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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에서 최대주주 지분이 돌연 털리는 황당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면역세포치료제 전문기업 엔케이맥스 이야기입니다. 일반 주주들은 상상도 못한 일일 겁니다. 엔케이맥스 최대주주 박상우 대표가 본인 지분을 증권사 대출의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는 건 그간의 지분공시를 통해 알고 있었겠지만, 주가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으로 반대매매가 된다고 해도 최대주주가 바뀔 상황은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박상우 대표의 지분은 반대매매와 본인의 장내 매도로 하룻만에 모두 사라졌고 그 충격에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일반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사태를 야기한 장본인인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는 외부의 우호적 투자자를 유치해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알고 보니 그 간 회사의 공시는 거짓이었습니다. 고의에 의한 거짓인지, 부실한 업무처리로 인한 거짓인지는 확정짓기 어렵지만, 최대주주가 정확한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았거나, 회사와 최대주주가 공모해 사실을 숨겼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공시와 보도, 증권사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달 10일 엔케이맥스의 지분공시에 따르면, 이날 현재 박상우 대표, 진홍자(모친), 박진우(동생) 3인이 KB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담보로 맡긴 주식은 총 150만주(당일 종가 기준 95억원 상당)이었습니다. 박상우 대표는 담보와 별개로 OOO에게 377만주를 대여했고, 130만주를 에쿼티스퍼스트홀딩스코리아(유)에 환매조건부로 넘겼습니다. 이렇게 소유자의 손을 떠나 있는 지분이 7.58%에 달했습니다.
이 공시는 허위였습니다. 담보 주식을 찾아갔겠죠. 주식담보대출 중 이베이투자증권에 대한 대출만 유지되고 있었던 겁니다. 이를 반영하면 반대매매 직전 박상우 대표의 지분은 다음과 같이 분산되어 있었을 겁니다.

지난달 24일 박상우 대표 등 담보대출을 받은 3인과 박 대표의 매형 민경덕씨 보유 주식이 사실상 전부 장내 매도되었습니다. 전날 5000원대이던 주가는 대규모 매도물량에 급락해 박 대표 등의 주식은 평균 3640원 정도에 팔렸습니다. 박 대표 몫의 주식매도대금은 392억원이었습니다.
1주일 후인 1월 30일 엔케이맥스는 최대주주 지분의 장내매도 사실과 증권사의 주식담보대출계약이 해지되었음을 공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박상우 대표 지분의 반대매매로 최대주주가 변경되었다고 알렸습니다. 1월 24일의 최대주주 지분 매각이 자의에 의한 게 아니라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채권자의 반대매매라고 밝힌 겁니다. 공시는 분명히 1월24일까지 증권사와 담보대출 계약이 유지되었고, 반대매매로 대출상환이 이루어져 계약이 종결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허위공시였습니다. KB증권은 이미 상환을 받았고,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반대매매를 하지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매매는 다른 채권자에 의한 것이었고, 나머지 주식은 박상우 대표 등이 직접 시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엔케이맥스는 1월 31일 반대매매의 주체가 사채업자였다고 고백했습니다. 박상우 대표는 KB증권에서 빌린 담보대출을 상환했지만, 사채업자에게 담보대출을 받고 공시를 하지 않았던 겁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KB증권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사채업자에게 다시 담보대출을 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달 1일 엔케이맥스는 반대매매로 인한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정정했지만, 잘못된 주식담보대출 계약 공시는 정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8일, 올해 1월 10일과 1월 24일 공시가 정정되어야 할 공시입니다.
