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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우스앤밸류디벨로프먼트(이하 그로우스앤밸류)가 씨비아이(CBI)를 인수한 건 지난 2021년 1월입니다. 기존 대주주의 지분 17.2%를 그로우스앤밸류 13호 투자조합이 141억원에 변경하는데, 이 조합에 그로우스앤밸류가 28.38%를, 티디에이엠, 닛시인베스트먼트 그리고 율호가 14.18%를 출자했습니다.
당시 율호의 최대주주는 박정희씨가 설립한 태영이엔지였는데요. 그로우스앤밸류를 도와 CBI를인수하기 전에 율호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율호는 2020년 4월에 2회차 전환사채 200억원과 4회차 전환사채 100억원의 동시 발행을 추진했습니다. 주식으로 전환되면 최대주주가 바뀌는 규모였죠. 그런데 전환사채 발행이 지연되고 투자자도 교체되어 2020년 11월말 각각 100억원과 50억원으로 축소 발행됩니다. 투자자는 케이비파트너스(2회차)와 도스(50억원)란 곳이었죠.
전환사채 발행 후 율호는 새로운 이사 선임안을 포함한 주주총회 소집결의를 하고, 그 직후 2회차와 4회차 전환사채 전액을 되사들입니다. 주주총회는 예정대로 열려 전라남도 영암 소재 대상중공업 대표이사 출신의 문제균씨가 사내이사에 선임되고, 호남대학교 교수 출신의 이정남씨가 대표이사에 오릅니다.
두달 후 율호는 2회차와 4회차 전환사채 전액을 재매각하기로 결정하는데, 그 상대가 그로우스앤밸류 15호 투자조합이었습니다. 그로우스앤밸류가 직접 최대 출자자로 참여한 조합이었죠. 전환사채 매각이 성사되고, 주식으로 전환되면 최대주주가 그로우스앤밸류 15호 투자조합으로 바뀔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율호의 실질 최대주주였던 박정희씨와 사내이사 이혜정씨는 전해부터 미루어졌던 3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했는데, 그로부터 며칠 후인 전환사채 매각대금 납입일에 그로우스앤밸류는 대금납입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율호에 했고, 결국 계약이 해지됩니다.
율호는 그로우스앤밸류가 CBI를 인수하는데 깊게 관여했습니다. CBI 최대주주가 되는 그로우스앤밸류 13호조합에 20억원을 출자했을 뿐 아니라, 그로우스앤밸류 13호조합을 도와 기존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전환사채를 매입한 스타디움2호조합에도 20억원을 투자했죠. 스타디움2호조합은 42억원 규모로 조성되었고, 전환사채 매입 당시 최대 출자자가 그로우스앤밸류(14.28%)로 보고되었지만, 사실 최대 출자자는 율호였던 셈이죠.
율호의 최대주주는 올해 이엔플러스로 바뀔 때까지 태영이엔지로 유지되었습니다. 그로우스앤밸류 15호조합이 150억원의 전환사채 인수를 철회한 이후에도 그로우스앤밸류나 CBI가 율호에 어떤 형태로든 투자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율호가 일방적으로 그로우스앤밸류의 조력자였던 걸까요? 2021년 양사의 주가를 뜨겁게 달구었던 키네타(Kineta) 투자 역시 CBI가 주도하고 율호가 가세한 형국이었죠.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양사의 최대주주와 경영진은 상당한 교감을 나누던 관계였던 모양입니다. 그로우스앤밸류는 CBI 인수 후 첫 정기주주총회(2021.3)에서 증권맨 출신의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하는데, 그 중 한 분이 비상장 보툴리눔 독소 단백질 치료제 제조업체인 제네톡스 당시 전무이사인 이성희씨였는데요. 같은 해 제네톡스의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안종덕씨는 율호의 사내이사에 선임됩니다. 비상장 제약업체의 현 대표와 전무가 한분은 CBI 임원, 다른 한분은 율호 임원이 됐습니다. 제네톡스 최고위 경영진이 두 회사 임원이 된 후 본격적으로 키네타 투자가 시작되었죠.
