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미국 바이오벤처기업 키네타에 투자한 코스닥 3사 중 씨비아이(이하 CBI)와 율호는 공교롭게도 최근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다룬 기사에 함께 언급된 회사입니다. 미래산업이 쌍방울그룹 소속이던 지난해 5월 투자조합(지브이비티2호조합)을 통해 CBI 전환사채를 인수하는데, 율호 역시 투자조합(지브이비티1호조합)을 통해 CBI 유상증자에 참여합니다(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이 작성한 '미래산업 경영권 매각, 씨비아이에 불똥?'을 참고하세요).

또 율호가 2021년 9월에 자기전환사채(만기전 취득해 보유하고 있던) 50억원을 재매각하는데, 매수인이 지브이비티2호조합과 CBI였습니다. 지브이비티2호조합은 그해 10월에도 율호가 발행한 전환사채 100억원짜리를 인수하죠. 지브이비티2호조합의 최대 출자자는 CBI 이호준 사장이 설립한 그로우스밸류디벨로프먼트였습니다.

정황상 쌍방울그룹, 율호 그리고 CBI는 지브이비티조합(1~4호까지 있습니다)을 통해 교차 투자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CBI와 율호는 키네타에 투자에도 동반하는 등 마치 2인3각을 하는 것처럼 움직입니다.
쌍방울그룹의 또 다른 회사 SBW생명과학(구, 나노스)도 CBI와 자금관계로 묶입니다. CBI가 SBW생명과학(구, 나노스)의 지분 1.93%를 134억원에 매입하고, SBW생명과학은 CBI가 발행한 148억원 규모 전환우선주를 인수한 지브이비티4호조합에 100억원을 출자합니다. CBI는 현재 SBW생명과학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 6월 장내외에서 전부 처분했죠. 그 중 일부는 CBI가 최대주주인 DGP가 매입했습니다.

