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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본전자와 필룩스의 최대 주주 이력을 조사하다 보면 자꾸 익숙한 단어가 튀어나옵니다. 바로 '블루'입니다. 삼본전자의 현 최대 주주가 클로이'블루'투자조합이고, 이전 최대 주주는 케이에이치'블루'홀딩스입니다. 케이에이치블루홀딩스와 삼본전자를 공동 인수한 곳은 '블루'스카이1호조합이라는 곳이었고요. 삼본전자의 전환사채를 인수한 후에 더블유홀딩스컴퍼니의 원영식 회장 일가와 계열사에 넘긴 곳은 '블루'마운틴1호 조합입니다.


2016년 1월 필룩스의 최대 주주인 노시청씨는 보유주식 30%를 250억원에 케이티롤㈜과 글로리 제1차 투자조합으로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그런데 계약의 이행으로 3월22일 최대 주주가 된 케이티롤은 한달 만인 4월20일 노시청씨에게서 양수한 17%의 지분 전액을 동일한 인수대금 142억원에 ㈜'블루'커넬이란 회사로 넘깁니다.


2년이 지난 2018년 4월 필룩스의 최대 주주가 다시 한번 바뀌는데, 3월(70억원)과 4월(120억원) 두 차례에 걸친 제3자배정으로 190억원어치의 신주를 인수해 15.77%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 ㈜'블루'비스타입니다. 이전 주주도, 바뀌는 주주도, 지금의 삼본전자 주주도 이름에 전부 '블루'가 들어갑니다.


㈜블루비스타는 3월 유상증자 참여 당시 공시로는 총자본과 자본금이 2억원으로 같았죠. 신설 법인이라는 얘깁니다. 여기에 부채 70억원을 더해 총자산 72억원짜리 회사였어요.신주 인수대금 전액을 개인(또는 개인들)에게서 차입해 필룩스의 지분을 인수한 겁니다.



블루비스타는 처음에 9명의 주주가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을 했고, 설립 당시 최대 주주는 구안나(25%)라는 분이었습니다. 다시 등장할 이름이니 기억해 두시죠. 이후 주주가 11명으로 늘면서 자본금이 2억원으로 늘고 최대 주주가 박정서(13.5%)라는 분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필룩스 지분 인수대금 전액이 차입금이니 이분들이 실제 필룩스를 인수한 전주(錢主)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인수대금을 빌려 준 개인들이 순수한 채권자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니까요.


케이티롤㈜에서 17%의 지분을 넘겨 받을 당시 블루커넬은 자본금 10억원으로 설립되었고 진용주라는 분이 최대 주주(25%)였는데, 나중에는 이수래라는 분이 최대 주주(25%)가 되고 자본금은 15억원으로 늘어납니다. 하지만 블루커넬의 필룩스 지분 인수대금 242억원은 전액 필룩스의 주식과 전환사채를 담보로 증권사와 저축은행에서 빌린 차입금(42억원은 주주임원종업원차입금)이었습니다. 블루커넬도 블루비스타도 무자본 M&A를 한 것이죠. 진용주, 이수래 이 두 분도 중요한 인물입니다.


블루커넬과 블루비스타는 같은 무리로 짐작됩니다. 필룩스가 블루비스타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처음 결정한 게 2017년 12월 19이었어요. 그런데 한달도 지나지 않은 2018년 1월 8일 100억원의 제8회 전환사채가 발행되고 이걸 기존 최대 주주인 블루커넬이 전액 인수합니다. 곧 최대 주주 자리를 넘겨줄 예정인데 말이죠.


3월에 실제로 유상증자가 이루어지고 나서는 두 회사가 공동보유약정을 맺고 경영권을 공유하기도 하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블루커넬과 블루비스타의 법인 소재지가 각각 서울 노원구와 경기도 성남시로 다르지만, 전화번호(070-77*******)와 팩스번호(02-977*****)가 같고 업무상 담당자의 이메일 주소(****981@gmail.com)도 같습니다.


