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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가을 레고랜드 사태(강원중도개발공사 ABCP 채무불이행 사태로 롯데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은 지 4년이 다 되어 갑니다. 당시 롯데건설은 단군이래 최대 재개발이라던 둔촌주공아파트 재개발에 나선 시공사 중 하나였고, 조합-시공사단의 공사비 갈등으로 6개월간 공사가 전면 중단되었다가 서울시의 중재로 가까스로 공사 재개가 되자마자 레고랜드 사태를 맞았습니다.


단기간에 금리가 폭등하고 집값은 폭락하면서 1순위 청약은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분양가 12억원 초과(전용 84m2) 중도금 대출 금리, 실거주 의무 2년 등에 묶여 대규모 계약 포기가 예상되었죠. 단기자금 시장이 심각한 신용경색 상태에 빠지면서 PF 유동화증권의 차환이 막히면서 많은 건설사들이 자금 난에 빠졌고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롯데건설이었습니다.


위기에 빠진 롯데건설을 살리기 위해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자금지원에 총동원되다시피했고, 정부는 실거래 의무 규정을 푸는 1.3부동산대책을 내놓음으로써 둔촌주공아파트의 완판을 유도하는 특혜성 정책을 내놓았죠. 롯데건설에서 시장한 위기는 롯데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설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롯데건설 위기는 금융업계에는 대목이었습니다. 단기 PF 우발채무 상환을 위해 메리츠금융그룹(9,000억원)과 롯데 계열사(후순위 6,000억원)가 참여하는 1.5조원짜리 펀드가 결성되었는데, 이때 메리츠금융그룹의 선순위대출에 적용된 금리가 무려 12~14%에 달했습니다. 신한은행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에스프로젝트엘)을 상대로 발행한 5년 만기 전환사채는 호텔롯데가 총수익스왑(TRS) 계얄을 체결해 사실상 리스크를 떠안았는데도 불구하고 표면금리가 10.03%나 되었죠.


큰 불은 어찌어찌 막았지만, 잔불은 오래 갔습니다. 2024년에는 메리츠 1차 펀드의 만기 도래로 5대 은행(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산업은행)과 증권사, 롯데계열사(후순위 7,000억원)이 참여하는 2.3조원 규모의 3년짜리 장기 펀드가 조성되었죠. 1차 펀드에 비해 금리가 대폭 하락했지만, 그래도 8%대로 상당한 고금리였습니다.


2025년에는 롯데건설이 1,100억원 규모로 공모채 발행을 시도했죠. 하지만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가 미착공 브릿지론(홈플러스 점포 부지 등)과 차환 불확실성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A+에서 A0로 강등하는 바람에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냉대를 받은 롯데건설은 결국 단기/사모 채널로 조달 수단을 이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롯데건설은 2025년 12월과 올해 1월 각각 3,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일명 영구채)를 발행했습니다. 자체 신용만으로는 발행이 어려웠는지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7,000억원 한도의 자금보충을 제공하는 조건이었죠.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전액 자본으로 인정되어 장부상 부채비율을 170%까지 떨어뜨리는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발행 후 3년(2028년 3월말)부터 가산금리(2.5% 등)가 단계적으로 붙는 가혹한 스텝업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실질적으로는 3년이 되기 전에 롯데건설이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상환할 것이 유력한 ‘사실상 차입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롯데건설이 이달 공모 회사채 시장에 다시 도전합니다. 전량 미매각 사태 이후 1년 만인데, 만기 1년물로 300억원, 1.5년물로 200억원으로 적어냈지만, 수요가 충분하면 1,000억원까지 확대 발행 가능성을 열어 놓았습니다. 금리는 5.6~6.5% 사이가 될 것 같습니다. 롯데건설에 적용되는 금리는 동일 신용등급의 평균에 비해 거의 1.7%포인트나 높습니다. 그만큼 리스크가 더 높다고 시장에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죠. 롯데건설이 3년 이상의 장기물이 아니라 1년과 1.5년이라는 단기물을 선택한 것으로 보아 수요예측에서 흥행몰이를 함으로써 공모채 시장 재입성에 성공했다는 평판을 얻고 싶은 모양입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4년이 흐름 지금 롯데건설의 재무상황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외견상 좋아진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연 매출액이 7조원대로 늘었고, 264%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올해 6월말 현재 162%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차입금의존도(차입금/자산총계)가 2022년말 41%에 달했는데 30.5%로 하락했네요. 2024년말에 25.3%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하고 있지만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4조원에 육박하던 총차입금이 2.9조원 수준으로 줄었으니 빚의 무게가 한층 가벼워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활력은 오히려 떨어져 보입니다. 롯데건설의 수익은 대부분 주택건축에서 나오는데요. 늘어난 매출액과 어울리지 않게 주택공급실적이 2025년부터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1만 1,498세대를 신규 공급했는데, 2025년에 4,753세대, 올해 상반기에는 1,840세대에 그쳤습니다. 더 눈에 띄는 건 판매율(당해 판매세대/(기초 미분양+당해 신규 공급))인데요. 2025년과 올해 상반기 4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좋게 해석하자면 미분양을 소화하기 위해 신규 공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판매율이 너무 낮습니다. 미분양 해소가 느리게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죠. 2024년 5,583세대에 달하던 미분양이 올해 6월말에는 4,293세대로 줄긴 했습니다.


건설사는 대체로 진행기준에 따라 수익(매출액)을 인식합니다. 공사가 진행이 되면, 다시 말해 원가가 투입되면 그 비율만큼 공사대금을 매출로 기록합니다. 실제로 현금이 수수되었는지와 상관없이 말이죠. 그래서 건설사의 매출액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안됩니다.



중요한 건 현금흐름일텐데요. 신규 공급 물량이 줄고 판매율이 하락하면 당연히 현금흐름은 저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롯데건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년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고, 올해 상반기 순유출 규모는 지난해 연간 유출액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에 롯데건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 3,500억원이었는데, 이미 거의 2배에 달하는 현금이 회사 밖으로 유출된 셈입니다. 그러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의 원리금은 무슨 돈으로 갚죠?


신규 차입으로 돌려 막기를 하거나 불요불급한 자산을 매각해 갚을 수밖에요. 올해 상반기에 롯데건설이 갚은 차입금은 약 2조 5,570억원가량 됩니다. 하지만 3조707억원을 신규로 빌렸죠. 신종자본증권까지 더하면 차입금이 8,500억원 더 늘어난 셈입니다.



차입금 상환 능력을 측정하는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있습니다. 보유 현금을 전액 차입금을 갚는데 쓴다고 가정하고, 나머지 차입금을 연간 벌어들이는 현금흐름으로 갚는데 몇 년이 걸리는 지를 나타내는데요. 롯데건설은 올해 6월말 현재 8.76년으로 레고랜드 사태 이후 크게 높아졌습니다. PF우발채무는 넣지 않은 장부상 차입금 만으로 계산한 수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