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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기업이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 사채권자에게 풋옵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발행액 중 일정 비율에 대해 발행사 또는 최대주주 등에게 콜옵션을 제공하는 사례도 흔합니다. 가령 이달 7일 발행될 대한광통신의 10회차 전환사채의 경우 발행액의 최대 25.96%인 59억7080만원(액면 기준)까지 콜옵션 행사가 가능합니다. 콜옵션을 행사할 자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발행회사가 지정하는 대주주, 계열사 또는 회사와 관계없는 제3자도 가능합니다.


콜옵션 행사자로 지정되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콜옵션을 행사하는 이유는 주식으로 전환해 주주가 되는 것인데, 전환가능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가장 유리한 시점에 콜옵션을 행사함으로써 주식을 취득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낮거나 전환 후 상승 가능성이 높을 때 콜옵션이 행사될 테니 대체로 시세차익이 발생하게 됩니다.


콜옵션 행사자로 지정되는 이는 대부분 최대주주나 그 특수관계인입니다. 그동안 전환사채 콜옵션은 최대주주가 손쉽게 지분율을 높이거나 시세차익을 얻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일이 비일비재했죠. 그래서 지난 2021년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돼 최대주주 등이 전환사채 콜옵션을 행사하더라도 사채 발행당시 주식비율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도를 정했습니다.


다시 대한광통신을 예로 들면, 10회차 전환사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해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최대 6.88%의 지분율에 해당하는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데요. 최대주주인 티에프오인더스트리(지분율 14.41%)이 전환사채 콜옵션 행사자로 지정을 받더라도 콜옵션 행사 후 지분율이 14.41%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채권자가 전환권을 행사해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하락해야먄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올들어 10월말까지 총 10개 코스닥 상장사에서 11회(DART 공시 기준) 전환사채 콜옵션이 행사되었습니다. 최대주주에게 콜옵션을 부여하는 것이나 회사가 전환사채를 매입한 뒤 최대주주 등에게 매도하는 것이나 실질이 같지만 정확한 조사가 어려워 제외하였습니다.



발행사가 지정한 콜옵션 행사자는 대부분 최대주주이거나 회사 또는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관계회사 포함)이었습니다. 예외는 와이오엠과 나인테크 2개사뿐입니다. 와이오엠은 최대주주가 아닌 주주를 콜옵션 행사자로 지정했고, 나인테크가 콜옵션 행사자로 지정한 자 중 한명인 황성일 씨는 코스닥 상장사 네온테크의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입니다. 네온테크는 나인테크의 자회사 탈로스와 올해 2월 무인항공기(드론)•도심항공교통(UAM)용 2차전지 국산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습니다.


콜옵션을 행사해 전환사채를 취득한 날은 전환청구권 행사기간이 시작된 날이거나 그 이후입니다. 또 10개사 중 지엔코와 아이티센의 전환사채는 취득 당시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낮았고 8개사는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돌았습니다. 전환사채를 취득하고 곧바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었고, 시세차익을 얻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물론 모두 시세차익을 얻은 것은 아닙니다. 티사이언티픽 최대주주인 위지트는 콜옵션 행사로 취득한 전환사채를 지난달 31일 주당 2923원에 보통주로 전환했는데, 이후 주가가1675원(11월 3일 종가)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와이오엠의 최대주주인 염현규 대표가 설립한 와이인터내셔날은 액면 9억원의 전환사채를 9억4000여만원에 취득해 주당 847원에 보통주로 전환했지만, 전환사채 취득 당시 1266원이던 주가는 지난 3일 727원(종가)까지 떨어졌죠. 전환가액은 825원으로 조정되었는데, 추가 조정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바이브컴퍼니의 최대주주 김경서 의장은 지난 2월 콜옵션 행사로 액면 49억2000만원의 전환사채를 취득했는데요. 취득일 당시 주가는 2만8050원으로 전환가액을 3000원가량 웃돌았죠. 무상증자로 전환가액이 1만2660원으로 조정된 후 약 12억5000만원(액면 기준) 상당의 전환사채를 매각했고 현재 주가는 6800원까지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최저 액면가까지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으니 손해를 본 것은 아닙니다. 김 의장은 아직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았거든요.



디케이티는 전환사채 콜옵션 행사자를 최대주주인 비에이치, 관계회사인 아현텍, 비에이치의 최대주주인 이경환씨로 지정했는데요. 3인의 지분율 합계는 6월말 현재 54.63%에 이릅니다. 비에이치 등은 콜옵션 행사로 액면 120억원어치의 전환사채를 약 159억원에 취득했는데요. 전환가액이 8478원이었지만, 콜옵션 행사 대가로 122억여원을 지불했고 행사자로 지정된 대가로 약 37억원을 추가 지출했습니다. 이는 취득 당일 주식의 종가인 1만1260원을 적용해 전환사채를 취득한 것과 셈이 같습니다.


비에이치 등은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었을 때의 시가대로 취득한 것입니다. 다른 최대주주 등과 달리 시세차익을 얻을 기회를 갖지 않았습니다. 비에이치 등은 전환사채를 곧바로 보통주로 전환했는데요. 이후 주가가 하락해 3일 현재 8250원으로 끝났습니다.


감성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인 김호선 대표와 특수관계인 드리온은 지난 4월 콜옵션을 행사해 취득한 18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주당 2170원에 보통주로 전환했습니다. 이후 주가는 꾸준히 올라 3일 현재 3880원을 기록했습니다. 김호선 대표는 2006년까지 비트윈이라는 코스닥 상장사의 대표를 지냈고, 그후 라이브플렉스의 이사로 있었습니다. 비트윈은 지금의 버킷스튜디오이고 라이브플렉스는 지금의 ES큐브입니다. 김호선 대표가 비트윈의 대표일 때 이사로 있던 인물이 김병진씨인데, 김호선씨가 라이브플렉스 이사일 때 이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분입니다.


김호선씨와 김병진씨는 지난 2001년 사람과 기술을 인수한 뒤 모바일원커뮤니케이션으로 상호를 바꿔 나란히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2005년 이비티네트웍스라는 곳에 지분을 넘겼죠. 두 사람이 지분을 판 후 회사는 최대주주와 상호가 수 차례 바뀌고 관리종목을 들락날락하다 2009년 네오쏠라에서 지디코프로 다시 상호를 변경한 뒤 상장폐지되었습니다.


가장 드라마틱한 회사는 의료 AI기업 뷰노일 겁니다. 뷰노는 지난해 11월 2일 5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최초 전환가액은 5904원이었습니다. AI 의료 테마를 타고 뷰노 주가는 올들어 크게 올라 최고 7만원에 근접했다가 지난 3일 종가 3만8150원을 기록했습니다. 전환사채 발행당시의 6배가량으로 올랐습니다.



1회차 전환사채 중 15억원(액면 기준)에 대해 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하거나 콜옵션 행사자를 지정할 수 있는데, 약 8억4400만원어치에 대해 최대주주인 이예하 대표에게 콜옵션을 부여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콜옵션을 행사했고 주식 전환이 가능한 첫날인 이달 2일 약 8억7000만원의 대가를 지급하고 전환사채를 취득했습니다. 보통주로 전환하면 14만2955주를 받게 되는데, 이날 종가인 3만4850원으로 같은 수의 주식을 취득했다면 약 50억원이 들었을 겁니다.


뷰노는 최근 3년간 총 453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 중에도 6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결손기업입니다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죠.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호조가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면서 성장성이 부각돼 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