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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의 리더십은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경영능력을 실적으로 입증하지 못하고 있죠. 그가 이끄는 한국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에 상태가 양호한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롯데지주가 지난해 1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적자에 이어 올 들어서도 3분기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증거입니다.


롯데지주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계열사 지분인데, 그 중 종속회사로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코리아세븐이 있고, 관계회사로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이라면 자산과 매출액에서 압도적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을 들 수 있습니다.


국내 유통업계 1위이던 롯데쇼핑은 2017년부터 매년 매출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흑자를 기록한 해가 2023년 한번 뿐이고 지난해에는 무려 9941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올해 역시 3분기까지 소폭이나마 적자를 기록했죠. 2017년 40%에 육박했던 백화점 점유율은 지난해 31% 수준으로 떨어졌고, 23% 수준이던 할인점 점유율도 17%대로 하락했습니다. 롯데지주의 자회사인 코리아세븐 역시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백화점, 할인점, 슈퍼마켓, 편의점, 온라인까지 유통사업의 전 부문이 부진에 빠져 있습니다.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중 연간 20조원으로 최대 매출이 발생하는 롯데케미칼은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연간 1조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캐시카우였지만 2022년부터 실적이 급격히 악화돼 3년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고 올해 역시 반전의 조짐이 없습니다. 지난해 무려 1조8000억원이 넘는 충격적인 순손실을 찍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비중이 70% 안팎으로 높아 경기 민감도가 매우 높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공급과잉 등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죠. 게다가 이차전지 소재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섰지만, 전기차 시장이 둔화되는 바람에 엎친데 덮친 꼴이 되었습니다.



특히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는 롯데케미칼을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지로 만든 시작점이었습니다. 2022년 10월 약 2조7000억원을 들여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고 2차 전지 핵심소재인 동박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인수 직후 석유화학 시장이 급격한 침체에 빠져들었고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공급 과잉으로 동박시장의 성장세도 꺾였죠.


롯데케미칼은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조3000억원의 인수금융을 활용했고, 자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물론 회사채 발행, 금융권 차입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했습니다. 더구나 최악의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전자소재, 수소에너지, 리사이클 등을 3대 미래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했습니다.


보유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영업활동에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니 대규모 외부자금 조달이 불가피했죠. 결국 롯데케미칼의 차입금이 급증했고 재무구조는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2021년말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은 296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거의 무차입기업이라 할 만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말에는 3조원을 넘어서고, 2023년에는 6조원 마저 넘더니 2024년에는 7조원대에 올라섭니다. 졸지에 부채왕국이 되었습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지주 설립 이후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며 바이오, 메타버스, 모빌리티 등 다양한 신사업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대부분 실패라고 봐야 합니다. 2022년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미국 BMS 시러큐스 공장 인수와 1조원 규모의 공장 신설계획을 밝혔죠. 글로벌 CDMO시장 진출이 목표였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적자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자금조달을 위해 매년 유상증자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두 차례에 걸쳐 약 4900억원의 주주배정 증자를 실시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수소에너지사업에는 2030년까지 총 6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었는데요.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그룹의 재무부담만 키운 상황입니다. 롯데정보통신을 앞세워 메타버스 및 디지털 전환시장에도 뛰어들었지만 이 시장에서 롯데의 존재감은 별로 없습니다.


결국 한국 롯데그룹의 주력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시기에 추진된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 전략은 공격적인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재무 부담의 가중으로 귀결되었고 그룹 위기설을 키운 양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