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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말 홈플러스의 순차입금은 약 1조6000억원이었습니다. 홈플러스베이커리와 홈플러스테스코를 포함해도 더 많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2월까지 9년 동안 홈플러스는 무려 6조5704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했습니다. 지난해 2월말 현재 홈플러스의 순차입금은 6조1563억원으로 늘었습니다.


홈플러스의 순차입금은 2019년 2월말 3226억원까지 줄었습니다. 하지만 홈플러스스토어즈(구, 홈플러스테스코)와 홈플러스홀딩스(구, 홈플러스베이커리)를 차례로 합병하면서 2020년 2월말 7조3428억원으로 늘었습니다. MBK파트너스가 인수금융용으로 차입한 약 3조원을 합병으로 떠안았다고 해도 계산이 맞지 않습니다. 실제로 2019년 2월말 홈플러스계열 3사의 순차입금을 모두 더해도 2조6368억원 뿐이었습니다. 합병하는 과정에 무언가 큰 것이 들어왔던 것입니다.


다름 아닌 4조6689억원에 달하는 거대한 리스부채였습니다. 홈플러스는 본사와 물류창고, 영등포점 등 400여개의 영업점에 대해 운용리스 계약을 체결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운용리스계약은 리스료를 이자비용을 처리할 뿐 차입금으로는 보지 않았으나 기업회계기준이 변경되면서 금융리스와 마찬가지로 차입금으로 처리하게 되었죠. 홈플러스 3사가 합병하면서 인수금융 차입금 3조원 뿐 아니라 리스부채가 차입금에 더해지면서 홈플러스의 차입금이 급격하게 증가했던 셈입니다.


홈플러스는 2012년과 2013년 상당 수의 점포를 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으로 매각 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만,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후 점포 매각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실제로 2016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홈플러스가 매각한 유∙무형자산은 무려 3조3157억원(현금유입액 기준)에 달합니다. 언론에는 가좌점, 김포점, 대전 탄방점, 대구 내당점, 부산 가야점 등이 세일즈 앤 리스백된 것으로 언급되었고 지난해 6월에 부천 소사점, 올해 2월 순천 풍덕점 역시 매각후 재사용되고 있습니다.



세일즈 앤 리스백은 약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독이었습니다. 매각한 점포를 리스로 재사용했으니 그 만큼 차입금이 늘었고, 리스료는 금융권의 이자보다 비쌌습니다. 리스료로 매년 나가는 돈이 매년 4000억~5000억원에 달했습니다. MBK파트너스의 인수차입금 3조원까지 떠안았으니 아무리 갚아도 빚은 거의 줄지 않았습니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점포를 매각해 투자자금을 회수했다고 언론에는 보도되고 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는 이야기입니다. MBK파트너스가 투자자금을 회수하려면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세운 장부상 회사인 한국리테일투자 등에 배당의 형태로 자금이 흘러 들어갔어야 합니다. 합병 전에는 홈플러스홀딩스를 통해, 합병 후에는 홈플러스를 통해 배당을 받았어야죠.


하지만 홈플러스가 실시한 배당은 2017년부터 3년간 각 214억원씩 총 642억원이 전부입니다. 홈플러스는 합병 이전인 2016년부터 3년간 총 1조2130억원을 모회사인 홈플러스스토어즈에 배당했지만, 합병 이후에는 한 차례도 배당을 한 적이 없습니다.


홈플러스스토어즈는 홈플러스에서 받은 1조2130억원을 인수금융 차입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주로 사용했습니다. 차입금 9560억원을 갚았고 이자로 3773억원을 냈죠. 홈플러스의 자산매각 역시 차입금 상환과 이자지급에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19년 이후 홈플러스가 지급한 이자가 약 1조5000억원에 이르는데, 같은 기간 자산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은 약 1조9000억원이었죠.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금융권에서 약 3조원을 차입했고, 그 중 일부를 자산매각자금으로 상환했으니 이를 자금회수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인수목적으로 세운 한국리테일투자 등이 받은 배당이 642억원에 그치니,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인수주체들이 회수한 자금은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빚에 쪼들려 살았습니다. 열심히 일해 벌어들인 돈은 전부 빚을 갚는데 쓰였습니다.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EBITDA와 매출채권 등 각종 수취채권을 회수한 현금이 2016년부터 약 4조8000억원이었고, 같은 기간 점포 매각으로 조달한 현금이 3조3000억원에 달했지만, 거의 대부분인 6조5000억원이 차입금 상환에 사용되었습니다.



투자는 중단되었습니다. 신규 점포의 개장은 꿈도 꾸지 못했고, 기존 점포를 확장하거나 정비할 자금도 부족했을 겁니다. 지난해 2월까지 9년간 자본적 지출에 사용한 자금은 8511억원에 그칩니다. 그렇다고 온라인 쇼핑 등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계열사를 늘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홈플러스가 2017년 이후 종속기업이나 관계기업에 투자한 자금은 사실상 전무했습니다. 그렇게 밑 빠진 독이 되어버린 홈플러스의 경쟁력은 나날이 약해져가고 2021년부터는 매년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단 한푼도 혼플러스에 증자해 주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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