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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약개발 회사 중에 키네타(Kineta,Inc.)라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는 차세대 면역요법을 개발하는 임상단계의 생명공학회사로 소개되어 있고, 면역 항암제와 만성신경통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키네타는 지난해 12월 유매니티 테라퓨틱스와 합병하면서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는데 성공했고, 상장 당일 4.96달러로 끝난 주가는 한때 8달러 근처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약세를 보여 지난 10일(현지시간) 3.62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키네타는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9월말 현재 키네타의 총자산은 1071만 달러인데 자기자본은 289만 달러로 부채비율이 300%를 넘어서죠. 주주들이 그동안 납입한 자본은 무려 1억6584만 달러에 이르는데 1631만 달러가 손실 누적으로 사라졌습니다.

올해 9개월 동안 544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1142만 달러의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최근 3개월(7~9월)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고 399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신약을 연구개발 회사이니, 기술수출이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매출이 발생하게 되는데, 올해 6월 미국 머크(Merck)사와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제에 대한 임상실험 및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500만 달러의 마일스톤을 받기로 했고, 이를 상반기 매출로 인식했습니다. 올해 매출 544만 달러의 대부분입니다.
키네타가 머크와 체결한 500만 달러의 마일스톤 계약에는 우리가 좀 주의할 게 있습니다. 홈페이지에는 계약 상대방인 머크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 외 지역에는 MDS로 알려진' 회사로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 회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35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독일 제약회사인 그 머크(Merck)가 아니라는 말이죠. 같은 상호를 쓰고 있지만 두 회사는 엄연히 다른 회사입니다.

MDS라는 상호를 북미 외에서 사용하고 있는 머크는 미국의 머크(Merck Sharp & Dhome)입니다. 원래 독일 머크의 해외법인이었는데 1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에 매각당한 회사입니다. 독일에 본사를 둔 머크는 전 세계에서 Merck를, 북미 지역에서는 EMD를 상호로 사용하고 있고, 미국 머크는 북미 지역 외에서 MDS로 불리고 있습니다.

굳이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국내 언론들이 지난해 키네타의 마일스톤 계약을 보도하면서 계약 상대를 MDS가 아닌 머크로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이 잘못 알았을 것 같지는 않고, 회사에서 보낸 보도자료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착각회로가 작동되었을 것 같습니다.
미국 머크사가 잘못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 회사 직원들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머크라고 부를테니까요. 뉴욕 증시에 상장된 미국 머크사도 올해 매출 60억 달러를 전망하고 있는 상당히 큰 제약 회사입니다.
키네타는 머크 외에도 로슈그룹의 자회사인 제넨테크(Genentech)와도 3억 6000만 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만성 신경통 치료제의 임상을 진행 중이라고 하고, 글로벌 디지털치료제 회사인 페어 테라퓨틱스와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는데, 페어 테라퓨닉스는 올해 미국 법원에 파산신청을 내고 나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되었습니다.
그런데 키네타가 합병한 유매니티 테라퓨틱스(Yumanity Therapeutics)도 지난 2020년 나스닥에 상장돼 있던 프로테오스테시스 테라퓨틱스라는 회사를 합병하면서 나스닥에 상장한 신약개발 회사였습니다. 유매니티는 루게릭병(ALS) 등의 퇴행성 신결질환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었고 2020년 6월 Merck와 퇴해성 신경치료제 후보물질의 독점적 권리 확보에 대한 5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했죠. 올해 키네타가 Merck와 맺은 마일스톤 계약은 2020년 계약의 연장선상에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내도 그렇지만 미국에도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바이오 벤처 기업이 많습니다. 이런 기업들의 생존 방식은 미래의 성공을 담보로 외부의 투자를 유치해 그 자금을 신약개발에 투입해 미래의 성공 가능성을 키워 나가는 것이죠. 회사는 꿈을 팔고 투자자는 그 꿈을 사는 겁니다. 키네타가 언젠가 대단한 신약을 개발해 대박의 꿈을 이룰지, 아니면 많은 신약개발 회사들처럼 실패의 결과를 맞을 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죠. 다만, 바이오벤처회사가 신약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통해 실질적인 매출을 내는 제약회사로 성장하는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키네타가 나스닥시장에 우회상장을 하기 위해 합병한 유매니티는 한때 유망한 신경질환 스타트업이었습니다. 한국인 과학자가 공동창업자로 참여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나스닥시장 상장 이후 급격히 추락했습니다. 주가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지난해 직원 60%를 해고하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했습니다. 유매니티의 경영진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한 결정은 매각이었고, 이때 등장한 구세주가 키네타였던 셈입니다.
파이프라인 확장을 위해 또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미국 바이오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피투자 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하면 국내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나스닥 상장이 어느 정도의 성공으로 국내 시장에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죠.
키네타도 국내 기업의 투자를 받은 회사였고, 키네타에 대한 지분참여와 키네타의 나스닥 상장은 이 회사에 투자한 국내 기업의 주가를 크게 올려 놓기도 했습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씨바아이(CBI), 율호, 휴메딕스 등입니다. 세 회사는 모두 2021년 키네타의 주주가 되었는데요. 자동차 부품회사인 씨비아이는 미국 현지법인(CBI USA)을 통해 1000만 달러(약 130억원)을 투자해 키네타의 2대 주주가 되었고, 서버•스토리지 솔루션 기업인 율호도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300만 달러(약 36억원)를 투자했죠. 휴온스 계열인 휴메딕스는 200만 달러(약 24억원)를 투자해 키네타 지분 1.56%를 취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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