CBI가 전환우선주를 발행한 건 지난해 2월인데요. SBW생명과학와 함께 48억원어치의 전환우선주를 인수한 외국회사가 있습니다. RLB홀딩스, 바로 키네타의 2대주주인 미국 프로야구 양키스 구단주인 레이 바토직(Raymond Bartoszek) 부부가 2011년 설립한 투자회사입니다. 키네타의 재무적 투자자(FI)라고 할 수 있죠. 바토직은 2017년부터 키네타의 이사로 재직 중이고, 여러 민간회사의 이사로 있답니다.
키네타가 국내 시장에 알려진 건 2021년 5월 CBI가 미국에 자회사 CBI USA를 설립해 키네타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한 게 시작입니다. CBI는 1050만 달러를 CBI USA에 출자하고, CBI USA가 키네타가 사모로 발행하는 신주를 1000만 달러에 인수해 8.35%의 지분을 취득합니다. 이와 함께 키네타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CBI의 전환우선주와 교환하기로 합의합니다.
키네타 주주들과의 합의에 따라 CBI는 자회사인 CBI USA를 상대로 170억원의 전환우선주 발행을 결의합니다. 지난해 7월말까지 키네타 구주와 교환하기로 한 주식이죠. 교환이 이루어지면, CBI는 당시 발행주식 수 기준으로 키네타의 19.95% 지분을 확보한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었고, 키네타 역시 CBI의 9.84% 지분을 소유한 2대 주주가 되었을 겁니다.
주식 교환 합의와 함께 CBI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키네타의 대표이사인 숀 아이디나토(Shawn ladonato)와 사장인 크레이그 필립스(Craig W. Philips)를 신임이사로 선임합니다. 경영진 상호교류를 약속했기 때문이죠. 확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키네타에도 CBI측 인사가 이사진으로 합류했을 것입니다. 이쯤 되면 CBI와 키네타는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쯤으로 여겨지네요.
CBI가 투자할 당시 키네타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면역항암제 anti-VISTA 항체를 개발한 기업으로 로슈의 자회사가 된 제넨텍과 3억6000만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만성신경통 치료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됩니다. CBI 투자가 이루어지자 마자 CMO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임상약 위탁생산개발(CDMO)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합니다. 마치 머지 않아 신약개발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생산이 이루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죠.
그래선지 CBI가 직접 키네타에 대한 다른 국내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고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죠. 실제로 휴온스그룹의 휴메딕스가 2021년 9월 200만 달러를 투자하고, 키네타가 상업화하는 신약에 대한 한국내 독점적 상업화 권리(가 아니라)에 대한 우선권(?)을 확보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율호도 300만 달러(36억원 상당)를 키네타에 투자하고 말이죠.
더 있습니다. 올해 최대주주가 CBI로 바뀐 대한그린파워(현 DGP)가 키네타의 우회 상장을 위한 역합병 대상인 유매니티 테라퓨틱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00만 달러를 투자하죠. 또 비상장 바이오기업으로 완전 자본잠식이었던 제네톡스(최대주주 안종덕)도 키네타와 보툴리늄 톡신 치료제 공동개발 협약을 맺고 약 10억원을 투자합니다. (참고로 CBI는 현재 DGP 경영권 지분 매각을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제네톡스 안종덕 대표는 키네타와 공동개발 협약을 맺기 이틀 전에 율호의 사내이사에 선임됩니다. 또 CBI는 키네타에 투자하기 3개월 전 제네톡스 전무이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죠. 율호는 안종덕 대표를 사내이사로 받아들인 직후 제네톡스가 발행한 5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현금으로 전액 인수합니다. 그 중 일부가 키네타 주식매입에 사용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싶네요.
그런데 키네타의 신약개발 능력이 부각된 것과 달리 약점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키네타가 로슈그룹 소속 글로벌 제약사인 제넨텍과 3억6000만 달러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은 사실이지만, 2018년 체결한 이 계약은 지난해말 키네타의 나스닥 상장 직후 종료되었습니다. 제넨텍으로부터 더 이상 라이선스 수익을 기대할 수 없었죠. 키네타의 라이선스 수익은 이미 2021년 790만 달러에서 지난해 100만 달러로 크게 줄어 있었죠. 연초 키네타가 예상한 올해 라이선스 수익은 미국 머크(MSD)와의 계약에 따른 40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연구개발 등에 연간 1500만 달러 이상이 필요한 키네타는 필요자금을 올해 5월 약 2000만 달러의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었습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면역항암제 anti-VISTA 항체를 개발했다는 것도 약간은 과대포장된 감이 없지 않습니다. 이는 키네타의 파이프라인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후보물질 KVA12123인데, 미국 FDA로부터 IND(임상시험계획승인)을 받은 게 지난해 11월이니, 12월쯤 임상 1상을 시작했을 것이고, 그 결과는 올해 4분기에 나올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CBI가 처음 투자한 2021년 5월에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신약개발의 첫발을 떼지도 않았던 셈입니다.
CBI와 키네타의 주식 교환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키네타가 CBI의 주주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00% 자회사인 CBI USA가 모회사인 CBI의 전환우선주를 인수하는 구조가 법률 검토과정에서 문제가 되었죠. CBI는 해를 넘겨 2022년 2월에 와서야 유상증자 규모를 148억원으로 줄이고 인수자를 교체하죠. 이때 등장한 투자자가 서두에 기술한 지브이비티4호조합(실제는 SBW생명과학)과 RLB홀딩스입니다.
전환우선주 인수자가 바뀌었어도 조달자금은 키네타 주식을 취득하는데 쓰일 것으로 예상되었죠. 율호가 제3자배정으로 인수한 300만 달러의 주식이 매입 대상으로 거론되었습니다. 하지만 CBI는 키네타 주식 대신 SBW생명과학 주식을 장외매수하는데 134억원을 쓴 것입니다.
다만 지난해 3분기 중 CBI와 CBI USA는 키네타의 전환사채를 약 40억원어치 인수했죠, CBI가 10억원가량, CBI USA가 30억원가량을 취득합니다. 이 전환사채는 지난해말 키네타가 유매니티 테라퓨틱스와 역합병해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주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설사 주식교환이 이루어졌어도 CBI와 키네타가 서로 최대주주와 2대 주주의 자리를 오래 유지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CBI는 그 당시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그리고 유상증자를 모두 동원해 전방위적으로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었거든요. 또 키네타 역시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회사 운영을 이어가기 위한 자금을 외부 투자유치(주로 사모조달)로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구요. 지분율은 희석될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CBI가 전환우선주 대신 받기로 한 키네타의 구주는 60%가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었습니다.
양사의 의기투합은 사실 1년여만에 끝났습니다. 키네타에서 온 숀 아이디나토와 크레이그 필립스는 내년 6월까지가 임기인데, 지난해 6월초 사임했고, 양사 경영진의 상호교류가 해소되었죠. 경영진 교류는 키네타를 CBI의 관계기업으로 분류하는 근거였는데, 근거가 사라지면서 CBI가 보유한 키네타 지분은 그냥 금융자산(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으로 재분류되었습니다.
키네타에 대한 투자는 CBI의 주가를 액면분할 후 기준으로 1000원대에서 1만5000원까지 폭등시킬 정도로 엄청난 호재로 작용했죠. 하지만 키네타 투자가 CBI에 대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전환사채를 포함 CBI의 투자원금은 원화로 환산해 약 172억원인데요. 지난해말 장부가는 54억원이었고, 올해 3월에는 29억원, 9월엔 30억원 수준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나스닥 상장 후에 주식을 처분했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처분했다는 공시나 주석사항이 없고, 일부 지분을 팔았다면 분기보고서에 취득원가를 보유분에 대한 것으로 수정했어야 합니다. 아직 처분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율호 역시 300만 달러에 취득한 키네타 주식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데요. 지난 9월말 현재 5억원으로 평가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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