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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한화그룹의 기업분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주회사’격’인 ㈜한화의 사업부문 중 영상·보안, 로봇, 유통, 호텔·리조트부문을 인적분할해 인적분할해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가칭)라는 회사를 신설한다고 합니다. 언론과 증권가에서는 분할사업들을 묶어 테크 및 라이프라고 부르고 있네요. 분할되는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한화비전, 한화모멘텀, 한화로보틱스(이상 테크)와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이상 라이프) 등입니다.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의 일부를 떼내 새로운 회사를 만든 뒤 이를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죠. 주주 입장에서는 기존 회사 외에 또 다른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이고요. 물론 소유비율(지분율)은 분할 전 회사와 동일합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어야 균형이 맞겠죠? 떨어져 나가는 회사의 비중만큼 기존 회사에 대해 보유하던 주식의 수는 감소(감자)합니다.



한화는 지주회사’격’이지만, 신설되는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는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지주회사가 될 것입니다.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 주식이 50% 이상이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되는데, 한화로부터 승계되는 자산총액이 8847억원에 달하고, 대부분 자산인 7847억원이 자회사 주식이거든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은 한화그룹에서 역할을 분담하고 있습니다.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사업인 방산, 화학, 조선, 에너지를 맡고 있고, 차남인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 등 금융부문을,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과 레저부문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와 언론계는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의 인적분할을 한화그룹 계열 분리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설득력이 매우 높은 해석입니다. 김동선 부사장의 몫으로 여겨지고 있는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인적분할로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의 자회사가 되기 때문이죠.


유통과 레저부문은 한화그룹에서 차지하는 사업 비중이 낮습니다. 그룹의 핵심 사업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동관 부회장이나 자산 비중이 가장 큰 금융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김동원 사장에 비해 많이 기우는 편입니다. 테크부문으로 분류되는 한화비전, 한화모멘텀, 한화로보틱스가 더해진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죠.


㈜한화의 2025년 3분기까지 매출총액(연결 기준)이 약 54조원 정도 됩니다. 계열사끼리 주고 받은 매출액을 포함하면 약 62조원 정도지요. 인적분할되는 5개 회사의 매출액은 총 3.5조원(한화로보틱스 제외) 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이고 ㈜한화의 연결매출액 대비 5~6% 수준입니다. 한화비전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1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모멘텀은 3000억원대에 머물고 있고, 한화로보틱스는 2024년 연간 매출이 86억원에 그칩니다.


그런데 테크·라이프 사업부문은 최근 한화그룹 변화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한화갤러리아는 2023년 한화솔루션의 갤러리아부문이 인적분할해서 독립법인으로 설립되었어요. 원래 한화갤러리아라는 회사가 있었죠. 하지만 면세점 사업의 부진과 코로나19로 인한 백화점 침체가 겹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2021년 4월 한화솔루션 품으로 들어가 있었는데, 다시 빼낸 겁니다.


시큐리티 업체인 한화비전은 원래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의 자회사였습니다. 그런데 2025년 1월 1일부로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에 흡수합병되었고, 합병법인의 사명을 한화비전으로 변경했죠. 자회사의 이름을 이어받은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 지금의 한화비전인 셈입니다. 한화비전은 기존의 보안, 영상솔루션 사업에 더해 AI와 반도체 장비를 아우르는 글로벌 테크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25년 5월에 LG그룹 구자학 회장 일가의 소유기업인 아워홈 지분 58.62%를 약 8695억원에 인수했습니다. 김동선 부사장이 총괄지휘한 인수합병이었죠. 아워홈을 인수하면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매출은 2024년 7500억원 수준에서 2025년 2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화모멘텀은 ㈜한화의 기계사업부가 2024년 7월 물적분할로 신설된 회사입니다. 이차전지 제조장비, 디스플레이 장비, 친환경 물류 자동화 시스템 구축 등을 주요 사업영역으로 하고 태양광 장비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화로보틱스는 한화모멘텀의 공장자동화(FA) 사업부 중 협동로봇과 자율이동로봇 부문이 분리되어 2023년 10월 설립되었습니다. 한화모멘텀은 이차전지와 태양광 장비에 집중하고 로봇을 별도 법인으로 전문화한 겁니다. 지금은 한화가 68%,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32%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R&D와 인력확충 비용이 증가해 적자구조가 심회되자 지난해 8월 한화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300억원의 유상증자 자금을 수혈해 주었죠.


이렇게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에 속하게 될 회사들은 최근 2~3년 사이에 분할설립, 인수합병 등의 사업재편과 외형 키우기 과정을 거쳤습니다. 어느 정도 규모와 모양을 갖춘 분할을 위해 사전 정지 작업을 거쳤다고 이해가 됩니다. 이제 그 회사들이 모여 올해 한화그룹 내에 하나의 소그룹이 탄생할 예정이죠.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 소그룹의 향후 과제 역시 규모의 확대와 수익성 확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한화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웠던 로봇부문은 지난해 매출의 2배가 넘는 1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5년에는 2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더해 적자 해소를 위한 자본확충이 필요한 때가 올 수 있습니다. 연간 매출이 5000억원대인 한화갤러리아는 적자는 아니지만 2024년 연간 31억원의 영업이익, 2025년 3분기까지는 고작 3억원의 영업이익을 얻었습니다. 연간 지난해 3분기까지 3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한화모멘텀은 47억원의 영업적자를 시현했죠.


인적분할이 되었다는 건, 이 계열사들이 더 이상 ㈜한화의 사업 및 재무적 지원을 받기 어려워졌다는 뜻도 됩니다. 지주회사가 될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는 1000억원의 현금이 운영자금 용도로 승계될 예정인데, 성장자금이 필요한 자회사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 아닐까 추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