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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이 국내 제빵사업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그 중 하나가 식재료 및 식자재의 제조와 공급부터 빵 제조, 포장, 유통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의 완성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밸류체인의 가장 중심에 삼립식품이 있습니다.



식자재 구매와 유통이 모두 SPC삼립 연결법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식재료와 식자재 공급은 삼립식품의 푸드사업부문에서 하고 있고, SPC삼립에서 분할된 100% 자회사 SPC GFS가 식자재 유통을 담당합니다. 파리크라상과 에스피엘, 샤니 등도 SPC삼립을 통해 식자재 구매를 하고 있죠.


파리바게트,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파스쿠찌 등의 체인 브랜드를 거느린 파리크라상이 그룹의 상부구조라면,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양산빵과 식자재의 공급 및 유통까지 아우르는 SPC삼립이 그룹을 떠받치는 하부구조라고 하겠습니다. 그림으로 그려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삼립식품의 신사업들이 매출 증가의 교두보가 되었을까요?


위 그림은 2017년 사업보고서를 근거로 그린 것인데, 당시 삼립식품의 100% 자회사였던 밀다원, 에그팜, 그릭슈바인 등의 식자재업체들이 지금은 삼립식품에 흡수되어 푸드사업부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업의 확장도 SPC삼립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06년에 '빚은'으로 떡 프랜차이즈를 시작했고, 2009년엔 '샌드스마일'이란 샌드위치 전문회사를 설립했습니다. 2010년엔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사업에 진출했더군요. '피그인더가든'이라는 샐러드 브랜드도 최근 추가됐습니다. 육가공 전문업체인 그릭슈바인을 발판으로 육식에 강점이 있는 가정간편식(HMR) 사업도 시작했지요. SPC 그룹의 식재료와 식자재 제조 및 유통을 삼립식품에서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중심인 파리크라상 보다 연관 사업 진출의 교두보로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파리크라상의 매출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달리, 삼립식품의 매출은 슈퍼, 대형할인점,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전통의 양산빵이 슈퍼에서 주로 팔린다면 샌드위치, 디저트, 샐러드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할인점이나 편의점 시장을 노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재읽사가 1편에서 제시한 기사가 그런 거였죠? '기존에 양산빵 일변도이던 제빵사업부의 포트폴리오를 샌드위치와 디저트류로 확대했고, 편의점에서 삼립식품의 샌드위치와 디저트가 잘 팔려서 올해 2분기 또는 상반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다'라고 했습니다.


매출 증가는 샌드위치가 아니라 유통 매출의 확대로 봐야 합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실적이 특히 빵빵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거니와 샌드위치를 실적 호조의 일등공신으로 보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편의점에서 삼립의 이름을 단 샌드위치 매출이 증가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전체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SPC그룹이 아닌 삼립식품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실속이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샌드위치 매출은 삼립식품의 제빵사업부문에 속합니다. 그런데 삼립식품은 샌드위치를 직접 생산하지는 않을 겁니다. 100% 자회사인 샌드스마일을 2009년에 설립했지만, 이 회사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고, 최근에는 전혀 실적이 없습니다.


삼립식품은 샌드위치를 '샌드팜'이라는 브랜드로 팔고 있는데(현재 편의점 점유율 1위), 샌드팜은 삼립식품의 계열사인 샤니의 100% 자회사입니다. 삼립식품이 팔고 있는 샌드위치는 샌드팜에서 공급받고 있을 겁니다.


샌드팜에서 공급받은 샌드위치를 삼립식품이 많은 마진을 남기고 팔 것 같지 않습니다. 샌드팜은 외부감사를 받고 있지 않은 소규모 회사(2018년 현재 순자산 22억원)이고 같은 계열인 삼립식품에 납품을 하고 있으니, 매출원가 외에 판매관리비가 많이 들지는 않을 것인데, 매출이익률은 1%를 간신히 넘습니다. 같은 계열인 납품업체에 삼립식품이 야박한 단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삼립식품의 실적을 좋게 보이게 하기 위해 샌드팜이 마진 몰아주기를 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상식적이지 않죠.


게다가 샌드팜의 100% 모회사인 샤니의 대주주는 오너인 허영인씨 일가가 90%의 지분을 가진 사실상의 개인회사입니다. 상장사인 삼립식품의 일반 주주들을 위해 허씨 일가가 남몰래 자신의 부를 넘기는 선행을 베풀고 있다고도 볼 수 없겠죠.



샌드팜은 외부감사를 받고 있지 않은 소규모 회사(2018년 현재 순자산 22억원)인데, 매출이 해마다 빠르게 늘어나고는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연간 445억원 매출을 기록해 전년보다 85억원, 20% 가까이 늘었습니다. 샌드위치만 보자면 삼립식품은 샌드팜을 앞세워 이미 편의점 시장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 셈이고, 올해 '전기를 마련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삼립식품의 입장에서 실적 호조의 주역이 되기에는 너무 미미한 존재입니다. 삼립식품 제빵사업부 매출은 연간 6000억원이 훨씬 넘고 올해 상반기 매출도 2800억원에 달합니다. 샌드위치 등의 매출이 배 이상 늘어난다면 모를까 웬만큼 늘어서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습니다.



삼립식품의 사업부문별 매출(내부거래 제거 전)입니다. 한눈에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는 부문이 있습니다. 유통사업부문입니다. 다른 부문은 모두 매우 점진적으로 매출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삼립식품 외형(매출) 확대의 주역은 바로 유통사업이었던 겁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마찬가지였죠.


유통사업 매출은 단순 합산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의 49%에 달합니다. 거의 절반이죠. 그런 사업부문의 매출이 2017년과 지난해 각각 34%와 9%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15.5% 급증했습니다. 다른 사업부문의 매출은 연간 2~6% 범위에서 늘었습니다. 삼립식품 계열의 매출 증가를 주도할 만하죠.


밀다원 등의 합병이 합산 매출과 연결 매출의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에는 최근 몇 년간의 추세와 확연히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각 사업부문의 매출을 단순 합산한 매출(내부거래 제거 전 매출)보다 삼립식품 연결기준 매출이 더 크게 늘었다는 것입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1242억원(12%) 증가했는데, 단순 합산 기준으로는 825억원(7%) 증가에 그쳤습니다.



그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죠. 연결매출액을 구하기 위해 제거되는 내부거래의 비중이 줄어든 겁니다. 다시 말해 삼립식품과 그 자회사들이 주고 받은 매출과 매입 거래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죠.


힌트가 될 만한 게 있습니다. 바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삼립식품의 자회사였던 밀다원, 에그팜, 그릭슈바인이 지금은 삼립식품으로 흡수되어 하나의 사업부문으로 존재한다는 것이죠. 이 3개 자회사가 지난해 상반기 삼립식품에 대한 매출이 889억원에 이릅니다. 지난해 상반기 연결 매출에는 이만큼 고스란히 내부거래로 제거되었겠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그럴 게 없어졌습니다.


유통사업부문의 매출은 수익성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영업이익률이 올해 상반기 0.4%대, 지난해 상반기에도 0.5%대에 그칩니다. 일반적인 제품이나 상품매출처럼 마진을 붙여 파는 게 아니라 일종의 수수료 장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마트 같은 할인점의 매출이 백화점의 10배 이상 커도 이익률은 매우 낮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삼립식품의 올해 상반기 매출증가율이 12.2%에 달하지만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281억원에서 262억원으로 오히려 후퇴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실속 없는 매출이 증가했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