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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롯데그룹은 크게 세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신동빈 회장이 최대주주인 롯데지주, 롯데홀딩스(일본)와 광윤사 등 일본 주주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호텔롯데, 그리고 롯데물산이 지배구조의 최상위 기업으로서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의 회장으로 롯데지주, 롯데웰푸드,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주요 상장사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고,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의 등기이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죠. 더구나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인 롯데홀딩스(19.07%)의 회장이자 대표이사이기도 해서 전체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다툼에서 패퇴한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올해 8월에 롯데지주 주식 1만5000주(지분율 0.01%)를 매입하고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어쩌면 내년 봄 이후에 약 10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롯데그룹 형제의 난을 다시 볼 수 있을 지 모릅니다.



국내 상법상 발행주식의 1만분의 1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하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법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신동주 회장은 과거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사회와 경영진에 책임을 묻고 그룹을 정상화하겠다고 합니다. 법원이 신동주 회장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경영진 책임을 인정한다면, 롯데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고 신동빈 회장의 리더십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신동주 회장이 고작 0.1%의 지분율로 동생을 끌어내리고 롯데지주 회장에 오른다는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많이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랄까요.


이게 그렇게 단순하게 볼 일은 아닙니다. 신동주 회장에게도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롯데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라고 할 수 있는 롯데홀딩스(일본)의 최대주주가 광윤사(28.1%)이고, 그 광윤사의 최대주주가 바로 신동주 회장(50.2%)이죠. 롯데홀딩스의 회장 겸 대표이사인 신동빈 회장의 개인 지분은 2.7%에 불과합니다. 지분율에서 형에게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롯데홀딩스의 이사회가 신동빈 회장의 편에 서 있기 때문이죠. 이사의 선임권은 주주들에게 있으니 결국 광윤사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의 절대 다수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동빈 회장의 영향력이 정말 철옹성처럼 단단할까요?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회와 주주들이 최근 롯데그룹의 경영상황을 보면서도 신동빈 회장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줄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최고경영자의 능력은 결국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증명해야 하는데, 롯데지주 산하의 주요 기업들, 특히 주력업체인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이죠.


신동주 회장이 노리는 것은 단순히 한국 롯데그룹, 특히 롯데지주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신동빈 회장이 리더십에 흠집을 내는 것이 아닐 겁니다. 소송에서의 승리를 기반으로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획득하려는 것이겠죠. 이게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한국 롯데그룹에 대한 지배력도 단숨에 뒤집힐 수 있습니다.



신동주 회장이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빼앗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그룹의 최대 비중인 롯데지주의 최대주주가 신동빈 회장이니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력까지 가져가기는 어려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롯데지주의 주주구성을 보면 신동빈 회장의 지분율이 그렇게 커보이지 않습니다. 롯데홀딩스와 그 자회사들의 지분율이 24.5%로 오히려 신동빈 회장의 지분율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신동빈 회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롯데지주를 확실히 장악할 수 있는 것이지, 만약 롯데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다면 롯데지주에 대한 경영권도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얘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