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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엠의 많은 소액주주들은 카카오가 하이브에 맞서 공개매수에 나서 주길 은근히 바라고 있을 겁니다. 공개매수 경쟁이 펼쳐지면 에스엠의 주가가 단기 급등할 가능성이 커질테니까요. 언론은 하이브와 카카오 중 어느 쪽이 에스엠을 인수하게 될 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경영권 분쟁이 생길 때마다 싸움은 붙이고 흥정은 말리는 것이 언론의 오래된 접근법이죠.
하지만 당사자들은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M&A는 싸워서 이겨야 하는 경주가 아니라 사업의 일환이고 결국 장기적으로 남는 장사가 되어야 합니다. 주판알을 튕겨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입장을 취하게 됩니다. 상대의 입지와 태도에 따라 나의 입장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적이었으나 내일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친구가 적이 될 수도 있겠죠.
에스엠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어떻게 진행될 지를 예측하기 전에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이수만 전 최대주주와 경영진, 하이브와 카카오의 입지와 태도입니다. 입지가 달라질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입지가 달라지면 태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① 하이브는 소액주주 표심을 흔들 필요가 있다.
고작 0.91%의 지분만을 확보한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감사를 교체하고 경영진으로 하여금 최대주주 이수만씨에게 등을 돌릴 수 있게 한 원동력은 국민연금과 KB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 외에도 소액주주들의 표를 결집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한국 기업의 역사에 이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이수만씨의 잔여 지분을 포함해 43.45%의 의결권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는데요. 설사 그렇다고 해도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주총에서 승리를 100% 보장할 수 없습니다. 에스엠의 주가가 공개매수 마감일까지 12만원을 상회한다면 하이브가 확보하는 지분율은 훨씬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주총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죠.
하이브는 결국 소액주주의 표가 현 경영진과 얼라인파트너스로 집결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할 입장에 있습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소액주주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주가상승과 주주환원(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 확대의 기대감을 하이브 역시 제공해야 하죠. 이수만씨와 에스엠 관계의 완전한 절연이나 SM 3.0의 실천을 보장 더 나아가 주주환원을 경영진이 제시한 순이익의 20%를 넘는 30%로 제시한 것은 그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이브가 대주주의 사익 편취 가능성을 제거하고 기업가치 상승과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고 하면, 하이브에 맞서 함께 싸우자고 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얼라인파트너스와 현 경영진 편을 들었던 국민연금과 KB자산운용이 여전히 그러리라는 생각은 순진합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에스엠의 주가(기업가치)이지, 대주주가 누구냐가 아닙니다.
② 소액주주에게 최상의 결과는 하이브와 카카오의 연대가 아닐까요.
에스엠 기업가치의 지속적인 상승을 바라는 투자자라면, 하이브와 카카오가 서로 싸우다 그 중 하나가 나가 떨어지는 상황을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1대 주주와 2대 주주로 상호 견제하거나 상호 협력하는 것 아닐까요. 어느 한쪽의 전횡을 확실하게 막을 수 있고 양쪽 모두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으려고 경쟁할 테니까요. 두 회사가 경영권을 두고 다투든, 3자 시너지를 내기 위해 협력하든 주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입니다.
하이브와 카카오에게도 서로 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이브는 네이버라는 국내 최대 플랫폼 회사와 제휴를 맺고 있지만, 에스엠을 통해 카카오라는 또 하나의 플랫폼과 제휴할 수 있다면 유통망을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습니다. 카카오 역시 에스엠 뿐 아니라 하이브와 제휴 등 시너지를 추구할 기회를 얻습니다.

게다가 하이브와 카카오는 이미 간접적인 제휴 관계에 있습니다. 하이브는 지난 2021년 11월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장기적 파트너십 구축과 NFT 등 신사업의 공동 추진을 위한 지분 제휴를 합니다. 두나무가 하이브에 7000억원을 출자하고, 하이브 역시 두나무에 5000억원을 출자해 피보다 진하다는 돈을 섞게 됩니다. 두 회사는 NFT관련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하기로 약속하죠. 그렇게 해서 탄생한 회사가 NFT 플랫폼 서비스업체 Levvels Inc입니다. 두나무는 하이브 이사회 구성원 중 1인의 이사를 임명할 수 있는 계약적 권리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근거로 하이브를 관계기업에 분류하고 있습니다. 또 하이브는 지난해 두나무의 종속회사인 람다256에 100억원을 출자했습니다.
