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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의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빚이었습니다. 2022년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총차입금은 4조원에 육박했고, PF우발채무는 7조원에 가까웠습니다. 빚이 많은 게 늘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업황 악화가 됐든, 금융위기가 됐든, 아니면 경쟁력이 떨어졌든 회사가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마련입니다. 그런 면에서 총차입금이 6월말 기준 2조 9,000억원대로 줄고 부채비율이 162.8%까지 하락한 것은 청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이 3조 2,8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 7,485억원)보다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09억원에서 1,728억원으로 네 배 넘게 늘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1.1%에서 5.3%로 올라갔죠. 매출을 줄이면서 이익을 늘렸으니 체질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실제로 회사는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를 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수주는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건설사에게 수주는 곳간이라고 할 수 있죠. 질 좋은 일감이 쌓여 있으면 매출의 질이 좋아지고 회사의 수익성이 좋아집니다. 수주가 풍부하고 질이 좋아야 건설사의 실적 전망이 밟은 거죠. 매출이 줄더라도 수주가 늘고 그 질이 좋으면, 수주가 좀 줄더라도 양질이면 그게 진짜 체질 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롯데건설의 2021~2022년 연간 수주액은 15조원대였습니다. 그런데 2023~2024년에는 6조 8,000억원대, 2025년에는 6조 1,989억원입니다. 약 60% 감소했습니다. 그 기간에 연간 매출은 연간 수주액을 넘어섰습니다. 곳간에 채워진 것보다 꺼내 쓴 게 더 많았습니다. 2022년말 45조 6,809억원이던 수주잔고는 올해 6월말 38조 5,855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수주는 3조 4,459억원으로 매출을 살짝 웃돌았는데 수주잔고는 지난해말보다 1조 6,000억원 줄었습니다. 기존 잔고에서 계약 변경이나 해지가 있었다고 볼 수 있죠.


수주의 양도 중요하지만 질도 중요하다고 했으니 어떤 게 줄었는지를 봐야겠죠. 2022년 2조 646억원이던 해외부문 수주는 2023년 3,127억원으로 줄더니 202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년째 수주액이 0원입니다. 단 한 건의 수주도 없었다는 뜻입니다. 수주 감소는 매출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2023년 1조 2,275억원(전체의 18%)이던 해외 도급공사 매출은 2025년에 2,327억원, 올해 상반기에는 279억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해외 플랜트 매출은 올해 상반기 0원입니다.


플랜트 수주는 2022년 1조 9,384억원에서 2025년 2,641억원으로 줄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38억원에 그쳤습니다. 반면 플랜트 매출 비중은 아직 18.84%로 두 번째로 큽니다. 수주는 끊기다시피 했는데 매출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것은 과거에 따 놓은 일감을 소진하고 있기 때문이죠. 수주가 앞으로도 이런 상태면 몇 년 뒤 롯데건설의 플랜트 매출은 거의 사라질 겁니다.



자체 공사는 더 극적입니다. 자체공사는 시공사가 직접 땅을 하고 인허가를 받아 자금을 조달하고 분양까지 책임지는 사업입니다. 공사 수행을 위한 자금부담, 사업실패의 리스크를 모두 떠안는 대신 마진은 가장 좋죠. 롯데건설의 자체공사 매출은 2025년 4,215억원(5.33%)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34억원입니다. 사실상 중단한 겁니다.


이제 남은 건 가장 비중이 높은 국내 도급공사입니다. 수주의 대부분을 차지할 뿐 아니라 매출 비중도 당연히 가장 높죠. 올해 상반기 매출에서 국내 도급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7.92%에 달합니다. 2023년에는 79.6%였습니다. 건축과 주택만 따로 떼면 71.34%입니다.


어쩌면 가장 리스크가 낮은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사업은 국내 사업에 비해 시공관리가 어렵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해외 플랜트 사업은 대금 회수 문제가 자주 발생합니다. 자체 공사는 차입금 감축이 큰 과제인 롯데건설 입장에서 대규모 자금조달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러니 좋게 보면 군살 빼기를 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롯데건설의 위기를 초래한 건 국내 도급공사, 그 중에서도 건축/주택이었습니다. 국내 건축공사의 대부분은 민간 발주 공사인데, 경기 민감성이 높은 수준입니다. 실적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게 약간 딜레마일 수 있습니다. 회사는 최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에서 “비교적 높은 수준의 사업 다각화를 이루고 있다”고 썼는데, 공종 포트폴리오는 국내 도급공사, 그 중에서도 건축/주택에 더욱 집중되고 있습니다. 숫자가 다각화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지역 비중도 국내 99%, 해외 1% 입니다.


