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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이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 투자자와 맺는 매도청구권(콜옵션) 계약은 총 발행액의 일정 비율로 한도를 정하게 되는데, 30%가 보통이고 많게는 40%까지도 올라갑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강제로 향후 누리게 될 자본이득과 이자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셈인데요. 그런 포기에 대한 대가가 당연히 지급이 돼야 할 것입니다. 아무런 대가가 없다면, 투자자는 콜옵션이 행사될 때까지 무료로 보관해 주는 역할에 지나지 않겠죠. 물론 나머지 70%의 전환사채에서 상당한 시세차익이 기대된다면 기꺼이 무료 보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콜옵션 행사 대가는 보통 행사금액에 일정률의 이자를 얹어 지급됩니다. 가령 엄청난 시세차익이 발생한 코스닥 상장사 뷰노의 1회차 전환사채(전환가액 5904원, 11월8일 현재 주가는 3만7,600원)의 경우 50억원 규모로 발행되었고, 16.88%인 8억4,401만원어치에 대해 최대주주인 이예하 대표가 매도청구권을 받았는데요. 매도청구를 하는 전환사채의 액면에 연복리 3%를 가산해 사채권자에게 지급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이예하 대표는 이 조건에 따라 전환청구기간이 시작된 이달 2일 액면 8억4401만원의 전환사채에 대한 콜옵션 행사대가로 사채 보유자에게 약 8억7000만원을 지급했습니다.

반대로 뷰노의 전환사채 투자자는 회사에 대해 매수청구권(풋옵션)을 갖게 되었는데, 전환사채를 액면가에 넘기는 조건입니다. 뷰노의 전환사채는 만기이자율 0%로 발행이 된 것으로 투자자는 전적으로 보통주 전환에 따른 시세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매입을 했을 테고, 시세차익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할 때에는 당연히 웃돈을 요구할 수 없겠죠.
콜옵션 행사대가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매수청구금액에 연율 1~3%의 이자를 적용한 수준인 것으로 보입니다만, 추가 이자없이 액면대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콜옵션을 행사한 전환사채가 액면 10억원어치라면 현찰로 10억원만 주고 매입할 수 있습니다. 주가가 현재 전환가액보다 아무리 높더라도 말이죠.
지난달까지 전환사채에 대해 제3자의 콜옵션 행사가 이루어진 코스닥 상장사 중에는 티사이언티픽과 감성코퍼레이션이 그렇습니다. 티사이언티픽 최대주주 위지트와 위지트의 특수관계인 제이에스아이홀딩스는 콜옵션 행사로 지난달 30일 액면 38억5,000만원어치의 전환사채를 액면가대로 매입할 수 있었습니다. 전환가액은 2,923원이고 콜옵션 행사 당일인 10월10일 주가는 3,140원인데 콜옵션 행사대가가 지급된 30일 2,965원으로 하락했죠. 위지트와 제이에스아이홀딩스는 31일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보통주로 전환했는데 이후 대량 매물이 쏟아지며 8일 현재 1,460원까지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한빛코의 최대주주인 티사이언티픽은 지난 9월 지모씨 외 5명이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12월4일 주주총회가 소집되었습니다. 소수주주는 새로운 이사와 감사 선임을 안건으로 올린다고 하네요.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겁니다.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벌어질 것 같은데 현 최대주주인 위지트측은 전환사채에 대한 콜옵션 행사와 주가 하락때 장내 매수로 지분율을 21.03%에서 26.37%로 끌어 올릴 수 있었습니다. 티사이언티픽은 전환사채 발행 당시 콜옵션을 행사할 제3자를 정하지 않았었는데요.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자 최대주주인 위지트에게 콜옵션을 부여한 모양입니다. 위지트는 티사이언티픽의 김상우 대표가 실질 주주인 회사입니다.

감성코퍼레이션은 올해 5월 최대주주 김호선대표와 특수관계인 드리온이 콜옵션을 행사해 매수한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해 지분율을 1.15%포인트 높였습니다. 전환가액은 2,250원이고 전환권을 행사한 9일 종가는 2,750원이었습니다. 주당 500원씩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누린 셈인데요. 김대표와 드리온이 콜옵션을 행사해 취득한 액면 18억원 전환사채의 매입가는 18억원이었습니다. 대략 4억원의 금전적 이익을 얻은 셈입니다.
지난 2021년 최대주주 등이 콜옵션을 행사해 전환사채 발행당시 보다 지분율을 높일 수 없도록'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는데요. 그 취지는 콜옵션 행사로 금전적 이익을 누리면서 전환사채를 이용해 지분율마저 기존보다 높이는 건 지나친 혜택이라는 인식 때문일텐데요. 낮은 전환가액으로 높은 주가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은 다른 주주의 부를 최대주주로 이전하는 불공정한 결과를 야기하는 것을 뻔히 아는 금융당국이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전환사채를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을 받으려면, 정당한 행사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한 시장원리일 겁니다. 콜옵션 행사 당시의 공정가액으로 전환사채를 매입하는 것이 맞겠죠. 그런 사례가 디케이티입니다.
디케이티의 최대주주인 ㈜비에이치 외 2인은 콜옵션을 행사해 액면 120억원의 전환사채를 122억여원에 매입했고, 콜옵션 행사자 지정대가로 37억여원을 지불했는데요. 외부기관에 의뢰해 전환사채의 공정가치를 평가받았습니다.
콜옵션을 행사할 제3자는 뷰노처럼 전환사채 발행당시 결정되기도 하고, 이후 이사회를 통해 지정하기도 하는데요. 행사자가 최대주주일 경우에는 대부분 경영권 안정이나 지배력 강화 등을 이유로 내세우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뷰노의 경우는 이예하 대표로 행사자를 지정한 이유가 아주 독특했습니다. 물론 경영권과 지배력 강화도 있지만, 이예하 대표에 대한 동기부여가 첫번째 이유였습니다. 최대주주이면서 대표이사인 분에게 적절한 동기부여 수단인가 싶습니다.

나인테크는 지난해 2월 100억원의 3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최대 30%까지 콜옵션이 가능하도록 했는데요. 발행 당시 콜옵션 행사자를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3월 액면 30억원의 전환사채에 대해 콜옵션이 행사되었고, 그로 인해 빌앤트리투자일임 액면 25억원의 전환사채를 매입하게 됩니다.
지난 8월까지 100억원 중 79억원어치가 주식으로 전환되었고, 빌앤트리투자일임도 5월중 25억원어치의 전환사채 전액을 보통주로 전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빌앤트리투자일임은 주주로 나인테크의 주주로 소개되지만 지분율이 미미한지 지분공시는 이루어지지 않았고요. 최대주주인 박근노대표의 특별관계인으로 분류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빌앤트리투자일임은 나인테크의 자회사인 2차전지 배터리팩기업 탈로스가 코넥스에 상장할 당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였습니다. 나인테크는 탈로스의 코넥스 상장 전인 2022년 3월에 구주 60%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었는데요. 빌앤트리투자일임도 2021년 이전에는 탈로스 주요 주주명단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코넥스 상장 전에 20만주를 보유해 지분율이 6.6%에 달했습니다.
나인테크의 주주이기도 하면서 나인테크와 함께 코넥스 상장 직전 탈로스에도 함께 투자했던 빌앤트리투자일임은 나인테크 최대주주 박근노 대표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특별관계자로 묶이지 않으니 단순한 투자자일 가능성이 있지만, 주요 주주도 아닌 단순한 투자자에게 상당한 금전적 이익이 따를 지도 모르는 전환사채 콜옵션을 부여한 까닭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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