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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이 바이오시밀러사업을 인적분할하는 것을 정말 ‘인적분할’이라고 표현해도 될까요? 형식적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산과 부채가 떨어져 나가 별도의 회사가 설립되는 것이니 인적분할이 맞습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위탁 개발 및 제조 전문기업(CDMO)으로 자체적으로 바이오사업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바이오사업을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죠.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공식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객과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교류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고, 이는 CDMO회사의 불문율이기도 합니다.
인적분할이든 물적분할이든 기업이 내 몸의 일부를 떼어내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그 일부는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부문의 하나로 받아들여지죠.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할은 사업부문 중 하나를 떼어내기 보다는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지분을 처분하는 것에 가깝고, 그 처분의 방식으로 인적분할을 활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기업분할을 온전히 특정 기업실체의 사건입니다. 연결실체 개념으로 보면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일부이지만, 엄연히 두 회사는 별도의 기업실체이고 분할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는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건입니다.
회계적으로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자신의 주주인 삼성물산, 삼성전자 등에게 처분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 처분 대가로 현금을 수령하는 매각 방식이 아니라 삼성물산 등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을 받는 교환거래라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삼성물산, 삼성전자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주들은 그 주식을 각각 받지 않고 장부상 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해 공동으로 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방식을 인적분할이라고 부르고 있죠.
처분 대상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만 있는 것은 아니고, 현금 1000억원과 관련부채 약 90억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금액 자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회계적으로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의 처분에 가깝다고 하는 이유 중 하나이죠. 다만, 적격 분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분할하는 자산과 관련된 부채를 함께 분할해야 합니다. 또한 분할되는 순자산의 가액은 장부가액이어야 하고, 교환대가로 현금이 동반되어서는 안됩니다. 분할된 순자산만큼 감자가 이루어져야 하죠.
적격분할로 인정받게 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전자 등의 주주는 세제혜택을 보게 됩니다. 분할받은 자산을 처분하기 전까지 과세가 이연됩니다. 과거 정부는 분할로 발생하는 차익에 대한 과세 부담으로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라고 판단해 이 같은 세제혜택까지 부여했습니다. 부의 대물림의 길을 터 주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거래구조를 분해해 보면, 이해하기가 더 쉽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전량을 장부상 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에 넘기고,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은 장부상회사의 지분 100%를 받는 대가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의 34.96%를 내놓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렇게 취득한 자기주식 2488만 여주를 소각하는 자본금 감소(감자)를 하게 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에피스홀딩스로 넘기는 순자산의 가치는 약 3조 3560억원이고 이 중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3조 2650억원입니다. 여기서 가치는 공정가치가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장부가액입니다. 분할되는 순자산의 장부가치 3조 3560억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순자산 총액인 9조6000억원의 약 34.96%입니다. 그래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주주들이 내놓는 주식이 총 발행주식의 34.96%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34.96%의 시장가치는 얼마일까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이 약 73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25조 5000억원에 달합니다. 장부가치라고 하는 것은 단지 장부에 적힌 숫자일 뿐이고, 사실 가치로서의 의미는 없습니다. 반면 시장가치는 상장시장에서 다수와 다수의 거래로 형성된 공정가치입니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은 삼성물산, 삼성전자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주들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포함한 장부가액 3조 3560억원의 순자산을 약 25조 5000억원의 가치가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과 교환하는 거래인 셈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주들이 동의할 지는 알 수 없지만, 암묵적으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가치가 대략 25조 4000원에 달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3년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1조 5000억원대로 올라섰고, 영업이익은 2023년에 2054억원에서 지난해 4354억원(이상 연결기준)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로는 4994억원으로 약 5000억원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지난해 주당순이익(EPS)은 1만 8000원을 기록했죠.
지난해말 순차입금이 364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EV)는 이번 인적분할로 약 25조 9000억원으로 평가된 셈입니다. 널리 쓰이는 기업가치 평가방법인 EV/EBITDA로 보면 대략 52배가 나옵니다. 주가수익배율(PEF)로는 67배에 이르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주 중 어느 쪽에 유리한 거래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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