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LG디스플레이는 의외로 수익성에 대한 방어력이 떨어지나 봅니다. 판매가격 하락이 영업이익의 급감 또는 적자 전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비용구조가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중국 업체들과 주도권 경쟁을 하는 입장에서 이건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매출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게 TV용 대형 LCD인데 그 부분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면, 아무리 매출이 유지되더라도 재무적으로 오래 견디어 내기 어렵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적자를 내고 있는 LCD TV 생산을 축소(7세대 및 8세대 가동 중단)하고 중국 광저우에 OLED 라인을 추가해 LCD에서 OLED로의 빠른 전환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LCD TV의 적자는 더욱 커졌고요. OLED는 수율 문제로 정상적인 공급을 하지 못했죠.



위 그림은 하이투자증권의 2020년 전망이 보태진 LG디스플레이의 사업부문별 매출액과 영업이익입니다. 하이투자증권의 전망에 대해서는 제가 가타부타할 입장이 아니고요. 올해 추정치까지는 참고할 만합니다. 오른쪽 영업이익 차트를 보면 2017년까지 가장 큰 수익원이었던 LCD TV가 대규모 적자 부문으로 전락했습니다. 모바일 부문은 원래부터 LG디스플레이가 약한 부문이었고요.


오른쪽 그림을 보시면 2017년을 기점으로 LCD TV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데, 패널 가격 급락이 가장 큰 원인이겠고, 중국 업체들의 시장침투가 둘째일 것입니다. 그 와중에 LG디스플레이는 LCD에서 OLED로 전환을 추구하면서 LCD 매출 감소가 더 커졌던 겁니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부가가치가 높은 상위 제품을 선점해 매출과 수익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겠죠.


OLED 매출을 대폭 늘리지 않으면 TV 부문에서 이전 수준의 매출로 돌아가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OLED로의 전환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셈입니다. 이 방법이 성공하고 말고는 시간이 알려주겠지만, 성공을 하기까지는 상당한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예전처럼 돈을 벌지 못하는데, OLED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했으니까요.


실제로 LG디스플레이의 선택은 재무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안겼습니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은 단지 매출과 이익이 감소해서가 아니라 재무적으로도 약점이 드러났기 때문이죠.



보통 기업의 현금흐름 창출능력을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으로 추정하는데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아주 빠르게 EBITDA가 줄고 있습니다. 다행히 영업이익 적자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흑자를 내고 있는데요. 이건 그 만큼 설비투자에 대한 자금 부담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입니다.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어마어마한 설비투자가 들어갑니다. 그로 인해 감가상각비 역시 큽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연간 3.5조원에 이릅니다. 올해 3분기까지 2조7000억원에 육박하고요. 이게 비현금성 비용이라서 EBITDA에 보태지는 바람에 적자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 감가상각비는 과거에 이미 지출한 현금인 동시에 앞으로도 대규모 투자가 꾸준히 일어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기업이 흑자를 내는 게 전부는 아니죠. 그 돈을 투자에 쓰고 남는 게 있어야 진정한 흑자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잉여현금흐름이고, 기업의 가치는 그 잉여현금흐름의 크기와 추세에 의해 결정되게 됩니다.


맥락에 크게 중요한 이슈는 아니지만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바로 운전자금 부담입니다. 기업에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 등 운전자산이 쌓이면 그 만큼 현금흐름이 감소합니다. 이미 돈을 썼지만 들어온 돈은 없죠. 반대로 매입채무가 늘어나면 그 만큼 현금흐름이 증가하죠. 줄 돈(외상 값)을 주지 않았으니까요. 이 운전자본의 변동을 감안해야 그 기업의 현금흐름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통상 EBITDA가 영업활동 현금흐름보다 많습니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의 합이 매입채무보다 큰 게 보통이니까요. LG디스플레이 역시 그랬습니다. 최근 2년을 빼고요. 지난해 LG디스플레이는 매출채권을 무려 1조3000억원이나 줄였습니다. 외상값을 받은 거죠. 매입채무도 2600억원 이상 늘렸습니다. 원재료 등을 외상으로 사온 겁니다. 그 만큼 영업현금흐름이 늘었습니다. 영업이익이나 EBITDA에 비해 LG디스플레이의 영업현금흐름이 덜 부진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팔 때는 외상을 덜 주고, 살 때는 외상으로 더 사오는 걸 오래 지속하기는 어렵습니다. 매입처와 고객 관리에 문제가 생기죠. 그래서 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올해는 운전자본이 늘었습니다. 운전자본이 늘면 현금흐름은 더 나빠지죠. 올해 3분기까지 늘어난 운전자본이 1조6000억원 이상입니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운전자본으로 인한 영업현금흐름의 차이가 2조5000억원이 넘습니다. 지난해 현금흐름은 다소 디스카운트를 해야 하고요, 올해 현금흐름은 기저 효과를 감안해야 합니다.


OLED로 전환을 서두르면서 최근 3년간 LG디스플레이는 대규모의 투자 부담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2015년 2조원대였던 자본적 지출이 2016년에는 4조원대로, 2017년과 2018년에는 무려 7조원과 8조원대로 확대됐습니다. 올 들어서도 3분기까지 6조3485억원으로 지난해와 거의 같은 규모로 현금유출이 발생했습니다.



하필이면 영업에서 적자를 내는 기간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는 바람에 돈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돈은 차입으로 메울 수 밖에 없지요. 2017년까지 거의 차입을 하지 않았던 LG디스플레이지만, 지난해 3조3700억원, 올해 4조4600억원의 외부 차입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차입금이 늘면 이자로 나가는 돈도 늘어납니다. LG디스플레이는 외부 차입금에 대해 대략 1000억원대 초반의 이자를 매년 지불해 왔습니다. 그게 지난해에는 2120억원으로, 올 들어서는 3분기까지만 3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상당히 불어났습니다.


수익창출을 예전만 못하고 차입금과 이자비용은 늘어났으니 각종 재무비율이 전부 악화됩니다. 신용평가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커버리지 비율과 레버리지 비율이 모두 나빠졌습니다. 이미 언급한 부분이니 간단히 짚어 보기만 하겠습니다.



영업현금흐름/경상투자는 올해 0.21배로 떨어졌습니다. 버는 돈으로는 매년 경상적으로 해야 하는 투자를 감당하는데 택도 없다는 말이죠. 연간 벌어들이는 또 EBITDA로 순차입금을 모두 상환하려면 5년 가까이 걸리게 되었습니다.


오른쪽 그림은 단위가 달라서 좀 조심해서 보셔야 합니다. EBITDA/금융비용은 금융비용의 몇배나 되는 수익을 창출하느냐 인데, 올해 14배로 떨어졌네요. 금융비용을 내는데 문제는 없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전체 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미만에서 36%로 올라갔습니다. 이제 빚에 의존해야 하는 회사가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