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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방적(현 SG글로벌)은 2003년 법정관리를 받기 전에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거쳤습니다. 모든 채무가 동결되고 일부 채무는 출자전환 되었습니다. 그후 70% 무상감자가 이루어지고 다시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뒤따랐죠.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에도 80% 무상감자가 다시 이루어지고, 세 차례에 걸쳐 정리채무의 출자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자본금과 발행주식 수가 크게 줄어 기존 주주는 물론 출자전환에 참여한 채권자들도 지분율이 매우 낮았습니다.
김성진씨 측이 매수를 시작한 2005년 3월 당시 최대주주가 서울보증보험인데 지분율이 4.97% 밖에 되지 않았고, 발행주식 수는 459만주였습니다. 주식의 액면가는 5,000원인데 주가는 2,215~2,950원(2005년 3월의 최저 및 최고가) 정도였습니다. 당시 시가총액이 최대 135억원에 불과했던 셈입니다. 법정관리 중이었으니 의결권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크지 않은 자금으로도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었죠. 최대주주 지위에 오르고 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인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면, 채무를 거의 털어 낸 자산총액 2,000억원 이상인 회사의 명실상부한 주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설사 경영권을 가진 최대주주가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감자를 당할 위험은 없었기 때문에 회사가 정상화되면 주가상승으로 상당한 차익을 얻을 기회를 노려볼 만 했을 겁니다.

김성진씨 측은 2006년 6월 19일 약 53억원 규모의 공개매수신고서를 제출합니다. 처음엔 주당 3,000원씩 약 177만를 공개매수하려고 했죠. 거래정지 전 주가 2,365원에 26.85%의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당 4,000원씩 발행 주식 전체의 70%까지 공개매수하겠다는 경쟁자가 나타납니다. 코아에프지㈜, ㈜KIC, ㈜삼양감속기 등이 출자한 씨에프에이지-에프에스기업구조조정조합 이었습니다. 김성진씨 측도 공개매수 가격을 4,000원으로 올릴 수 밖에 없었죠.
공개매수 후 김성진씨 측이 소유하게 된 주식은 공개매수 전 약 23만주를 포함해 59만주 정도였고 지분율로는 12.79%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경쟁자는 81만여주를 공개매수해 17.72%의 지분을 갖게 되었죠. 김성진씨 측은 거래정지 전 종가 주당 2,365원에 121.99%의 프리미엄을 더한 주당 5,250원에 2차 공개매수에 나섭니다. 두 차례에 걸친 공개매수로 김성진씨 측이 확보한 지분율은 42.79%에 달하게 됩니다. 공개매수에 들어간 자금은 총 86억6,532만원 정도였습니다.
공개매수에 참여한 곳은 모두 법인으로, 김성진씨와 모닝스타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낸 최태호씨가 공동 대표로 있던 자본금 1억원짜리 주식회사 비앤피 인베스트먼트, 육심강이란 분이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한 오라이언앤컴퍼니라는 유한회사, 그리고 코스피 상장사로 손봉락 회장이 이끄는 동양석판(현 TCC스틸)이었습니다. 비앤피 인베스트먼트와 오라이언앤컴퍼니는 모두 2005년 3월 충남방적의 거래정지가 결정된 후에 설립된 회사들이었습니다.
비앤피 인베스트먼트는 김성진씨가 설립했는데 최태호씨가 2006년 1월 공동대표에 오르고, 2006년 중 보아스파트너스로 사명을 변경합니다. 육심강씨는 매킨지 컨설턴트 출신으로 당시 언론에 소개되었는데, 2003년 3월말까지 대부업체 리드코프 대표를 지냈더라고요. 2008년 설립된 리츠투자회사 에이아이엠투자운용㈜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2019년말 현재 최대주주가 육심강이라는 분입니다. 흔하지 않은 이름이니 동일인일 가능성이 있겠네요. 동양석판은 1차 공개매수에는 참여하지 않았는데, 2차 공개매수에 가세를 했습니다. 최태호씨, 육심강씨, 동양석판이 어떤 인연으로 의기투합을 하게 됐는 지는 알 길이 없네요.
세 곳 중 공개매수를 자기자금으로 한 곳은 동양석판(약 16억원) 하나 뿐이었고 오라이언앤컴퍼니는 익명조합의 조합원으로부터 출자(약 18억원)를 받았고, 비앤피 인베스트먼트는 김성진씨와 김성진씨 친인척, 최태호씨와 최태호씨의 친인척 등으로부터 49억원을 차입해 37억 여원을 공개매수에 사용했습니다.
