 비와이씨와 수익 거래 및 비용 거래가 있었던 가족회사들로는 백양, 비와이씨마트, 인화상품, 경동흥업, 승명실업, 신한봉제, 남호섬유, 창성상품 등 매우 많습니다. 지금은 한석범 회장의 형 한기성 씨 등 방계가 떨어져 나가고 신한방, 비와이씨마트, 신한에디피스, 남호섬유, 한흥물산, 제원기업, 백양, 신한봉제 등이 남았죠. 한석범 회장과 한승우 상무 일가의 회사들입니다.


오너 일가의 가족회사들에는 봉제회사가 유독 많습니다. 한석범 회장 일가 뿐 아니라 한기성씨 쪽에서 지분을 가진 회사 중에도 봉제회사가 많죠. 그리고 오너 일가 회사들끼리도 매입거래와 매출 거래가 얽히고 설켜 있습니다. 규모의 차이가 있지만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비와이씨와 닿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족회사들과의 거래규모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전주공장이 생산을 중단한 2017년 무렵에는 가족회사들과 수익거래와 비용거래가 300억원에 육박하거나 넘더라고요. 1998년의 1000억원에 비해서는 크게 줄었지만 지금보다는 두 배 이상이잖아요.


2019년에는 수익거래가 69억원, 비용거래가 220억원 정도로 줄고, 2020년에는 수익거래 62억원, 비용거래 147억원으로 더 줄어듭니다. 올해 1분기에는 각각 11억원과 33억원 수준이네요. 이 거래액에는 부동산 임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와이씨가 원재료나 상품을 가족회사들로부터 최소한 직접 구입하고 있지는 않은 거죠. 과거에는 그랬던 것 같지만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비와이씨의 경영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는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부적절한 내부거래인데요. 그에 비해 가족회사들과의 내부거래가 너무 적은 것 아닌가요. 확실히 부적절해 보이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연간 100억원 정도의 내부거래로 비와이씨의 기업가치가 좌지우지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공시로 파악할 수 있는 건 이 정도 같습니다. 하지만 비와이씨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외주를 주고 있고, 오너의 가족회사 중에 봉제 관련 회사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회적으로 내부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너의 방계가 어려 가족회사를 거느리고 있다는 점도 역시 고려를 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