율호는 2021년 11월 제네톡스가 발행한 전환사채 50억원을 현금 취득합니다. 신사업 투자의 일환이라는 명목이었죠. 제네톡스는 당시 전액 자본잠식으로 재무가 극히 부실한 회사였고, 제품 매출이 전혀 없었습니다. 비상장사이면서도 10번의 전환사채와 11번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고 특히 2021년에 집중적으로 발행이 이루어졌습니다.
2021년 사채 발행과 차입 등으로 무려 219억원을 순조달한 제네톡스는 건물 건립과 기계장치 도입에 100억원가량을 쓰고 남은 돈 중 50억원가량을 동일산업에 투자했다가 지난해 처분하고 키네타 등에 29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지난해말 현재 여전히 10억원 상당의 키네타 지분을 보유하고 있죠.
CBI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또 하나의 회사가 있죠. 올해 2월 CBI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가 된 DGP(구, 대한그린파워)입니다. CBI는 104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11.90%의 지분을 취득하며 최대주주가 되었는데요. 34억원은 보유자금으로, 70억원은 DGP의 30회차 전환사채(135억원)을 상상인저축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차입했습니다. DGP가 유상증자를 한 이유는 타회사 지분 취득을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CBI가 사실상 DGP의 경영권을 손에 쥔 건 지난해 8월 이후입니다. 상상인저축은행에 담보로 맡긴 전환사채를 취득한 시점이죠. 이 30회차 전환사채는 2020년 10월에 200억원 규모로 발행된 것으로, DGP의 최대주주 코르몬파트너스가 인수했는데, 그 중 150억원이 CBI에 넘어갔고, CBI는 그 중 15억원을 처분한 뒤 보유하고 있다가 저축은행 차입 담보로 사용했습니다.

같은 날 그로우스앤밸류도 그로우스앤밸류 14호 투자조합을 동원해 DGP 전환사채 100억원을 매입하죠. 아마 30회차보다 한달 먼저 발행된 31회차 전환사채인 것 같습니다. 코르몬파트너스의 100% 주주인 대한그린에너지가 인수했다가 DGP에 되팔았죠. 대한그린에너지는 CBI가 인수하기 전 DGP의 실질 최대주주입니다.
CBI와 그로우스앤밸류가 총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매입한 날 DGP는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했고, 이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인물이 오경원 그로우스앤밸류 부회장 겸 CBI 대표이사, 이호준 그로우스앤밸류 대표 겸 CBI 사장, 함상옥 그로우스앤밸류펀드 부사장, 장육 CBI 상무, 성봉두 그로우스앤밸류 대표 겸 CBI 부사장이었습니다. 기존 임원진에서 사내이사 한분만 제외하고 사외이사 감사까지 전원 물갈이 되었죠.
CBI에 인수된 후 DGP는 새로운 경영진의 뜻에 따라 CBI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바이오 투자에 나서게 됩니다. 그 결과는 참담하죠. DGP는 지난해 키네타가 나스닥 상장을 위해 역합병한 유매니티 테라퓨틱스에 100만 달러(한화 13억원 상당)를 출자했고, 그 지분은 키네타 주식으로 바뀌었죠. 또 올해 2월에는 전략적 제휴에 따른 사업협력 등의 이유로 CBI의 미국 자회사 CBI USA가 발행한 사모 교환사채 544만 달러(한화 71억원 상당)를 취득했습니다.
CBI USA는 미국 바이오 벤처 회사 발굴 및 투자를 위해 설립된 곳으로 키네타 투자 외에 역시 나스닥 상장사인 엑시큐어에 투자했는데, 엑시큐어 보통주 34만주를 교환대상으로 사채를 발행해 DGP에 넘긴 겁니다. 결국 엑시큐어 보통주 34만주 매입자금이 DGP에서 지출된 셈이죠.