블루커넬은 처음 지분을 인수한 후 필룩스에 추가로 들인 돈이 없습니다. 전환사채 100억원을 인수하지만 두 달 만에 폴라리스1호 조합이라는 곳에 전액 매각을 합니다. 그리고 블루비스타에 최대 주주로 넘겨 주고 난 후 곧바로 엑시트를 하는데, 2018년 4월과 5월에 445만여주 중 약 197만주를 남긴 나머지를 약 385억원에 매각합니다. 전액 차입금으로 필룩스 지분을 인수한 게 142억원인데, 지분을 다 팔지도 않고 2.71배 장사를 하죠. 블루커넬은 이 매각으로 5% 미만 주주가 되어 더 이상 지분변동 공시를 하지 않게 됩니다.나머지 지분도 전부 팔았겠죠?


블루커넬에서 블루비스타로 최대 주주가 바뀌는 기간에 또 다른 '블루'가 등장을 합니다. 필룩스가 2018년 4월에 9회차와 10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하는데, 9회차 150억원을 인수하는 곳이 '블루'레인1호조합입니다. 블루비스타가 처음 7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때 원래는 블루레인1호조합이 인수자였다가 블루비스타로 바뀌었죠(10회차 100억원은 한국채권투자자문이 인수합니다).


또 8월에도 11회차 15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데, '블루'레인2호조합에서 인수를 하죠. 11회차 전환사채 발행 결정은 6개월 전인 2월에 이미 이루어진 것인데, 이때 이미 인수자가 블루레인2호조합이었습니다. 블루비스타가 최대 주주에 오르기 전의 일입니다. 그러니 블루레인1호조합과 블루레인2호조합은 블루비스타가 나타나기 전부터 등판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필룩스의 주가가 어땠는지 아세요. 2018년 2월22일 3480원이던 주가가 다음 날부터 뜀박질을 시작하더니 4월13일에는 2만7150원(이상 종가 기준)의 최고가를 찍고, 그 달말까지 2만원대를 유지합니다.


3월22일 블루비스타의 첫번째 유상증자(70억원) 참여가격은 주당 2560원이었습니다. 유상증자 결정일 전일인 2017년 12월18일을 기준일로 증자가액이 정해졌기 때문이죠. 4월4일이 납입일이었던 두 번째 유상증자(120억원)는 주당 3170원에 이루어졌습니다. 유상증자 이사회 결정이 2월에 이루어져서 그렇습니다. 이날 필룩스 종가가 1만7800원이었습니다.


블루레인1호조합이 인수한 9회차 전환사채 150억원의 최초 전환가액은 3832원이었고, 이날 필룩스의 종가는 2만250원이었습니다. 전환사채 발행 결정이 2월에 이루어졌기 때문이죠. 블루레인2호조합이 인수한 11회차 전환사채 150억원도 마찬가지로 3832원을 최초 전환가액으로 발행이 되었죠. 이유는 같습니다.


블루비스타는 지난해 8월까지 유상증자로 받은 651만9875주를 그대로 보유해 왔습니다. 더 이상 취득한 주식도 중도 처분한 것도 없었죠. 그러다 지난해 8월 6일 삼본전자에 300만주를 주당 4000원에 매각합니다.


당시 삼본전자의 최대 주주는 나비스 피델리스 2호 조합(현 클로이블루투자조합)이었습니다. 2018년 8월에 케이에이치블루홀딩스가 삼본전자홀딩스투자목적회사에서 경영권을 인수하고, 2019년 1월에 나비스 피델리스 2호 조합이 151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 주주에 등극합니다.


삼본전자의 최대 주주가 케이에이치블루홀딩스로 바뀌고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이 교체됩니다. 아래 표에 네 분이 신규 선임되는데, 모두 필룩스와 관계된 분들입니다. 특히 진용주와 이수래 이 두분 이름 기억하시나요. 바로 필룩스의 최대 주주였던 블루커넬의 최대 주주를 지낸 분들입니다.


