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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비아이(구,청보산업, 이하 CBI)는 3년 전인 2020년말 이익잉여금이 100억원에 달했습니다. 비록 현금이 부족하고 빚이 많은 회사였지만 그 동안 꽤 착실하게 이익을 쌓아왔다는 뜻이죠. 그런데 바로 다음해 결손법인으로 바뀌고, 계속해서 결손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2021년초 그로우스앤밸류디벨로프먼트(이하 그로우스앤밸류)가 인수하자마다 매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씨비아이는 2021년부터 올해 9월말까지 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어요. 그 동안의 적자가 본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곳에서 발생했다는 것인데요. 종속기업 또는 관계기업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이 거의 300억원에 달하고, 그 외 금융자산에서 발생한 손실이 대략 95억원, 이자비용 등 금융비용이 약 115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렇게 영업외로 발생한 비용이 총 678억원이나 되었지만, 반대로 영업외로 발생한 이익은 157억원에 그쳤습니다.



결국 그로우스앤밸류가 인수한 CBI는 본업 외에 사업다각화나 신사업의 명목으로 대대적으로 자금을 조달했고, 그로 인해 전에 없이 금융비용 부담이 매우 커졌는데, 정작 사업다각화나 금융자산 투자에서는 대규모 손실만 입은 셈입니다. 대표적인 게 미국 신약개발사인 키네타(Kineta)와 엑시큐어(Exicure), 쌍방울그룹 계열사 SBW생명과학 등이죠.



CBI가 2년 9개월간 순조달한 외부자금은 662억원에 달합니다. 그 중 전환사채 등으로 차입한 금액이 369억원이고, 유상증자가 293억원입니다. 9월말 현재 자산총액이 742억원인 것에 비해 상당히 큰 규모입니다만, 실제 조달액은 더 많았습니다. 2021년 이후 CBI는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무려 10번이나 발행했고, 그로부터 조달한 자금이 740억원에 이릅니다.


공시에 나타난 바로 CBI는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7회차,8회차) 170억원 중 155억원어치를 만기전 취득했습니다. 기존 투자자에게 상환한 셈이죠. 그 중 108억원은 취득 후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죠. 120억원 규모로 발행된 9회차 전환사채도 100억원어치를 만기전 취득했습니다. 만기전 취득한 사채의 액면 총액은 255억원어치입니다.



사채 중 만기상환된 건 없습니다. 그런데 9월말 현재 재무제표에는 잔액이 남아 있는 사채가 6회차 3000만원, 9회차 20억원, 10회차 60억원(이상 2022년 이전 발행), 11회차 60억원, 12회차 20억원, 13회차 100억원(이상 2023년 발행) 등 액면 기준 260억 3000만원뿐입니다. 4~5회차 전환사채, 7~8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 전액, 9회차 100억원, 10회차 10억원어치를 회사가 만기전 취득해 자기사채로 보유하고 있거나 주식으로 전환되었다는 소리죠.


실제로 공시를 살펴보면 4~5회차 전환사채 전액이 주식으로 전환청구되었습니다. 6회차는 90억500만원, 그리고 10회차 5억원이 9월말 분기결산 이전에 주식전환되었습니다. 하지만 만기전 취득 공시에도 없고, 주식전환 공시도 없는데 합산액이 맞지 않습니다. 8회차 15억원과 10회차 25억원이 어떻게 처분되었는지 말이죠.


사실 8회차 15억원은 지난해 4월 이미 전환청구가 이루어졌습니다. 공시에 누락되었죠. 하지만 사업보고서에는 그런 사실을 기재했더라고요. 그럼 10회차 25억원은 어떻게 된 걸까요? 만기는 아직 되지 않았고 전환청구되었다는 공시도 없으니 아마도 사채권자로부터 만기전 취득했지만 공시에 누락된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9월말 이후 대규모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됩니다. 10월에 9회차 전환사채 100억원과10회차 전환사채 60억원이 같은 날 전환청구됩니다. 투자자가 같은 모양이죠. 10회차는 사채권자가 갖고 있었던 것이고, 9회차 100억원이라면 회사가 만기전 취득했던 것인데 어떻게 전환청구가 될까요? 공시를 하지 않았지만 특정 투자자에게 재매각을 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투자자가 10회차 전환사채도 보유하고 있는 큰 손이라면 말이 됩니다. 10회차 나머지 약 5억원도 올해 6월 전환청구된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공시에는 누락되었죠.


7회차와 8회차로 발행된 신주인수권부사채는 거의 전부인 155억원을 회사가 자기사채로 갖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올해 2월(7회차), 3~4월(8회차)에 대량으로 주식 전환되었습니다. 전환가액이 공시되지 않아 금액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8회차는 남은 전액이 거의 전부 전환되었고, 7회차는 일부만 전환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회사가 누군가에게 재매각했으니 전환된 것입니다.


4~6회차 전환사채는 그로우스앤밸류가 CBI 경영권을 인수할 때 투자조합 3곳(피이닉스1호, 피이닉스2호, 케이비투자조합)이 인수했던 총 200억원 물량입니다. 일부는 매각하거나 조합원에게 배분되었고 나머지는 주식으로 전환돼 매각된 것으로 보입니다.


7,8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와 9회차 전환사채는 바로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에서 인수했던 사채입니다. 회사는 이걸 만기 전에 취득했고 누군가에게 매각됐습니다. 이중 물량이 큰 7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와 9회차 전환사채를 인수해 간 곳은 제이씨에셋자산운용이라는 곳인데요. 제이씨에셋자산운용에 매각된 후 우연인지 오경원, 이호준, 성봉두, 장육 등 CBI 실질주주 및 임원들이 상당한 물량의 전환사채 등을 매입한 흔적이 있습니다. 또 지난 9월에는 임원들이 9회차 전환사채와 13회차 전환사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해 인수했더라고요. 최소한 9회차 전환사채 중 일부는 임원들에 의해 주식으로 전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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