두나무와 카카오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아주 밀접한 관계입니다. 카카오 코인으로 불리는 클레이튼을 비롯해 카카오 계열회사가 발행하거나 투자한 코인들이 업비트에 상장되어 있고, 두나무가 개발한 주식투자 앱 증권플러스가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출시되었죠. 카카오 출신의 경영진이 두나무 경영진에 합류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20%가 넘던 지분율이 10% 수준으로 희석되고 지난해 말에 그 지분이 카카오에서 자회사인 카카오 인베스트먼트로 이관돼 양사 관계가 전만 못한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하이브와 카카오를 잇는 두나무라는 연결 고리를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③ 하이브와 이수만의 관계는 얼마나 공고할까요.
현 경영진과 얼라인파트너스가 몇 가지 전제를 조건으로 하이브의 최대주주 지위를 인정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에스엠을 하이브의 여러 레이블 중 하나가 아니라 독립 경영을 보장하고, SM 3.0 등 경영혁신 방안의 이행을 약속 받아야 겠죠.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또는 감사 중 일부를 현 경영진이 추천하는 인물로 선임하는 것도 필요할 겁니다. 이렇게 되면 공동경영이죠.
그런데 하이브가 현 경영진과 타협을 하려고 해도 이수만씨가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이수만씨가 굳이 하이브를 지분 매각 상대로 고른 이유가 있겠죠. 과거 자신의 측근이었던 경영진이 자신을 경영과 프로듀싱에서 배제하고, 카카오를 2대 주주로 영입하려고 한 것에 대해 분노한 이수만씨가 하이브에 내건 조건 중에는 자신을 내쫓은 사내 세력에 대한 보복이 있을 수 있잖아요?

하이브와 이수만씨는 서로의 지분에 대해 공동보유 약정을 맺고 있습니다. 주총 전에 하이브와 현 경영진이 합의점을 찾고자 해도 이수만씨가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겠죠.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선 이후에도 이수만씨의 입김이 작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수만씨가 3.65%의 잔여 지분에 대해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지만, 하이브는 그 지분에 대해 콜옵션이 없다는 점도 하이브에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이수만씨가 요구했을 지분 양도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이수만씨는 풋옵션 행사로 지분을 넘기는 대신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로 남아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수만씨에게는 3.65%의 지분 외에 하이브에게서 받은 매각대금 4229억원이 있습니다. 동맹이 깨지면 새로운 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③ 어쩌면 하이브와 카카오의 '강제 동거'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을까요.
아무래도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은 불가피할 모양입니다. 현 시점에서는 하이브측이 분명히 앞섭니다. 이수만씨 편으로 분류되는 컴투스 지분을 포함해 22% 이상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만약 법원이 이수만씨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한다면 현 경영진과 얼라인파트너스 연대의 승산은 낮아집니다. 하이브가 에스엠 3.0을 지지하고 더욱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을 밝힌 이상 소액주주들이 지분이 없는 현 경영진에 표를 몰아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가처분신청이 기각돼 카카오의 2대 주주 등극이 확실해 져도 주주총회에서 지분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죠. 하지만 표 대결의 양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의 선택이 하이브 대 현 경영진에서 하이브 대 카카오로 바뀌기 때문이죠.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은 하이브와 카카오 어느 일방의 완벽한 승리를 만들어 줄 수도 있지만, 두 주주의 동거를 강제할 수도 있습니다. 현 경영진과 카카오가 내세운 후보와 하이브가 내세운 후보를 섞어 이사와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법원에서 이수만씨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 스스로 신주인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카카오가 에스엠의 2대 주주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인데 하이브에 표를 몰아주어서 카카오를 소외시키거나, 카카오 편을 들어 하이브를 경영권이 없는 최대주주로 만드는 것이 에스엠의 성장에 무슨 도움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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