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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상장회사 금강공업(대표 이범호)이 지난 19일 비상장 형단조제품 제조업체 삼미금속(대표 김경남)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자회사인 코스닥 상장사 ㈜케이에스피와의 시너지 창출을 기대한 투자라고 합니다. 케이에스피는 선박용 엔진밸브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형단조 사업과 특수용접(Hardfacing) 사업을 병행하는 곳이니 삼미금속과는 경쟁관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금강공업은 삼미금속 주식 1,500만주(69.4%)를 70억원에 취득해 1주당 467원을 지불한 셈인데요. 인수대가로 현금이 아닌 자회사 케이에스피 주식 2,928,511주(지분율8.1%)를 줬습니다. 케이에스피 1주당 2,264원을 쳤다는 계산이 됩니다. 그런데, 케이에스피 주가는 금강공업의 지분인수 결정일이자 취득예정일 2,150원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8월 23일 이후 2,300원 아래로 떨어져 본 적이 없습니다.
금강공업이 삼미금속 지분 인수 대가로 케이에스피 주식을 주려면, 케이에스피 주식의 가격을 결정해야 하는데, 보통 상장주식의 가치는 평가 기준일로부터 1개월 가중평균 주가, 1주일 가중평균 주가, 평가 기준일 당일 주가를 산술 평균해 기준주가를 정하거든요. 삼미금속 주식의 인수가액과 인수대가로 지불할 케이에스피 주식의 가액에 대한 결정이 아무리 늦어도 8월 23일 이전에 결정이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금강공업은 자회사인 케이에스피를 통해 삼미금속을 인수할 계획이었습니다. 케이에스피가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삼미금속 지분 100%를 취득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었죠. 이를 위해 삼미금속 주식의 가치와 케이에스피 주식의 가치를 평가했고, 그 결과 삼미금속 1주당 467원, 케이에스피 1주당 2,265원이 결정됐습니다. 삼미금속의 주식가치가 약 100억원으로 평가된 셈이고, 삼미금속 주식 5주당 케이에스피 신주 1주의 교환비율이 정해진 것입니다. 두 회사의 주식가치 결정을 위한 평가기준일은 지난 6월 8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케이에스피와 삼미금속의 주식교환 거래는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합니다. 케이에스피가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이 수 차례 반려하고 공시에 대한 정정을 요구합니다. 감독원이 정정을 요구한 사항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교환비율 이었습니다. 케이에스피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삼미금속을 인수하려던 계획을 포기합니다.

주식 교환을 위한 교환가액 평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죠. 케이에스피는 상장사이니 이미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가 있고, 이를 토대로 기준주가를 결정하면 되니 지적을 받을 일도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인수 대상인 삼미금속 주식가치 평가였겠죠. 삼미금속 주식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세웠던 전제 등에 문제가 있고, 이 전제들을 수정해서 다시 평가를 하게 되면 삼미금속 주식 평가액이 바뀌게 되니 차라리 거래를 취소하겠다는 겁니다. (케이에스피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외부평가의견서를 보면 이의를 제기할 만한 부분이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가치평가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게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니 더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케이에스피가 거래를 철회하기로 한 날이 바로 모회사 금강공업이 삼미금속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날입니다. 인수할 삼미금속의 주당 가치, 인수대가로 지급될 케이에스피 주당 가치 는 당초 케이에스피가 계약한 가격 그대로 적용됐죠. 케이에스피를 인수자로 해서 계약금액을 바꾸느니 모회사사인 금강공업이 인수자로 나선 것입니다.
똑 같은 가격인데 왜 금강공업이 인수를 하면 문제가 안될까요. 인수 방식이 달라서 그렇습니다. 상장사가 비상장사를 합병할 때는 반드시 외부평가기관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포괄적 주식교환 및 이전 방식은 합병에 준하는 것으로 간주해 역시 외부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비상장사의 일부 주식을 인수하는 거래에 대해서는 외부평가를 받아야 하는 의무가 없습니다. 이상하죠?
금강공업이 삼미금속을 인수하는 방식도 주식교환입니다. 교환되는 주식도 삼미금속의 주식과 케이에스피 주식으로 같습니다. 다만 케이에스피는 삼미금속 발행주식 전부를 인수하려고 했지만 금강공업은 최대주주인 코에프씨밸류업PEF가 소유한 69.4%만을 인수하고, 그 대가로 케이에스피 구주를 지불하게 됩니다. 이 거래로 삼미금속은 금강공업의 자회사가 되고, 케이에스피는 신주를 발행할 필요가 사라졌죠.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금강공업이 삼미금속 지분 69.4%를 인수하면서 지출한 건 70억원 상당의 케이에스피 주식 8.1%말고 더 있습니다. 삼미금속이 발행할 16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인수하기로 한 것입니다. 삼미금속 인수에 230억원이 들어가는 셈이죠.
회사채 인수자금 160억원이 삼미금속에 그냥 있으면 아까울 게 없죠. 하지만 삼미금속에는 한 푼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전액 코에프씨밸류업 펀드가 보유한 삼미금속 전환사채 상환에 쓰입니다. 삼미금속 입장에서는 최대주주이자 채권자가 코에프씨밸류업 펀드에서 금강공업으로 바뀌는 것 말고는 달라지는 것도 없습니다.
삼미금속이 성장성이 높거나 수익이 잘 나는 기업이면 금강공업이 투자한 돈을 성공적으로 회수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인수목적에서 밝혔듯이 케이에스피와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난다면 윈-윈인 거래가 될 수도 있죠. 하지만 삼미금속에 당장 시급한 건 돈입니다.

삼미금속은 자산에 비해 차입금이 매우 많고(2021년말 현재 757억원으로 차입금의존도 51%) 현금유동성은 1억원 미만으로 완전 바닥입니다.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으로는 매년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을 갚기 역부족입니다. 매출은 줄고 있고 최근 4년 연속 적자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케이에스피와 시너지를 내기 이전에 영업과 재무 모두에서 분명한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차입금을 대거 상환해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바꾸고 매출 확대를 위한 투자가 뒤따라야 합니다. 그 후에라야 다각화의 효과나 케이에스피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결국 돈이 문제입니다. 나중에는 삼미금속이 금강공업의 효자가 될 지 모르겠지만 당장은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 정상화를 시켜야 하는 부담이 큽니다. 원래 케이에스피가 지기로 했던 부담을 모회사인 금강공업이 대신 떠안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기존의 대주주인 코에프씨밸류업 펀드는 삼미금속을 잘 판 것일까요? 탈출(?)을 잘 했는지는 몰라도 수지 맞는 투자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코에프씨밸류업 펀드는 10년 전인 2012년 삼미금속에 300억원의 유상증자와 300억원의 전환사채 인수를 하면서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배당 한푼 받지 못했습니다. 매각 직전 전환사채는 210억원이 남아 있었습니다. 상환을 받아서 줄어 든 게 아닙니다.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서 줄었습니다. 매각을 앞두고 전환사채 50억원을 탕감해 주었습니다. 10년의 투자 끝에 손에 쥐는 건 160억원의 현금과 70억원 상당의 케이에스피 주식입니다.
그럼 금강공업은 왜 부실한 삼미금속을 거금 160억원까지 투입하면서 인수를 하는 걸까요. 코에프씨밸류업 펀드는 50억원의 빚을 탕감해 주면서까지 금강공업에 삼미금속을 매각하는 걸까요. 코에프씨밸류업 펀드 외의 삼미금속 기존 주주들은 지분 매각 기회를 놓친 셈인데, 왜 코에프씨밸류업 펀드의 단독 매각을 용인했을까요. 여기엔 숨어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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