김성진씨 등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법원에 법정관리 졸업을 신청할 예정이었습니다. 법정관리기업은 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지만, 졸업을 하게 되면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었겠죠. 김성진씨와 특수관계인이 25.88%, 오라이언앤컴퍼니가 10.05%, 동양석판이 6.86%를 보유하게 되었고 이들이 공동보유자로 되어 있었으니 법정관리만 조기졸업하면 뜻대로 되었을 지 모릅니다.
그런데 충남방적의 당시 법정관리인인 서호현씨는 M&A를 통한 정상화를 시도하죠. 법원에서 정리회사 M&A허가를 받아 2007년 1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기업매각 공고를 냅니다. 투자유치를 통해 외부에서 새로운 주인을 모셔오겠다는 것이죠. 김성진씨 측은 당연히 기업매각절차를 중단하게 해 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냅니다.
김성진씨 측은 유상증자를 통한 기업 매각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고, 정리회사의 경영권 내지 경영권에 대한 기대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을 '기각'이었습니다. 정리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고, 회사가 이미 제출한 정리계획안에 M&A에 의한 기업매각절차를 진행할 계획임을 명시했고 정리회사의 경영수행권이 법정관리인에게 있으며, 정리절차가 개시된 후 최대주주가 된 김성진씨 측이 충남방적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거나 장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법적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즉 법정관리 중인 회사의 최대주주에 대해 향후 지배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법으로 보호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충남방적은 ㈜고려(현 SG고려)가 이끄는 에스지위카스컨소시엄와 M&A 본계약을 체결하고 989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게 됩니다. 신주 발행가가 주당 1만2350원이었습니다. 충남방적의 최대주주가 현 SG그룹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SG그룹은 유상증자에 더해 주당 7,000원에 공개매수에 나서 197만여 주를 추가로 취득, 지분율을 65.66%까지 끌어올립니다.
김성진씨 측이 진정으로 충남방적 경영권을 원한 것이라면 SG그룹에 패배의 쓴 잔을 마신 셈입니다. 유상증자 성공으로 충남방적은 법정관리를 벗어나고 SG그룹을 대표해 이의범, 김재만, 곽상철 씨 등의 경영진이 들어섭니다. 김성진씨측 컨소시엄은 해체되고 주식은 분산됩니다. 일부 주식은 ㈜원옥이 SG그룹의 공개매수 가격인 7,000원에 매입하죠. 동지였던 오라이언앤컴퍼니는 SG그룹의 공개매수에 응해 주식을 처분합니다.
그런데 김성진씨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뒤집을 수 없는 지분율 차이로 경영권을 쥘 수 없었지만 특수관계자를 포함해 갖고 있던 7.72%의 지분을 발판으로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이끌어 내 SG그룹과 표 대결을 벌입니다. 자신을 감사로, 자신이 추천하는 3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달라는 요구였죠. 하지만 이 역시 실패로 끝납니다. 이후에도 기존 감사를 해임하고 자신을 감사에 선임하는 안건으로 재차 주총에서 표 대결을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죠. 김성진씨는 자신을 감사로 선임하지 않은 주총에 대해 무효확인 소송을 법원에 내는 등 끝까지 버텼지만 법원은 이 마저도 기각합니다.
충남방적 M&A 시도에서 김성진씨 편에 섰던 동양석판, 오라이언앤컴퍼니, 그리고 비앤피 인베스트먼트의 공동 대표로 나선 최태호씨 등은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었거나 얻었을 것이 확실시 됩니다. 동양석판은 5,250원에 공개매수한 주식을 5,450원과 6,300원에 장외매도했고, 오라이언앤컴퍼니는 4,000원과 5,250원에 공개매수한 주식의 일부를 7,000원에 공개 매도했습니다. 최태호씨 등도 컨소시엄 해체 후 넘겨 받은 주식을 더 높은 가격에 팔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김성진씨 측은 컨소시엄이 해체되고 SG그룹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후에도 여전히 충남방적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심지어 꾸준히 장내 매수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매수만 한 것이 아니라 매매내역 공시가 사라진 2009년 12월 24일까지 사고 팔고를 수도 없이 반복했더라고요. 매수가격보다 매도가격이 거의 높습니다. 시세차익을 꽤 얻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매매내역 공시가 꼼꼼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더군요. 매수물량과 매도물량, 그리고 잔량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서 얼마나 이득을 얻었는지는 확정할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김성진씨는 충남방적 경영권을 갖기 위해 시도했고, 실패했습니다. 의결권 부족으로 이사진 입성이 어려워지자, 감사 자리를 확보하려고 했죠. 직접 경영할 수 없다면 감시자로 활동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이었던 겁니다. 김성진씨의 이러한 시도로 충남방적의 주가는 강세를 보일 수 있었고 그로 인한 이익을 김성진씨도 누렸습니다. 잦은 매매는 적극적으로 시세차익을 누리려는 의도로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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