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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의 실적 부진은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중국업체들의 대대적인 투자가 부른 과잉공급이 업황을 침체로 이끌었죠. 중국이 끼어들기 이전 디스플레이산업을 주도하는 나라는 대만과 한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끼어들면서 끝 모를 치킨 게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치렀던 반도체 치킨게임을 다시 보는 기분입니다. 앞으로 디스플레이 산업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국내의 양두마차인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과 대만을 따돌리고 치킨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느냐가 될 것 같습니다.
공급과잉이 업황 침체를 불렀다면 LG 뿐 아니라 삼성도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겠죠. 두 회사의 실적을 한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전혀 다르죠? 업황 침체란 말이 무색하게 삼성디스플레이는 2017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오히려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다소 줄고 영업이익도 예년 수준으로 돌아간 느낌이지만 그래도 실적이 급전직하하는 LG디스플레이와 달리 매우 안정돼 보입니다. 아무래도 두 기업은 서로 다른 환경에 놓여 있는 모양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과잉의 회오리에서 멀리 벗어나 있든지, 중국발 공급과잉에 LG디스플레이가 대응전략을 잘못 선택했든지 뭔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요즘 LG전자와 삼성전자가 OLED(올레드) TV와 QLED TV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LG는 올레드가 선진 기술이라고 하고 삼성은 QLED가 더 좋다고 대대적인 선전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LG 전자의 OLED TV 패널은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고 삼성전자의 QLED TV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겠죠. 여기에 힌트가 숨어 있을지 모르니 우선 두 기술의 차이에 대해 이해를 하는게 좋겠습니다.
현재 디스플레이산업에서 주력 디바이스는 LCD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의 대세였던 CRT를 완전히 몰아냈죠. OLED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 생산량으로 예를 들면 LCD 패널이 OLED 패널의 3배에 조금 못 미칩니다. 삼성과 LG의 TV 전쟁은 LG가 자신들의 TV는 스스로 빛을 내지만(자발광), 삼성의 TV는 자발광이 아니라서 별도의 백라이트(BLU)가 있어야 한다고 공격하면서 시작이 되었죠. 틀린 말이 아닙니다.
사실 삼성의 QLED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명칭입니다. 실제로는 LCD 기술이고 QLED는 백라이트 역할을 하거든요. 그래서 업계 전문가들은 QLED라는 용어 대신에 QD-LCD라고 부르더군요. 기술의 진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QD-LCD 보다 LG가 내세우는 OLED가 앞선 기술인 게 맞습니다. 명암비가 높아 색 재현능력이 뛰어나고 자발광의 특성 대문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데 유리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두 기업이 팽팽히 맞설 수 있을까요. 일종의 가성비 때문일 겁니다. 삼성은 QD-LCD로도 OLED 만큼의 색 재현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하거든요. 비용은 더 적게 들고요. 게다가 LCD기술은 이미 검증이 된 기술이잖아요. 반면 OLED는 오래 켜 두면 화면에 잔상이 남는(번인 현상)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OLED는 LG만의 기술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삼성 역시 대부분 휴대폰에 OLED 패널을 쓰고 있죠. 두 회사 모두 LCD에서 OLED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전환의 속도와 범위에 선택이라는 전략의 차이가 있겠죠.
대형 OLED 패널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한 공급자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소형 OLED 패널의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공급자이고요. 그런데 독점구도가 서서히 붕괴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경쟁의 구도로 보면,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력 디바이스는 LCD이고. 중국의 공세가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곳도 LCD입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여전히 LCD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중국의 공세를 이겨내는 전략적 선택이 대형 OLED 패널로의 빠른 전환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사업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OLED가 미래 성장성이 높고 프리미엄 이라서 그쪽으로 투자를 집중했다는 것이죠. 특히 대형 OLED로 말입니다. 그리고 중소형 OLED로 본격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진투자증권의 이승우 애널리스트라는 분이 이런 말을 합니다.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한 과감한 투자는 기대했던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말았다.' LG디스플레이의 전략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뜻이죠. 과감한 투자는 당연히 OLED 쪽에서 이루어졌고요. OLED에서 충분한 매출과 이익이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죠. 돈은 돈 대로 쓰고 얻은 건 없다. 이런 말입니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LCD 패널 가격은 급락을 합니다. LG디스플레이가 미는 OLED 제품과 가격 차이가 나겠죠. 비싼 OLED가 잘 팔릴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대규모 투자를 한데다, 투자 초기에 수율이 나오지 않으니 생산 단가가 높거든요. 그런데 삼성의 QD-LCD처럼 OLED가 아니더라도 품질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비싸기만 한 OLED 제품을 선호할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격을 내려 팔자니 파는 대로 손해가 쌓이겠죠. LG디스플레이가 처한 상황이 이와 비슷할 것 같습니다.

LCD 가격 하락과 OLED 매출 부진이 겹치면서 LG디스플레이의 매출은 정체 내지 감소하게 됩니다. 현금흐름 창출은 2017년을 고점으로 급격하게 꺾입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대규모 투자를 동반한 사업 재편이 처음부터 효과를 내는 경우는 드물죠. 어느 정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려면 충분한 생산시설과 충분한 수율이 나와야 하고요. 매출이 증가하려면 시장에서 수요도 충분해야 합니다.
그런데 LG전자는 사업 전환 과정의 상처가 예상보다 컸던 겁니다. 신용평가사들이 한 차례 등급 하향을 하고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수정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죠. 특히 지난 3분기의 경우에는 LCD패널 가격이 급락한데다 가동률까지 하향조정하면서 매출액 자체가 전년 동기에 비해 감소했고 하반기부터는 개선될 거라던 영업손실은 더욱 커졌거든요.
여기에 감가상각비 문제가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가 OLED로 빠른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LCD패널의 매출 비중이 높습니다. 그런데 LCD 가격이 급락하자 가동률을 축소했단 말이죠. 그렇다고 감가상각비가 적게 발생하는 건 아니잖아요. 생산단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현금유출이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요.

올해 3분기 LG디스플레이의 매출원가율은 무려 95%에 달합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비해 늘 매출원가율이 높기는 하지만 95%는 역대급으로 높습니다. 이러니 영업이익이 나오기 어렵죠.
증권사 리포트를 뒤져 아래 자료를 찾아냈습니다. 주요 디스플레이업체들의 최근 6년간 영업이익률을 비교한 겁니다. 다들 2017년을 고점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률이 가장 큰 폭으로 낙하하고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장 잘 버티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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