롯데건설은 군살 빼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본원의 경쟁력이 깎여 나가고 있는 걸까요? 군살 빼기라면 마진이 낮고 위험한 사업부터 정리를 해야겠죠. 롯데건설에서 마진이 높은 사업은 자체공사, 해외, 플랜트입니다. 회사는 2025년 영업이익이 1,054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7.8% 감소한 것에 대해 공사원가 부담이 커진 것에 더불어 이익률이 높은 자체 공사, 해외 및 플랜트 매출이 감소한 탓이라고 적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이익률이 크게 높아지지 않았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5.3%의영업이익률은 절대적으로 높은 수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 1.1%로 워낙 낮아서 크게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면이 있습니다. 원가율이 높은 현장들이 준공으로 빠져 나가면서 생긴 효과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현장들이 마진이 높은 것들 뿐이라면 영업이익률이 다시 고꾸라지지는 않을 테니 희망이 있습니다. 다만 매출액이 감소하면서 이익률이 높아지는 것은 절대로 오래 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건설사의 영업이익은 반드시 현금흐름과 함께 봐야 합니다. 건설사의 매출액은 진행기준에 따라 인식을 합니다. 그런데 그 진행률이 산출 기준이 아니라 투입 기준입니다. 얼마나 공사가 진척됐는지에 따라 매출을 인식하는 게 아니고, 예정된 원가 중 얼마를 투입했느냐에 따라 매출을 인식합니다. 투입이 많으면 매출이 늘어나는데, 그게 실제 현금유입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가를 많이 투입됐다고 발주자가 공사대금을 더 주지는 않거든요. 롯데건설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6.853억원의 순유출입니다. 지난해 동기(4,555억원)에 비해 유출 폭이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늘어난 영업이익을 아직은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습니다.


우발채무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PF 우발채무는 2022년 6조 8,065억원에서 올해 6월 2조 4,262억원까지 줄었습니다. 분명한 성과입니다. 그런데 신고서에 실린 우발채무 합계는 10조 5,817억원으로, 지난해말 10조 2,542억원보다 늘었습니다. 책임준공 조건부 채무인수가 7조 1,004억원에서 8조 1,555억원으로 늘었기 때문입니다. 미착공 현장이 착공으로 넘어가면서 연대보증이 책임준공 의무로 바뀐 것인데, 착공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진전인 것은 분명하지만, PF우발채무가 줄어든 만큼의 진전은 아닙니다. 여기에 남아 있는 PF 유동화증권 2조 4,262억원의 76.6%인 1조 8,581억원이 아직 삽도 뜨지 못한 미착공 사업장 몫입니다.



물론 반론이 가능한 포인트도 있습니다. 수주잔고 38조 5,855억원은 연 매출의 다섯 배 수준이니 당장 일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시공능력평가는 2023년 6조 935억원(8위)에서 올해 7조 8,411억원(7위)으로 오히려 올라섰고요. 미분양은 5,583세대에서 4,293세대로 줄었고, 그룹 수주 비중도 올해 상반기 4,114억원, 12% 수준으로 회복됐습니다. 이자보상배율은 1.2배에서 8.0배가 됐습니다. 최악은 지났다는 근거로 삼기에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공능력평가는 지난 실적과 재무를 합산해 매기는 후행 지표입니다. 수주잔고 역시 미착공 PF 사업장처럼 언제 매출로 바뀔지 모르는 물량을 품고 있고, 민간공사가 87.71%를 차지합니다. 신규 수주는 3년째 매출을 밑돌고 있고, 그 수주마저 올해 상반기 3조 4,459억원 중 2조 5,296억원, 73%가 주택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레고랜드 사태 4년 만에 롯데건설의 재무지표는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부채비율도, 이자보상배율도, PF 우발채무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대가로 회사는 해외를 잃었고, 플랜트 수주가 끊겼고, 자체사업을 멈췄습니다. 남은 것은 국내 주택 도급 단일 체제입니다.


2022년 롯데건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것이 바로 주택과 PF에 쏠린 사업구조였습니다. 4년 동안 빚은 줄였는데, 사업 구조는 그때보다 더 한쪽으로 쏠려버린 셈이죠. 재무는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사업은 위기를 불러온 그 모양으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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