박 대표와 엔케이맥스는 최대주주 지분이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맡겨진 사실을 숨기고 싶었나 봅니다. 이미 해지된 KB증권과의 대출계약을 마치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지난해 말부터 반복적으로 거짓 공시했습니다. 그러나 올초만 해도 7000원대이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5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는 바람에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 이루어졌고,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주가하락으로 반대매매가 불가피하다는 통보를 해오자 박 대표 등은 어쩔 수 없이 남은 주식까지 전부 팔아 대출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엔케이맥스 최대주주가 담보로 맡긴 주식은 반대매매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경영권이 바뀌는 물량이 아니었습니다. 담보주식만 처분됐으면 박 대표는 5%대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었고, 엔케이맥스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다른 주주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반대매매가 이루어지는 상황이 되자, 그런 계산은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박상우 대표는 지난해말 왜 KB증권 주식담보대출을 상환하려고 사채업자에게 지분을 담보로 맡겼을까요? 금리면에서 더 불리했을텐데요. 공시에 따르면 박대표가 KB증권과 맺은 최종 주식담보대출계약은 2022년 12월 14일이었습니다. 공시에 나타나지 않지만 만기가 지난해 12월이었다면, KB증권에서 대출연장을 해주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다른 이유가 더 있었던 모양입니다. 박상우 대표는 지난해 12월 27일 익명의 누군가에게 188만여 주(올해 1월 무상증자로 377만여 주가 됨)를 대여했습니다. 본인 소유 주식의 35%에 이르고, 증권사 담보와 환매조건부로 넘긴 주식을 뺀 보유 주식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물량이었습니다.
12월22일 박상우 대표가 대출을 상환하고 KB증권에서 찾아왔을 주식은 약 20만주입니다. 찾아온 주식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주식을 대여한 상대가 누구일까요? 사실은 대여가 아니라 담보대출이었고 상대는 사채업자가 아니었을까요? 이 의문의 대여 주식은 지난달 24일 반대매매 또는 박 대표의 장내매도로 처분되었습니다.

박상우 대표는 지난해 12월 20과 22일 처음으로 시간외 매매를 통해 약 15만주를 처분해 약 18억원의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KB증권 주식담보대출 상환일입니다. 시간외 매매를 통해 처분한 주식매도대금이 KB증권 대출상환에 쓰였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대여 주식 188만주가 사실은 사채업자에게 제공한 담보라면, KB증권 대출을 상환하기 위한 용도로 쓰였다고 보기에 너무 많습니다. 박상우 대표가 대출 상환 이외의 다른 자금이 필요해 추가 대출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주식담보대출의 주체는 박상우 대표 형제와 모친 등 3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베스트투자증권과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한 건 박상우 대표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반대매매가 이루어진 1월 24일 매도물량 중에는 박상우 대표 지분 1072만주(1월 무상증자 후 기준, 이하 같음) 외에 모친과 동생 그리고 매형인 민경덕씨 지분 113만주도 포함되었습니다. 처분가격은 이날의 최저 매도가인 3640원이었습니다. 공시 누락이 없었다면 반대매매로부터 자유로운 입장이었을 겁니다.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모친과 동생도 KB증권과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맺고 있었습니다. KB증권은 지난해말 모든 대출이 상환되었다고 했지만, 이는 박상우 대표와의 계약만을 의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날 매도는 KB증권의 반대매매일텐데, 그런 언급은 없었을 뿐 아니라 담보주식에 비해 매도물량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모친의 담보주식은 5530주인데 매도된 주식은 30만주가 넘거든요. 동생 역시 매도물량이 두배 정도 많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20일과 22일 박상우 대표가 시간외 매매로 일부 주식을 처분할 때 동생 박진우씨 역시 시간외매매와 장내매도로 약 3만2000주를 매각해 약 3억7000만원의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역시 KB증권 대출금 상환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매형 민경덕씨는 어떤 여2019년까지 미래에셋대우증권에게서 주식담보대출을 받고 있었고, 2020년에 약 22만여주를 박상우 대표에게 대여했지만 이후 대출 및 대여관계가 모두 해소된 상황이었습니다.
모친과 동생 그리고 매형의 24일 지분 매각이 반대매매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자발적 매도라는 것인데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매각일 수도 있고 박상우 대표의 대출금 상환을 도와줄 목적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매매가 있던 1월 24일 기준으로 박상우 대표가 주식담보대출을 유지하고 있던 증권사는 이베스트투자증권 뿐이었고, 담보제공 주식은 99만주(1월 무상증자 후)에 불과했습니다. 박대표 소유 지분의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담보인정비율을 아주 높게 가정하더라도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처분해야 할 주식은 300만주가 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지난해 말 사채업자에게 주식을 담보로 한 차입이 화근이었습니다. 모든 주식을 처분해야 할 만큼 많은 지분을 담보로 맡긴 것이라면, 익명의 누군가에게 대여한 377만주로도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박상우 대표가 사채업자에게 빌린 차입이 도대체 얼마나 됐길래 모든 주식을 잃어야 했을까요? 그렇게 빌린 자금은 어디에 쓰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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