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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델란드 테스코그룹이 홈플러스와 그 자회사들을 매각하는 대가로 받은 것은 총 5조8275억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홈플러스 지분 100%의 대가로 5조4000억원, 홈플러스테스코 지분 47.83%의 대가로 4275억원을 받았죠. 홈플러스의 지분값의 경우 원화 1조35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미국 달러화로 받았기 때문에 적용환율에 따라 원화로 환산한 값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 인수도가 이루어지던 2015년~2016년은 쿠팡을 위시한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급성장을 하던 시기로 이마트, 홈플러스와 같은 오프라인 할인마트들이 매출과 이익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2011회계년도(2012년 2월 결산) 홈플러스의 별도 기준 상각전 영업이익(EBITDA)는 7357억원에 달했으나 2014회계연도에는 5557억원으로 줄었고, 그 이후로도 감소세가 이어졌습니다.


홈플러스처럼 비상장회사를 사고 팔 때, 가치평가로 많이 쓰는 방법이 EV/EBITDA라는 것인데, 비교기업의 기업가치(주식가치+차입금)가 EBITDA에 비해 몇 배인지 구한 다음, 그 배수를 해당 기업의 EBITDA에 적용합니다. 당시 비교기업으로 국내기업인 이마트와 외국기업인 월마트, 타겟이 선정되었고 이들 기업의 2012~2016년의 5년간 EV/EBITDA가 산정되었습니다. 그 평균값은 8.2배였고 미디엄값은 8.4배였습니다. 이마트의 경우 5년간 평균 EV/EBITDA가 8.9배로 나왔었죠.



가령 홈플러스의 EBITDA가 7000억원이면, 8.21배를 적용했을 때 대략적인 기업가치가 5조7470억원이 되는 셈이고, 여기서 당시 순차입금 약 1조6000억원을 차감하면 100% 지분의 기업가치는 4조1470억원이 됩니다. 이마트의 EV/EBITDA인 8.9배를 적용한다고 해도 기업가치는 6조2300억원이고 주식가치는 4조6300억원이 되는 셈입니다.


비교기업의 평균 EV/EBITDA 8.21배를 기준으로 했을 때 홈플러스 지분 100%가 약 5조4000억원에 거래되었다는 것은 순차입금을 포함한 기업가치가 7조원으로 평가되었다는 것이고, 비교기업의 평균 EB/EBITDA인 8.21배를 적용하면 홈플러스의 별도 기준 EBITDA가 약 8500억원으로 추정된 셈입니다. 홈플러스가 2015년 이전에 한번도 거두어보지 못한 실적이고, 2015년 이후로도 근처에 가보지 못한 실적입니다.



자회사를 포함한 몸값인 5조8275억원으로 계산해 보아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홈플러스의 연결실체 순차입금은 2015년 2월 기준으로 1조5914억원이었습니다. 기업가치(EV)가 7조4189억원으로 평가되었다는 뜻입니다. 비교기업의 평균 EV/EBITDA인 8.21배를 적용하면 홈플러스의 연결 기준 EBITDA를 9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했다는 뜻입니다. 2012년 2월 결산 이후로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성적입니다.


2015년 2월 결산때 홈플러스가 받은 실적인 EBITDA(별도 기준 5557억원, 연결기준 6844억원)를 기준으로 몸값을 책정했다면 홈플러스 자체로는 약 3조원, 자회사들을 포함해도 약 4조원 정도였을 겁니다. 온라인 쇼핑의 팽창으로 할인마트의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으니, 홈플러스 역시 현금창출능력이 약화될 것이 예상되었고 실제로 그 이후 홈플러스는 고전을 면치 못했죠.



과도하게 비싼 가격에 인수한 대가를 MBK파트너스 역시 10년이 지나도록 엑시트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치렀다고 할 수 있지만, 정작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홈플러스였습니다. 5조8000억원의 인수 대가 중 최소한 3조원을 홈플러스테스코가 차입해 치렀고, 홈플러스테스코와 홈플러스가 합병함으로써 결국 홈플러스가 갚아야 할 채무가 되었으니까요.


홈플러스는 2019년말과 2020년 2월 자회사였다가 지배회사가 된 홈플러스스토어즈와 홈플러스홀딩스를 차례로 인수합병했습니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의 재무상태는 드라마틱하게 악화됩니다. 2019년 2월말 6950억원이던 홈플러스의 차입금은 무려 11배가 넘는 7조9451억원으로 급증합니다. 부채비율은 69%에서 무려 859%로 수직 상승합니다.



약 8조원에 가까운 차입금은 홈플러스가 연간 벌어들인 EBITDA를 한푼도 쓰지 않고 빚 갚는데만 쓴다고 해도 무려 12년이 걸리는 큰 돈이었습니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실적이 그 이후 더 나빠지면서 홈플러스의 EBITDA로는 금융비용을 충당하는데도 급급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23회계연도(2024년 2월 결산)의 경우 홈플러스의 EBITDA는 2721억원을 기록했지만, 그해 실제로 이자지급을 위해 나간 현금이 3025억원에 달했습니다.


홈플러스는 인수자인 MBK파트너스가 당연히 치러야 할 자신의 몸값의 절반 이상을 스스로 떠안는 바람에 열심히 벌어도 차입금의 원금과 이자를 갚기도 어려운 빚의 늪에 빠지게 되었죠. 보다 나은 서비스를 위해 매장에 투자를 한다거나 이마트가 SSG.com을 출범시키며 쿠팡에 맞불을 놓았던 것처럼 온라인쇼핑에 본격 진출한다거나 하는 경쟁력 강화는 홈플러스의 현실에서 꿈 같은 이야기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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