9월말 현재 DGP의 장부에 기록된 키네타의 공정가액은 4억6045만원입니다. CBI USA 교환사채는 교환권을 행사해 엑시큐어 지분(40.61%)을 취득했는데, 약 12억원을 손상차손으로 반영하고 나머지 58억원어치를 매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엑시큐어의 최근일(12월20일) 현재 주가는 0.62 달러로 취득가액 1.6달러 대비 62.5% 하락했습니다. 최근 환율(1달러당 1297.69원)을 적용해 환산하면 최초 71억원의 투자금 중 27억원 남았습니다. CBI는 지난 6월 보유 중이던 SBW생명과학 지분 전부를 약 24억원에 DGP로 매각한 바 있습니다. 주당 630원 꼴인데요. 지난 21일 SBW생명과학의 주가는 405원으로 마감했습니다.
DGP를 바이오 투자 등에 쏠쏠히 활용한 CBI는 현재 DGP에 대한 투자회수를 진행 중입니다. 아직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보통주 지분 중 8.84%를 남긴 나머지 4.15%를 약 69억원(주당 8000원)에 육류 도매업체 제이제이더웰이라는 곳에 매각하기로 했죠. 이달 29일이 잔금지급일입니다.
제이제이더웰은 그로닉스라는 신설회사와 함께 SBW생명과학으로부터 지브이비티4호조합 지분을 매입하기로 한 곳인데요. 당초 예정으로는 이미 지난 10월 종결되었어야 하는 거래인데, 이달 15일로 연기되었다가 다시 내년 2월말로 잔금지급일이 늦춰졌습니다.
지브이비티4호조합은 CBI가 발행한 전환우선주 100억원을 인수한 조합으로, CBI는 전환우선주 발행대금 대부분(84억원)을 SBW생명과학 지분을 장외매수하는데 썼죠. 그런데 그 조합 지분을 SBW생명과학이 보유하고 있었던 겁니다.

CBI가 베스터마스터1호 투자조합에게서 SBW생명과학 지분을 매입한 게 지난해 4월 1일인데요. 바로 그날부터 SBW생명과학 주가가 이틀 연속 상한가를 칩니다. 주당 3915원에 매입한 CBI는 불과 이틀 만에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을 기회를 얻었던 셈인데요. 그 대부분 주식을 올해 6월 DGP에 넘길 때는 주당 630원에 팔았으니 엄청난 손해를 입은 셈이죠. DGP 역시 큰 손해를 봤으니 이 거래로 득을 본 건 베스터마스터1호 투자조합의 조합원뿐입니다.
베스터마스터1호 투자조합은 지난 2016년 12월 쌍방울그룹이 SBW생명과학(구, 나노스)을 인수할 때 동원된 조합입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광림과 쌍방울이 각각 259억원과 87억원을 투자해 71.57%의 보통주 지분을 취득했죠. 이때 유상증자에 참여한 또 한 곳이 125억원을 투자한 베스트마스터1호투자조합이었고, 조합의 최대 출자자는 김성태 회장(76.72%)이었습니다. 125억원의 조합자산 중 95억900만원이 김성태 회장 돈이었죠.

쌍방울그룹과 베스트마스터1호 투자조합이 SBW생명과학 신주를 인수한 가격은 액면가인 500원이었고, SBW는 이듬해 액면가를 100원으로 주식분할이 이루어졌다가 2018년 다시 80% 감자가 되었습니다. 베스트마스터1호 투자조합의 보유 주식 수가 2500만주에서 1억2500만주로, 다시 2500만주로 되었죠.
베스트마스터1호 투자조합의 주식보유 공시는 2017년 12월 이후 없습니다. 당시 25.47%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였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지분율 변동에 대한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사업보고서 등의 정보로는 2020년 4분기에 보유수량의 약 40%를 처분하고, 지난해 4분기에 대략 1380만주가량의 대량 매각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CBI를 제외하고는 베스트마스터1호 투자조합의 주식을 넘겨받은 새로운 주주가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대부분 장내매도된 모양입니다.
처분한 시기에 주가가 강세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2020년 4분기에는 3000~4000원대, 지난해 4분기에는 1000~2000원대에서 움직이는 약세 국면이었죠. 하지만 주당 매입가인 500원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시세차익을 누렸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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