삼본전자는 2019년 1월에 장원테크를 인수한 뒤에 같은 해 7월에 필룩스의 유상신주를 취득하기 위해 장원테크 지분을 현물출자하는데, 이때 장원테크 대표를 맡고 있던 분이 블루커넬의 최대 주주 이수래씨입니다.


케이이에치블루홀딩스가 삼본전자를 인수한 시점은 블루커넬이 필룩스에서 대박 수익을 누리고 엑시트를 끝낸 시점이었죠. 이 분들은 모두 현직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삼본전자의 임원이 된 것이고요. 필룩스에서 엑시트를 한 후 삼본전자를 인수한 것으로 충분히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제 좀 정리를 해볼까요. 블루커넬이 필룩스를 무자본 M&A한 것이 2016년 4월이고요. 2년 뒤인 2018년 4~5월에 걸쳐 엑시트를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회수금액은 공시된 것만 385억원인데, 남은 지분을 당시 가장 낮은 엑시트 가격(1만4000원)으로 환산해도 276억원이 되니, 대략 650억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필룩스를 인수하기 위해 차입한 돈을 갚아도 500억원 정도 남게 되죠.



케이에이치블루홀딩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삼본전자를 인수한 대금은 635억원인데, 이 중 케이에이치블루홀딩스가 부담한 것은 144억원 정도였고, 함께 인수에 참여했던 블루스카이1호조합이 부담한 것은 104억원이었습니다.


삼본전자가 2019년 1월에 장원테크 인수를 결정하면서 151억원의 유상증자를 하고, 그걸 현 최대 주주인 클로이블루조합(당시 나비스 피델리스 2호 조합)이 인수를 하는데, 이때 클로이블루조합에 출자했던 세 곳(프레스코2호조합, 어니스트2호조합, ㈜에프에스플래닝) 중 삼본전자 자회사인 에프에스플래닝을 제외한 2곳의 출자액이 115억원이었습니다.


케이에이치블루홀딩스는 당시 자산총액이 1억원 남짓인 회사였는데, 삼본전자를 자기자금으로 인수했으니, 그 시점에서 추가 출자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겠고요. 클로이블루조합의 출자자 2곳의 자금이 어디에서 왔을 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그 모두가 필룩스 엑시트 자금이라고 해도 총 360억원 정도입니다. 블루커넬이 필룩스를 인수하고 차입금을 갚은 후 남은 돈으로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블루비스타는 300만주를 주당 4000원에 삼본전자에 매각(120억원)한 후 지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져 더 이상 지분변동 공시를 하지 않습니다. 만약 남은 지분은 전량 같은 가격에 처분했다면 140억원 가량을 추가 회수하게 되죠.


삼본전자는 장원테크 지분을 필룩스에 235억원에 현물출자하는 동시에 314억원을 현금출자합니다. 이에 더해 블루비스타의 보유 지분 120억원을 인수한 것이죠. 현금으로 434억원이 들어간 셈입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장원테크 전환사채 1,2,3회차 145억원어치를 필룩스에 매각합니다.



필룩스가 유상증자로 삼본전자에게서 받은 314억원의 현금 중 145억원이 삼본전자가 보유한 장원테크 전환사채를 사는데 다시 쓰이는 겁니다. 실제로 오간 현금은 169억원이 되는 것이죠. 삼본전자는 클로이블루조합을 상대로 151억원의 유상증자를 했고, 블루마운틴 1호조합을 대상으로 200억원의 유상증자를 했는데, 이 중 182억원을 장원테크 지분 매입에 섰으니 역시 169억원을 지불할 여력이 충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블루'라는 이름을 쓰는 어떤 세력은 필룩스를 무자본M&A를 한 후 최대 주주 자리를 유지하면서 엑시트를 했고, 회수 자금으로 삼본전자를 인수하죠. 그리고 삼본전자를 통해 장원테크를 사들이고, 장원테크 지분과 현금 314억원을 더해 필룩스의 유상신주를 갖게 됩니다. 거의 돈 한 푼 안 들이고 이 모든 거래를 끝낸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