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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개미 김성진씨가 22년 전 언론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개인투자자 22명과 함께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조기 졸업을 위해 법원에 회사정리계획안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뒤의 일입니다. 장내 매수로 주식을 사 모은 김성진씨는 17.8%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였고 뜻을 함께 하는 동지들의 지분을 합하면 총 41.5%에 달했습니다. 김성진씨가 낸 회사정리계획 변경안은 무상증자 900%와 유상증자 100%를 순차적으로 실시하자는 요지였습니다.


극동건설은 1998년말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1999년 2월에 90% 무상감자를 실시해 자본금을 549억원에서 54억9,000만원으로 줄였습니다. 900% 무상증자를 하자는 김성진씨의 제안은 자본금과 발행주식 수를 무상감자 이전으로 되돌리자는 것이죠. 그 후 100% 유상증자를 하면 자신과 22명의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하고 경영에도 나서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김성진씨는 인터뷰에서 관급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이 커야 유리하기 때문에 자본금을 무상감자 이전으로 돌리고 100% 유상증자에 참여해 일반투자자로서 기업 살리기에 나설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또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아니냐는 외부의 의심에 대해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으나 단 한주도 팔지 않았다. 우린 절대 그렇지 않다. 기업을 살려내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김성진씨가 극동건설 주식에 투자를 시작한 시점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1998년 최대주주의 지분이 무상 소각된 후 최대주주는 개인투자자인 오윤석씨(5.99%)였고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다른 주주는 없었습니다. 김성진씨가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 건 1999년 6월23일(보통주 지분 6.88%)였고 그해 말 12.96%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립니다. 대부분의 주식 취득이 1999년 들어 이루어졌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00년 들어서도 7월말까지 지속적으로 장내 매수로 지분율을 끌어올리던 김성진씨는 언론과 인터뷰를 한 지 3개월이 미처 지나기 전인 2000년 11월말부터 보유 주식을 장내 매도하기 시작해 이듬해 2월까지 대부분의 주식을 처분해 지분율을 4.19%까지 떨어트려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 놓습니다. 김성진씨는 회사정리계획안 변경 신청을 내기 전에 회사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한 건 법원이 소송에 대해 법정관리 중인 회사의 주주는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없다며 기각하기 전이었습니다.


김성진씨가 인터뷰 당시의 말과 달리 주식을 매각한 이유는 참고할 만한 공시나 언론 보도가 없어 확인할 수 없습니다. 무상증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그가 제안한 회사정리계획안 변경 신청이 받아들여 지지 않았거나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청구 소송이 기각될 것을 미리 알았을 수도 있죠. 그게 매각의 이유가 되는 지는 관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김성진씨가 극동건설 주식을 얼마에 매수했는 지는 2000년 이전의 공시가 충분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당시 언론 보도로는 2,500~3,500원 사이라고 합니다. 최대주주에서 내려올 때까지 처분한 주식의 평균 매각단가는 4,272원이었습니다.


김성진씨는 2002년과 2003년에도 신일산업(현 신일전자), 고려산업, 오양수산(현 사조오양) 등의 주식에 투자한 적이 있는데, 모두 대량 매집 후 단기간에 집중 매도해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신일산업에 대해서는 2002년 8월 5% 이상을 취득한 이후 김성진씨와 친인척 3명의 추가 매입으로 10월 13%대까지 지분율을 끌어 올렸지만 불과 1주일 만에 4.19%만 남기고 대거 처분합니다. 이때까지 매입한 주식은 50만주, 매도한 주식은 38만주였고, 17억원을 투입해 19억원을 회수했습니다. 남은 주식 12만주는 파는 대로 이익으로 남았겠죠.


신일산업에서 나와 곧 바로 고려산업에 투자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친인척들과 함께 2002년 11월부터 매입을 시작해 2003년 2월에 19% 가까이 지분율을 높이고 본인은 10%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에 오르죠. 하지만 곧 바로 매도에 돌입해 열흘 만에 4.36%만 남기고 처분합니다.  당시 고려산업은 워크아웃 상태로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었는데, 조기 졸업을 위해 감자와 출자전환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김성진씨는 99만 여주를 주당 2,330원선에 매입해 약 87만주를 주당 2,263원에 매각합니다. 손실을 최소화하기 이해 단기에 집중 매도를 한 것처럼 보입니다.


