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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KB증권은 엔케이맥스가 글로벌 스타로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엔케이맥스가 보유한 고순도 대량 NK세포 배양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근거에서 나온 전망이었죠. 국내 바이오업체가 이런 평가를 받는 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NK(자연살해)세포치료는 환자 또는 건강한 사람의 NK세포를 체외에서 강화시킨 후 체내에 주입해 암, 알츠하이머 등 중대•희귀•난치 질환을 치료하는 방식인데요. NK세포가 암세포를 스스로 인지해 파괴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엔케이맥스는 면역세포 중 하나인 NK세포를 활용해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기술 'SuperNK'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체외에서 99% 고순도로 분리한 NK세포를 체외에서 고활성의 NK세포로 대량증식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이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난치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 한국, 미국, 멕시코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육종암 등 여러 적응증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얻으며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었죠. 


아직 신약개발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엔케이맥스는 연매출액(연결기준, 이하 같음) 100억원 이상이 나오고 있고 자산규모는 1600억원에 이릅니다. 지난 2019년에 이루어진 합병 이후 자산규모가 급팽창했고 매출도 늘었습니다. 당시 코스닥에 상장해 있던 에이티젠(현 엔케이맥스)가 40% 지분을 가진 엔케이맥스를 흡수합병한 후 상호를 엔케이맥스로 바꾸었죠.



사실상 최대주주가 동일인인 두 회사였고, 피흡수된 (구)엔케이맥스는 에이티젠의 사내벤처 성격을 띠고 있었으니 합병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두 회사 모두 돈을 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합병 직전인 2018년 면역진단키트를 판매하는 에이티젠은 62억원의 매출에 200억원의 적자를, (구)엔케이맥스는 3억원의 매출에 77어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양사 합해 150명이 넘는 임직원의 인건비를 대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양사 모두 매년 부족한 현금을 메우느라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서야 했습니다.


특히 신약개발 임무를 맡고 있었던 (구)엔케이맥스는 매출이 사실상 제로인 영세업체라 외부 차입이 어려워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해야 했는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를 제외하고는 5% 이상 대주주가 없었습니다. 자금조달을 박상우 대표와 에이티젠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겠죠. 엔케이맥스의 우회상장 성격을 띠는 합병이 이루어진 배경에는 신약개발 비용 등을 위해 전환사채 발행 등이 용이한 코스닥상장사로 올라서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유상증자와 차입을 병행하던 엔케이맥스의 자금조달은 합병 후 차입 중심으로 바뀝니다. 2019년 이후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두 차례의 우선주 발행으로 138억원, 순차입으로 조달한 자금은 1021억원에 달합니다. 합병 전 에이티젠이 그랬던 것처럼 인건비, 일반 경비, 임상비용, 기존 채무의 상환자금에 필요한 자금을 주로 전환사채 발행으로 마련했습니다.


2020년에 9회차와 10회차로 총 300억원, 2021년에 11회차와 12회차로 총 376억원, 2022년에13회차로 360억원, 그리고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자회사 NKGen Biotech의 증자를 위해 85억원의 14회차 전환사채와 75억원의 4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했죠. 2019년 이후에만 총 1196억원어치의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가 발행된 셈입니다.


유상증자도, 사채도 공모로 발행된 적이 없습니다. 유상증자는 제3자배정 방식이었고 주로 증권사의 신탁계정이 고객이 되었습니다. 사채는 모두 사모로 발행되었는데 대상은 역시 신탁계정 등이었습니다. 전략적 투자자는 물론이고, 대규모의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한 적이 지금껏 없었습니다.


박상우 대표는 합병 전인 2016년 제3자배정 방식으로 1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했죠. 당시 박 대표는 미래에셋대우증권과 현대증권(현 KB증권)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신주인수자금을 충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대표는 또 지난해 9월 발행된 신주인수권부사채 전액을 인수했죠. 에이티젠 상장 이후 박 대표가 회사에 추가로 투입한 자금은 그렇게 175억원에 이릅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던 지난해 9월에는 증권사에 추가로 제공한 담보주식이 없었습니다. 공시를 제대로 했다면 말이죠. 주식담보대출 외 다른 수단을 동원한 모양입니다.


임상 등 신약개발의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엔케이맥스이지만 2021년 이후로는 경영실적과 재무상황이 하향세를 보여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주가의 하락이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매출 성장에 기폭제 역할을 하던 멀티비타민 NK365(자회사 엔케이맥스에이치앤디가 생산)의 판매가 공격적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연간 운영자금을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규모였지만, 그런 매출의 감소라도 엔케이맥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입니다. 적자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고, 줄어든 매출만큼 현금유입이 줄어 외부자금 조달을 더 늘려야 하니까요. 엔케이맥스는 지난해 미지급금을 170억원(9월말 현재)이나 늘려 영업활동으로 빠져나가는 현금을 줄였습니다.


영업적자는 9월까지 44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 커졌고, 발행한 전환사채의 조기상환청구권과 회사의 매도청구권 등 파생상품과 관련된 손실이 418억원 더해져 적자가 741억원으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파생상품 관련 손실은 당장 현금이 나가는 비용이 아니긴 하지만 적자 규모를 키워 엔케이맥스를 (부분)자본잠식으로 치닫게 했습니다. 지난해 9월말 현재 엔케이맥스의 총자본은 204억원으로 자본금 206억원보다 적습니다.



4분기에 특별한 반전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으니, 적자는 더 커졌을 것이고 자본잠식의 정도도 확대되었을 가능성이 높겠죠. 엔케이맥스의 적자규모를 감안하면 204억원의 자본은 결코 큰 금액이 아닙니다. 9월말 현재 150억원(금융상품 포함)에 달했던 현금이 그대로 보전되고 있을 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12월 엔케이맥스는 134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중국 슈캉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제3자배정 방식이었죠. 박상우 대표 이외에 대주주를 허락하지 않던 그 동안의 자세를 크게 바꾼 겁니다. 이달 20일 증자가 완료되면, 비록 지분율은 크게 차이가 나겠지만 슈캉그룹이 박상우 대표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됩니다.


유상증자의 목적은 운영자금 마련이었습니다. 엔케이맥스의 자금사정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슈캉그룹은 엔케이맥스로부터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18억원에 달하는 NK365 구입계약을 체결했던 곳입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허가가 지연되면서 계약이 해지되고 말았죠. 슈캉그룹으로의 판매가 이루어졌다면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박상우 대표의 지분 매각과 반대매매로 최대주주가 사라지면서 주가가 2000원대로 급락하는 바람에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주식전환이 가능한 기간에 있는 미상환 전환사채는 11회차부터 14회차까지 액면 기준 총 474억원에 달합니다.


전환가액은 올해 이루어진 무상증자를 반영하면 대략 5500원에서 7500원 사이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미 최저 수준에 도달해 있어 더 낮출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를 염려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엔케이맥스가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규 자본 유입과 주가 상승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이는군요. 오는 20일 슈캉그룹의 유상증자가 성공리에 이루어지면 한숨 돌리겠지만 그걸로는 충분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주가가 급반등해 전환사채 등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이 회복되고 더 나아가 주식으로 전환돼 상환압력에서 벗어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인데요.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추가 유상증자 등의 대책이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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