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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사업자인 인스코비는 지속적인 재무 악화로 관리종목에 지정되어 있고, 상장폐지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코스피 상장사입니다. 대규모 유상증자로 최대주주가 교체되었고, 리스크의 핵심이던 자회사 셀루메드의 경영권을 제3자에게 매각하면서 연결 고리를 끊었으며, 미국 자회사 아피메즈㈜미국법인(이하 APUS) 분쟁이 일단락되면서 2025년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 감사의견을 받아내면서 상폐 위기에서 탈출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경영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멉니다. 2025년말 자본금 잠식이 74.5%에 달하는데, 유상증자에 더불어 올해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죠. 새로운 최대주주의 100억원의 유상증자와 추가 50억원의 제3자 유상증자 및 100억원의 전환사채 발행은 자본잠식률을 떨어뜨리기 위한 자본확충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리종목 탈피와 상폐 위기의 근본적인 해소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재무 개선 및 흑자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계열사 APUS를 가상자산 회사와 합병을 추진한 것은 그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2025년 12월 APUS는 싱가포르에 주소지를 둔 마인드웨이브(MindWave Innovations)라는 가상자산 회사와 삼각 합병계약을 맺었는데, 인스코비 지분율이 9.1%로 떨어지는 사실상의 매각 딜이었습니다. 마인드웨이브는 2000억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고, 합병 후 지분율은 크게 하락하겠지만, 지분가치가 크게 올라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마스터 플랜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심각한 이슈가 터집니다. 마인드웨이브가 보유하고 있다는 가상자산의 실체에 대한 의혹이 터진 겁니다. 만약 합병이 종결된 이후 2000억원의 가상자산이 부존재로 확인된다면, 인스코비는 경영정상화는커녕 감사의견 거절 및 상장폐지로 직행할 수도 있는 리스크에 직면하게 되겠죠. 그렇게 합병에 급브레이크가 걸리고 APUS 이사에 대한 전격 해임과 마인드웨이브의 소송 제기 등 분쟁으로 이어지게 되었죠. 그 바람에 지난 4월 2일 APUS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식거래가 정지되었습니다.


그런데 KS인더스트리가 인스코비 최대주주로 등장하면서 분쟁은 너무나 쉽게 끝났습니다. 지난달 24일 합병 당사자들은 모든 분쟁과 계류 중인 소송을 전면 무효화하고 상호 면책하기로 합의(Confidential Settlement and Mutual Release Agreement)했고, 합병절차는 재개되었습니다. 뉴욕 증시에서 APUS 거래는 재개되었고, 국내 일부 언론은 인스코비가 합병 거래로 상당한 이득을 얻을 것을 기정 사실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거래를 조금 더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석연치 않은 정황이 한 둘이 아니고, 아직 해소되지 않은 궁금증이 남아 있기 때문이죠. 역시 핵심은 ‘마인드웨이브의 가상자산은 존재하는가’와 ‘가상자산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합병거래는 무효화할 수 있는가’입니다. 가상자산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그 가치가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른 데도 불구하고, 합병거래를 되돌릴 수 없다면 인스코비는 실체가 불확실한 회사에 미국 알짜사업을 뺏기다시피 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APUS 합병 리스크가 해소된 것으로 시장에서 이해하는 이유는 마인드웨이브와 합병 재무제표가 회계법인의 적정 감사의견과 함께 미국 증권거래소(SEC)에 제출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APUS가 제출한 연차보고서(10-K)에 따르면 2025년말 현재 가상자산의 공정가치는 약 1억 4,988만 달러(한화 약 2240억원)으로 계상되어 있고, NILA토큰의 일부 매각 사실과 평가이익 정보가 실려 있습니다.



회계법인인 Kredit & Chiu(이하 K&C)는 APUS의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반복적인 적자와 현금유출을 겪고 있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상당한 의문(Substantial Doubt)을 제기한다고 하면서도, 재무제표는 공정하게 표시하고 있다고 한 겁니다.


회계법인의 적정의견은 가상자산이 재무제표 작성기준일(12월 31일) 현재 실재하고 회사가 그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다는 강력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됩니다. APUS의 총자산 중 가상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1%에 달합니다. 회계법인이 가상자산의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거나, 통제권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의견을 줄 수는 없었을 겁니다.


가상자산의 경우 회계법인은 ①개인 키(Private Key)를 실제로 통제하고 있는지(통제권 입증) ②지갑주소를 확인하고 실제 잔액이 장부와 일치하는지(블록체인 원장 대조) ③수탁업체에 조회서를 발송해 잔액이 일치하는지 등의 실재성 검증을 합니다.


회계법인의 적정의견은 합리적 확신에 따른 것일 뿐 절대적 보증은 아닙니다. 가령 경영진이 작정하고 회계법인의 눈을 가리려고 하는 것까지 모두 밝혀내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개인 키 통제권을 위장하거나, 타인의 지갑을 자사 소유로 속이는 등의 부정을 완벽하게 적발하기 어렵고 그래야 할 의무도 없죠.


적정의견은 ‘2025년 12월 31일 자정 기준’으로 자산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감사보고서가 발행된 현재 시점에도 가상자산이 회사 지갑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죠. 또 가상자산이 지갑에 실재한다는 것과 그 자산을 시장에서 제값에 팔아 현금화할 수 있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자산은 존재하지만 거래량이 부족해 매각 시 가치가 폭락할 위험은 적정의견이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섣부른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APUS의 가상자산이 실재하지 않거나 유동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주장할 만한 근거를 제시한 적이 없다는 것을 상기하십시오. 아직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APUS 연차보고서가 제출된 직후(5월 7일) 인스코비는 주요주주 변경 보고서(Schedule 13D/A)에서 두 곳의 미국 공인회계법인이 발행회사의 비트코인 약 1,000개의 존재를 여러 차례 독립적으로 검증 완료했음을 확인 받았다며, 디지털 자산 존재 여부에 대한 우려가 모두 해소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화해 계약(Settlement Agreement) 가 체결된 4월 24일 인스코비와 아피메즈(한국법인)이 보유한 APUS 주식에 대해 APUS의 핵심 경영진인 빈 메논(Vin Menon) 등에게 취소 불가능한 의결권 위임을 했다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인스코비와 아피메즈가 보유한 APUS 지분 전체를 상장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맡겨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