고려산업에서 엑시트를 한 후 투자한 종목이 오양수산과 한국금속공업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진입했는데, 한국금속공업에서는 경영권 분쟁까지 벌였고 오양수산에서도 친인척 및 ㈜원옥과  함께 14.77%의 지분율로 3대 주주까지 올랐습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45%가 넘어 경영권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었는데요.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만, 당시 회사 관계자는 김성진씨가 회사에 무상증자 계획을 요청하는 등 증자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성진씨와 친인척들은 2003년 3월에 오양수산 주식을 취득하기 시작했고 2003년 6월에 보유 주식을 대거 매도해 지분율을 5% 아래로 떨어트렸는데요. 평균 주당 1,966원에 78만5,000여 주를 매입해 평균 주당 2072원에 65만6000여 주를 매도했습니다. 취득자금은 15억4,000여 만원이 들었고, 13억6,000여 만원을 회수했습니다. 큰 수익을 얻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김성진씨가 다시 언론에 회자된 건 2006년 법정관리 상태이던 충남방적(SG글로벌) 인수전을 벌였을 때입니다. 현대증권 출신의 이상직씨가 베스트투자자문을 통해 인수한 케아아이씨란 회사와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는데요. 케아이이씨가 최대주주의 지분을 장외매수했지만, 김성진씨가 자신이 공동 대표로 있던 비앤피컨소시엄(보아스파트너스), 공동 보유자인 오라이언앤컴퍼니, 동양석판 등과 충남방적을 공개매수해 최대주주에 올라섰죠. 이후 김성진씨는  법정관리인을 자신으로 교체해 달라고 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죠.


충남방적의 최대주주는 2007년 7월 M&A투자계약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따라 ㈜고려(현 SG고려)로 바뀌게 되는데요. 운동권 출신으로 알려진 이의범씨가 창간한 생활정보지 가로수를 기반으로 2003년 인수한 회사죠. 가로수는 가로수닷컴으로, 다시 SG&G로 바뀌면서 지주회사가 되고, ㈜고려에 이어 세계물산, 충남방적을 순서대로 인수해 SG그룹이 형성됩니다.


2008년 김성진씨가 주주총회에서 감사 자리를 놓고 SG그룹과 한판 싸움을 합니다. 자신을 감사로 선임하는 의안과 감사 수 감축 의안이 충돌하게 되었죠. 김성진씨는 감사 수 감축에 대한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 의해 기각 당했습니다. 결국 주총에서 감사 수 감축안이 통과되는 바람에 김성진씨의 감사 선임 의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죠. 김성진씨는 이후 다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감사 해임과 자신의 감사 선임을 안건으로 최대주주 측과 다시  표 대결을 벌였지만 패배합니다. 그러자 2009년 2월 감사 해임을 결정한 주주총회 의결을 무효로 하고 자신의 감사 선임이 가결되었음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죠. 1년 후 법원이 내린 결정은 기각도 아닌 각하였습니다. 기각은 법원이 검토를 해 보고 인정하지 않았음을 의미하지만, 각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부적법해 검토할 필요가 없이 돌려 보낸다는 뜻입니다.


김성진씨의 충남방적 인수 시도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순수한 의도로 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충남방적이 자산가치가 높은 회사로 유명했는데, 경영권을 인수한 후 자산을 매각해 차익을 남기려고 한다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원옥이나 ㈜보아스 등 자신이 최대주주인 회사의 우회 상장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김성진씨가 상장사의 주요 주주로 등장할 때마다 나오곤 했습니다. 충남방적이 이미 상장폐지가 된 기업이었지만,  원옥이나 보아스를 충남방적과 합병하면 보다 수월하게 상장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지도 모르죠.


김성진씨 측이 공개매수에 나선 건 2006년 7월이지만, 처음 주식을 매입한 건 2005년 3월 입니다. 충남방적은 2003년에 법정관리가 결정됐고 2005년 3월14일부터 거래가 정지되었습니다. 무상감자와 여러 차례의 출자전환이 이루어지고, 채권단이 출자전환 된 주식을 팔고 떠난 후였습니다.


그런데 거래 정지를 앞두고 김성진씨 측의 매수가 시작됩니다. 그의 아내로 추정되는 이연희씨가 3월 4일에 첫 매수에 나서고 ㈜원옥이 3월 10일 가세합니다. 거래정지 직전까지 계속된 장내 매수 규모는 14만7,000주 가량, 금액으로는 3억5,000만원 정도였습니다. 그로부터 두달 후 충남방적의 상장폐지가 결정되고 회사가 제기한 상장폐지결정 무효 확인의 소가 2006년초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상장폐지가 확정됩니다.


충남방적의 상장폐지가 확정된 후 김성진씨 측이 장외에서 본격적인 매수에 돌입합니다. 김성진씨 측이 공개매수신고서를 제출한 게 6월 19일인데, 그 전에 이미 김성진(1.45%), 이연희(1.68%), ㈜원옥(1.86%)이 합해 5%에 절묘하게 모자라는 4.99%의 지분을 확보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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