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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산업은 공급과잉 상황입니다. LG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경쟁사들도 사정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중단되지 않는 한 당분간 풀리지 않을 수급 불안입니다. 아래는 IHS 자료를 토대로 유진투자증권이 작성한 차트인데, LCD는 물론 OLED 역시 대형 소형 가릴 것 없이 공급능력이 수요를 앞서고 있습니다. 웬만큼 과잉이면 기업들이 공장을 조금씩 덜 돌려 수급을 맞출 수 있겠지만 그 차이가 너무 커서 한계가 있습니다. 아마도 업계의 주도권 싸움이 끝나지 않는 한 꼬여 있는 수급구조는 지속될 것입니다.



그런데 왜 LG디스플레이만 유독 실적이 급락하고 있는 걸까요. 물론 LCD 가격 하락의 충격과 OLED 투자 부담이 겹쳤기 때문입니다만, 조금 자세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질지 가늠할 수 있으니까요.


시장점유율을 보면 전보다 좀 낮아지긴 했지만, 크게 떨어진 것도 아닙니다. 여전히 매우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대형 패널 시장에서 점유율이 급락하고 있는 건 삼성디스플레이였죠. 점유율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는 건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이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지요.



2018년 이후 매출이 줄긴 했습니다. 하지만 패널 가격 하락을 감안하면 물량 기준으로 매출 감소의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장의 일부를 중국에 뺏기기는 했지만, 기반은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봐도 될 듯합니다.


그렇다면 역시 실적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판매가격일 텐데요. LG디스플레이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TV용 패널이고, TV용 패널은 대형 중에서도 가장 대형이고, 빠르게 성장하던 중국 시장이 주춤하는 것도 TV 수요가 정체된 때문이죠. 중국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가장 크게 늘린 것도 바로 이 지점이고요. 중국 TV 시장의 정체와 중국 업체들의 TV용 대형 패널 공급능력 확대, 그로 인한 판가 하락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일 것입니다.



아래 표는 제곱미터당 디스플레이 패널 판매가격입니다. 2017년 1분기 600달러를 넘던 것이 올해 3분기 513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해에는 500달러 선까지 크게 하락했고요. 이후 반등하는가 싶더니 올해 2분기에 다시 한번 급락했습니다. 판가 하락의 비율과 매출 감소의 비율이 얼추 비슷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대형 TV용 패널 가격 하락은 이 시장의 리더였던 LG디스플레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가격하락이 LG디스플레이의 부진을 다 설명하기는 어렵겠습니다. 그렇다면 비용 구조에서 추가로 이유를 찾아봐야 겠습니다. 매출원가율이 2년 연속 빠르게 상승해 올 들어서는 90%를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판매관리비 역시 매출의 14%까지 부담이 커졌습니다. 매출은 줄고 있는데 비용은 덜 줄거나 오히려 늘어난 것이죠. 지난해에는 4분기 분전으로 영업이익을 흑자로 돌려 놓을 수 있었습니다. 판매가격이 상당 폭 반등한 덕분이었을 겁니다.


올해 4분기에도 그럴 수 있을까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3분기까지 적자가 지난해에는 2000억원을 밑돌았지만 올 들어서는 5배 이상 많은 9375억원에 달하거든요. 막판 스퍼트로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올해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2% 정도 줄었습니다. 그런데 매출원가는 1% 정도 늘었고요. 판매관리비는 13% 증가했습니다. 지난해와 또 양상이 다릅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12.5%나 감소했는데 매출원가는 5% 감소하는데 그쳤습니다. 판매가격 하락을 원가 절감으로 흡수하지 못한 것이죠. 올해는 매출 감소 폭이 적은 반면에 비용이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특히 판매관리비가 많이 늘었죠.



매출원가가 1% 증가했지만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원가가 실제로 늘어난 건 아닙니다. 판가 하락으로 기말 재고의 평가액이 감소하는 바람에 그 손실이 매출원가에 더해진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말재고의 평가손실은 따로 손실로 보고하지 않고 매출원가에 그냥 더해 회계처리를 하거든요. 그런데 올해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최근 몇 년 새 가장 커서 거의 5000억원에 달합니다.


수명 주기가 짧은 디스플레이산업의 특성상 어느 정도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늘 달고 살지만, 이미 지난해 연간 손실을 크게 상회할 정도로 올해 손실이 큽니다. 전년 동기에 비해 2200억 원가량 더 많죠? 재고자산평가손실이 없었다면, 매출원가는 지난해보다 약간이나마(1% 정도) 감소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 작은 차이가 매출총이익을 25%(약 4800억원)나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여기에 판매관리비가 13%(약 2700억원)가량 증가하면서 영업적자가 1800억원대에서 9000억원 이상으로 급격하게 커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